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다치거나 사라지거나

참선수첩(禪帖) p.13

by 분촌

'그 슬픔이 나'라고 하면 믿으려 하지 않겠지만

'그 기쁨이 나'라고 하면 믿으려 들 것이다.


슬픔이 나라고 하면 믿을 수도 있겠지만

슬픔이 부처라고 하면 믿을까?


매우 소중히 여기는 존재를 바라볼 때 불어오던 바람이

누군가를 증오할 때 불어오던 바람과

같다고 하면 믿을까?


거짓말쟁이라 부를 수 없어서

중생이라 하는 모양이다.

상하고 다치고 아픈 것이

괴로움을 뜻하지 않

'나'는 언제나

상했다, 아프다 하며

'나'를 위해 울고

그러면서 정작 언제나 조금도 다치지 않고 상하지 않으며

더 굳고 거대해져가고 있는 것이다.


고통은 진리이지만,

괴로움은 상상일 뿐.


'나'는

녹슬지 않는 쇳덩이

썩지 않는 나무등걸

풍화되지 않는 바위.

바위보다 억센 주머니.

그 주머니보다 질긴

실로 짠 스크린.


반드시 사라질 것을 믿는다.

별보다 많은 씨앗과 함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