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 늦게 변희수 하사의 부고 소식을 보았다. 자기 자신으로 살아가기 위해 용기를 낸 사람이 결국 세상을 떠났다. 자신의 존재를, 목소리를 외면당한 이들이 삶을 등질 때마다 두려운 의문을 품게 된다. 소수자를, 이방인을 끝내 환대하지 않고 인정하지 않는 사회에서 나와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은 안전할 수 있을까. 성소수자가 당당하게 살아남는 것은 언제쯤 더 이상 과제가 아니라 당연한 일이 될 수 있을까.
할 수 있는 일은 작은 기부뿐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턱없이 적은 금액이지만 군인권센터를 비롯한 몇 단체에 후원을 했다. 연대는 간절한 마음이 아니라 사소한 실천을 통해 비로소 의미를 갖는다는 걸 뒤늦게 깨달은 덕분이었다. 앞선 이들의 용기와 행동이 없었다면 지금쯤 나의 삶은 어떠했을지 상상해본다. 그 용기 있는 행동이 스러지지 않도록 더 힘을 보태지 못했다. 죽음은 늘 그런 부채감을 남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