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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보미bom i Nov 06. 2023

MZ 결혼장려 이야기

내가 만 24세에 결혼을 하게 된 이유

MZ세대들이 포기하는 3포 중 나는 하나를 해냈다. 이렇게 말하는 나도 MZ이다. 생각해 보니 1개가 아니다 2개나 해냈다.

연애와 결혼!

나는 비혼주의자로 살려고 다짐했던 사람이었다. 연애는 필수 결혼은 선택이지만 결혼이란 선택지를 두지 않은 그런 내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만 나이 24살에 결혼을 해버렸다! 이젠 한국도 만 나이를 사용하는 나라이니 그냥 24살에 결혼했다고 하자.

한 살이라도 더 어리고 싶은 마음은 누구나 다 가지고 있으니까.

사실 이 결혼! 계획된 결혼은 아니었다. 나는 30살에 결혼을 하고 싶었다.

굳이 이유를 따지자면 20대는 온전히 나만의 것으로 만들고 싶어서이다. 결혼을 하고 나면 ‘나’보단 ‘우리’가 더 많아진다. 그래서 나는 30살에 결혼을 하고 싶었다.

그러나 인생은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나의 20대 라이프 플랜에는 없던 결혼이 갑자기 어느 한 자리 훅 비집고 들어오더니 내 삶을 통째로 바꿔놓았다.

나는 새로운 환경에 적응해서 살아가는데 시간이 많이 걸리는 사람이라 그러한 환경이 찾아오는 것을 그다지 선호하지 않는다.

결혼 전까지만 해도 나는 ‘에이~ 바뀌어봐야 얼마나 바뀌겠어’ 했지만.. 어른들의 말씀은 “틀린”말 하나 없다. 그들과 우리의 생각이 단지 “다를” 뿐..  

어쨌든 결과적으로 그냥 생으로, 통째로 바뀌었다. 남편을 따라서 타지로 오게 되고, 한순간에 백수가 되고, 아침에 일어나면 내 옆에 누군가 있고..

이러한 것들부터 급격하게 변해서 정신 못 차리고 있는 내 마음의 심적인 변화까지.. 저 모든 게 1년 만에 겪은 일이라 당사자인 나로서도 참 어리둥절하다. 그리고 나 참 애썼다.

 

내가 이토록 결혼을 빨리 하기로 결심한 첫 번째 이유는 “although”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비록 사실은 그러하지만 그것과는 상관없이 [다음 사전 출처]  

이 접속사가 나와 남편이 생각하는 결혼에 대한 정의이다.

감당하기 힘든 부분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서로 손잡고 이겨나갈 수 있으면 결혼하는 거라고 생각한다.

그렇게 한걸음 두 걸음 같이 걷다 보면 어느새 감당가능한 수준이 되어 있는 “우리”의 모습을 발견하곤 한다. 그런 맛에 결혼하는 거다.

 두 번째로 충분한 대화의 시간이다.

사람들은 흔히 결혼 전에 많이들 싸운다고 한다. 내가 봤을 땐 결혼하고 더 싸운다. 이건 팩트다. 이런 저런 상황 모두 이때 필요한 건 뭐다? 충분한 대화이다.

’ 낯간지러워서, 부끄러워서, 우리 사이에 뭘 그런 얘기를, 말하지 않아도 우린 다 안다 ‘ 고 하지만 그렇기에 더욱이 서로의 생각을, 감정을 공유를 하는 것이 서로의 관계를 단단하게 만들어 주는 역할을 한다. 나와 남편은 연애할 땐 자기 전에 카톡으로 하루의 일상을 물어보고 결혼을 하고 나서는 잠들기 전 누워서 오늘은 뭐 했어요?라고 물어보며, 30분간 조잘대다가 잔다. 그 시간에는 하루일과를 이야기하기도 하고 속마음이나 고민, 걱정을 얘기하기도 한다. 이 시간을 위해 하루를 살았다고 할 정도로 가치 있는 시간이다. 아무리 늦게 들어와도 저 시간은 꼭 갖고 잔다.

대화라고 하면 상대방과의 대화만 생각하지만 ‘나’와의 대화도 끊임없이 해야 한다. 내가 뭘 좋아하고, 뭘 싫어하고, 이럴 땐 어떻게 하고 싶고, 지금 내 감정은 어떤지, 그 상황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고, 어떤 감정을 느꼈는지. 결혼을 하고 나서도 필요하다. 그래야 나에 대해서 상대에게 정확하게 알려줄 수 있고 무엇보다 내가 나를 더 잘 알게 되어 자존감이 튼튼해진다. 그러면서 내가 중심을 잡게 되고, 그 영향을 상대방이 고스란히 받게 되어 상대방도 중심을 잘 잡을 수 있게 된다. 그 결과 건강한 관계가 만들어지는 것이다.

그러니 서로의 대화뿐만 아니라, 나와의 대화도 꼭 해보자!

마지막 세 번째로 서로에게 존댓말을 쓴다.

나와 남편은 5살 차이가 난다. 내가 학교에서 우유에 제티 타먹고 있을 때 남편은 입시결과의 쓴 맛을 맥주에 소주를 태워먹으며 속을 달래고 있었을 나이이다.

이렇게 생각해 보면 나이차이가 많이 나지만, 중요한 건 이게 아니다.

중요한 건 나이차이가 얼마가 나든 서로를 존중해줘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는 서로에게 ~했어요? 이것 좀 해줄래요?라고 나는 말할 것도 없고 남편도 그렇게 존댓말을 해준다. 서로에게 존댓말을 하면 싸울 일도 별로 없고 듣는 입장에서 기분이 좋다. 단점이라면.. 없다. 존댓말 써서 불편한 사이가 계속되지 않을까?라고 생각 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사람은 적응의 동물이라 하지 않았던가 뇌는 어떤 상황에 반복적으로 노출이 되다 보면, 익숙해진다고 했다. 처음엔 어색하지만, 계속 쓰다 보면 여느 부부와 다름없이 편안한 관계가 된다.


 이런 이유 저런 이유 다 있지만 결국 내가 결혼한 이유는 ‘그 사람’이기 때문에 결혼했다. 모든 이유를 불문하고 저 한 가지 이유만으로도 내가 결혼하기엔 충분한 이유가 되었다.

연예인처럼 잘생기고 키 큰 매력보단 키는 작지만 슈트나 제복을 입으면 아우라가 풍기고 그에 맞는 행동과 매너를 보여주는 것에 있어서 매력을 느꼈다. 때로는 아이 같고, 나보다 더 여린 사람이지만 작은 덩치로 나를 지키려는 모습과 그 누구에게도 보여주지 않은 모습을 내 앞에선 거리낌 없이 보여주는 순수한 모습의 사람이라 나는 내 남편과 결혼했다.


요즘 같은 불경기에 갓생 사는 MZ세대들에게 결혼은 어쩌면 사치일 수 있다. 누군가 결혼하면 어때요?라고 묻는다면  

‘인생에 한 번쯤은 해보면 좋을 경험인 대신에 선택에 신중을 기하고 또 기해서 했으면 좋겠다.’고 대답할 것이다.

MZ여 결혼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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