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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석우 Jul 23. 2017

넓은 사람들을 위한 Deepr한 이야기

미디어 언론 Deepr(디퍼) 윤지원, 정인선 기자 인터뷰

지난 6월 말, 첫 열아홉 프로젝트로 방문했던 메디아티

그곳에서 우연히 미디어 언론 디퍼(Deepr)를 만나고 한 달...

(작가의 부족함으로 인해...) 수차례 일정을 조율하고 나서야 드디어 인터뷰를 확정 지을 수 있었다.


기자를 꿈꾸는 열아홉이기에 더 많은 기대를 품는 건 당연했다.

아, 그리고 지난 인터뷰들을 통해 사진은 내 길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 그래서 이번에는 사진작가를 지망하는 친구 동섭이를 만나 함께 동행했다.




분명히 한 번 왔었던 길인데 왜 길을 잃었는지 참으로 미스터리다. 동섭이를 고생시킨 것 같아 괜스레 미안했다.

(또다시 작가의 부족함으로 인해...) 결국 인터뷰에 20분을 늦고야 말았고 죄송한 마음과 함께 비좁은 엘리베이터를 땀 찔찔 흘리며 올라갔다. 막상 또 올라갔더니 이번에는 1층에 계신다고 전화가 왔다. 메디아티와는 매번 연이 참 안 좋다는 것을 깨달으며, 다시 비좁은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갔다. ㅎㅎ;;


매번 올 때마다 느끼지만, 시설이 참 좋은 메디아티. 그치만 엘리베이터는 좀 많이 덥다.


다시 만난 윤지원 기자님은 참 반가웠다. 평소 정치 기사에서 자주 접할 수 있었던 정인선 기자님 또한 실제로 마주하니 정말 신기했다.


그렇게

동섭이의 카메라 셔터 소리와 함께 인터뷰가 시작됐다.




많고 빠르기만 한 게 아닌
더 깊은(deeper)한 것


디퍼(Deepr) 로고 ©디퍼
Q0. 안녕하세요! 먼저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저는 디퍼의 윤지원 기자입니다. 2월 말부터 디퍼에서 근무를 시작했고 현재는 발행인을 맡고 있어요.(대표라고 생각하시면 될 것 같아요.) 주로 사람들을 인터뷰하는 것을 좋아해요.

 저는 디퍼의 정인선 기자입니다. 함께 3월부터 일해오고 있고요 대학에서 정치학을 전공한 이후로 정치와 관련된 주제의 기사를 많이 쓰고 있어요.

 현재 저희 디퍼는 이렇게 두 명이 상시 출근을 하고 네 분께서 외부 기고를 지속적으로 해주고 계세요. 일러스트 한 분도 저희 홈페이지나 기타 디자인 맡아주시고 있으세요.


Q1. 디퍼는 무슨 일을 하는 곳이고, 어떻게 구성되어 있나요?

 저희가 디퍼를 만들게 된 건 밀레니얼 세대의 뉴스 콘텐츠 소비에 대한 문제의식이었던 것 같아요. 밀레니얼 세대라고 불리는 2, 30대 중에 언론을 잘 안 보고 그와 관련된 콘테츠 또한 멀게만 느끼는 사람이 많아요. 그래서 저희 디퍼는 평소 시사와 언론을 잘 접하지 않는 2, 30대가 편하게 읽을 수 있는 뉴스를 만들자는 목표의식을 가지고 만들었어요. 그리고 이러한 목표가 단순히 말에서만 그치지 않을 수 있게 오리지널 콘텐츠와 더불어 '디퍼야 취재를 부탁해(이하 디취부)'와 '디퍼스'와 같은 주문형(on demand) 콘텐츠를 진행하고 있어요.

 디취부는 사람들이 뉴스를 소비하는 데서 멈추지 않고 뉴스 생산부터 참여할 수 있게 하자는 취지에서 시작했어요. 정기적으로 일주일에 한 번씩 제보를 받고 SNS 투표를 진행해요. 그리고 투표의 결과를 보고 기자들이 스스로의 주제를 맡아 취재를 진행하죠. 더 나아가 디퍼스를 통해 독자들이 직접 기사를 쓰기도 해요. 주제 던지기에서 그치지 않고 독자들이 스스로 생산하고 싶은 기사의 기획안을 저희에게 제출하면 심사 후 (신청자분이) 취재를 진행하는 거죠. 독자들의 '효능감'을 가장 메인으로 둔 거죠. 자신의 개인적 궁금증이 바로 언론으로 연결되는 점에서 느껴지는 효능감이 굉장히 중요해요. 기사를 관리하는 게 아니라, 주제 선정, 취재, 그리고 발행까지 모든 면에서 독자들과 함께 하는 거죠.


Q2. 디퍼(Deepr)라는 이름이 인상적인데, 왜 디퍼인가요? 더 깊게?

 3월에 베타를 오픈했을 때, 피상적인 사실만을 나열하고자 하는 것이 아닌 그 이면 혹은 의견을 다루는 기사를 쓰고 싶었어요. 그런 의미에서 디퍼라고 이름을 붙였죠. 매일 수많은 뉴스가 쏟아지는 세상에서 개인이 방향을 잡기 위해서는 단순히 일어난 일들을 나열하는 것을 넘어 그 이면에 어떤 의미가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게 더 도움이 되는 일이라고 생각해요. 많고 빠르기만 한 것이 아닌, 더 깊은(deeper)한 것에 초점을 뒀달까요. 어느 정도까지 깊게 다루고 알려야 하는지는 계속 고민하는 것 같아요. 다만, 전문인들만 알아들을 수 있는 형태가 되지 않으면서 사람들이 최소한의 호기심만으로도 읽을 수 있는 기사를 쓰고 싶어요.


왼쪽부터 윤지원, 정인선 기자 ©김동섭


Q3. 디퍼에서는 어떻게 기사가 나오나요?

 그때그때 다른 것 같아요. 초반의 기사들의 경우에는 요즘 관심 있는 주제에 대해 수다를 떨다가 나온 주제들을 선정한 적도 있어요 ㅎㅎ 하지만 선거와 같은 공적인 이슈들의 경우에는 계속해서 기성 언론들이 다루지 않는 각도를 고민해요. 예를 들면, 지난 대선 기간 문재인 선거 유세 중에 성 소수자들이 기습 시위를 벌였던 장서연 변호사를 인터뷰했던 것과 같이 말이죠.

 디취부나 디퍼스의 경우에는 간단한 편집을 거치지만 오리지널 콘텐츠의 경우에는 저희의 사적인 경험에서 시작한 경우가 많았던 것 같아요. 그렇지만 포착한 소재들을 어떻게 풀어내야 하는지 굉장히 많이 고민했어요.


Q4. 최근 다양한 미디어 스타트업들이 떠오르고 있는데 타 미디어 스타트업과 디퍼의 차별점, 혹은 특징은 무엇인가요?

 우선 저희가 주력하는 콘텐츠는 글이에요. 물론 글의 형식으로 비슷한 활동을 진행하는 기업들이 있어요. 하지만 그런 기업들이 세대의 불만과 욕구를 표현하는 것 자체에 중점을 두고 있다면, 저희는 보다 정제된 용어로써 보다 더 넓은 층의 사람들이 저희의 기사를 접했으면 해요. 저희의 이름이 '디퍼'이듯이, 현 사안에 대한 감정을 넘어 어떤 부분들이 실질적으로 필요할지를 초점으로 두려고 해요. (물론 잘 하고 있는지는 잘 모르겠어요...^^) 물론 저희의 독자층이 2, 30대인 만큼 '밀레니얼'이라는 말을 많이 사용하고 있지만 궁극적으로는 청년 매체 혹은 밀레니얼 세대라는 수식을 떼고 싶어요. 아, 그리고 저희는 주제를 한정해서 기사를 내보내는 타 미디어에 비해서 보다 넓은 범위의 기사를 쓰는 것 같기도 해요. 저희가 하고 싶은 것 외의 것들도 하고요.


밝은 분위기에서 진행된 인터뷰 ©김동섭


Q6. 수익 모델에 대한 질문을 빼놓을 수가 없겠...죠..? 하핳

 사실 저희도 궁금해요 (띠-용) 그동안은 투자로 운영이 됐는데 투자 외의 다른 방법을 계속해서 생각 중이에요. 디취부를 펀딩 모델로 연결시킨다든가 등의 다양한 아이디어를 고민하고 있어요. 한 번은 '디퍼 살롱'이라는 오프라인 행사를 진행하기도 했어요. 국민연금에 대해 한 번, 4차 산업혁명과 박정희 패러다임에 대해 한 번 진행했는데 반응이 괜찮더라고요. 특정 주제에 대해 함께 이야기할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하는 것 또한 수익 모델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싶어요. 하지만 아직 어떤 모델을 통해 돈을 벌고 있다 말하기는 힘든 것 같아요...;;


'옳은 언론'과
'대중적 언론' 사이


Q7. 최근 소수자 관련 이슈가 상당히 많은 것 같아요. 디퍼의 기사들을 보면 이런 이슈들을 꽤 '진보적'으로 조명했다는 생각이 드는데, 여러 이슈들을 다루며 디퍼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저널리즘의 가치는 무엇인가요?

 저희가 초창기부터 계속해오던 고민이었어요. 옳은 말을 하는 뉴 미디어는 많아요. 하지만 저희는 보다 더 많은 사람들에게 그 '옳은 것'을 와 닿게 하고 싶어요. 예를 들어, 여성 혐오에 대해 사람들이 이야기할 때 그 주제에 대해 해박한 사람들은 당연하다는 듯이 대화하겠죠. 그러나 모든 디퍼의 독자들이 그러리라 생각하지는 않아요. 초반에 디퍼의 방향성에 대해 이야기할 때 옳은 것, 정의 등의 기본적인 언론의 가치들에 대해 이야기했어요. 그 결과, 이 시대 청년들이 보편적으로 가지고 있는 포인트를 '공정성'으로 잡았어요. 사회적으로든, 경제적으로든 말이죠. '옳은 말'을 하는 언론과 '대중적 언론' 사이의 간극을 어떻게 채울 수 있을지를 고민하고, 모든 청년들(혹은 그 이상의 세대가)이 공정하게 주제를 접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어요.

 같은 문제의식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이야기하기는 쉬워요. 하지만 그 사람들의 언어로부터 거부감을 느끼는 사람들 또한 존재해요. 그런 사람들이 비난에 문제의식을 느끼기는 쉽다 만약 그 문제의식이 정말 옳은 것이라면, 가르치고 꾸짖지 않으면서 문제의식에 공감할 수 있게 하는 것이 저희의 역할이겠죠. 물론 이것만으로 저희를 다 정의하는 게 아니라, 하나의 지침이라는 거예요.

현재 한국에서 여러 논쟁의 주제가 된 퀴어퍼레이드 ©허핑턴포스트

 한 배우가 성소수자인지 아닌지가 화두로 떠올랐을 때가 있었어요. 그때 저희는 그 사람이 소수자이건 소수자가 아니건 상관이 없다는 주제의 기사를 썼는데, 이 기사를 쓸 때 '성별 이분법'이라는 단어를 사용하지 않으려고 했어요. 읽는 사람들 중 그런 표현에 개념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의 접근성이 떨어지기 때문이었죠. 이런 것과 마찬가지인 것 같아요. "너무 자극적이지 않아?" "다른 곳이랑 같은 내용이지 않아?" 등의 이야기를 항상 나눠요. 저희가 이런 고민에 부딪힐 때, 전 편집장님께서 주장하는 말을 쓰지 않으면서 주장할 수 있어야 한다고 고 충고하시기도 했어요. 독자들은 분명 기사에 무언가를 소망해요. 그것이 무엇이건 계몽하는 말투가 되지 않는 것, 가장 주의하고 두려워하는 지점이에요.


Q8. 소규모 미디어 스타트업으로서, 겪는 어려움이 있다면?

 우선은 사람 문제가 있어요. (이런 일을) 하고 싶은 사람들이 분명 많지만 저희처럼 풀타임으로 하기도 힘들어요. 그 밖에도 같이 의견을 조율함에 있어서도 시간이 걸려요. 돈 문제도 당연히 있어요. 대학생들끼리 하는 동아리 같은 게 아니니까 노동에 대한 대가를 받아야 하는데... 수익모델에 대한 어려움이죠. 또, 직접 취재할 때, 취재 대상 분들께 저희에 대한 설명을 다 해야 하는 것도 그렇고 기존 언론사에서 쉽게 접근할 수 있는 분들을 몇 다리 걸쳐서야 만날 수 있어요.

 하지만 저희여서 할 수 있는 것들도 분명히 있어요. 다른 관점으로 접근하는 데 있어 자유롭고 또 말랑말랑해서(위협적이지 않아서) 좋아요 ㅎㅎ 기성 언론들의 이미지, 혹은 그 방식과는 다른 것을 꾀할 수 있어서 좋은 것 같아요. 실제로 노동조합에 취재를 요청했을 때, 다른 루트로 접근하기도 했어요. 언론에 대한 노조의 방어적 태도를 극복하는데 오랜 시간이 걸리지도 않았고요.


뒷모습도 아마추어 ©김동섭


대체하는 것이 아닌
풍성해져 가는 것


Q9. 대안 언론들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데, 어떻게 바라보고 계세요?

 기성 언론들의 위치는 그대로인 것 같아요. 욕하면서도 신뢰를 하는 거죠. 특정 이슈에 대한 첨예한 대립이 있을 때, 자신의 입맛대로 보는 게 아니라 일단은 TV를 켜요. 경험적으로 축적된 것들을 무시할 수는 없어요. 깨는 것도 히들고요. 하지만 그것을 또 반드시 깰 필요는 없다고 생각해요. 언론 기업들이 내부적으로 변화해야지 신흥 대안 언론들이 기성 언론을 '대체'할 수는 없을 거예요. 다만, 저희와 같은 사람들이 많아져야 이런 변화도 가능할 것 같아요. 대체하는 게 아닌 풍성해져 가는 거죠. 저희 같이 양극 간 사이에서의 지점을 찾는데 노력할 수도 있고요.


9와1/2. 호...혹시 채용 계획은..?

 단계적으로 논의하려고 해요. (석우 : 아 네...(부무룩))


Q10. 마지막으로 하고 싶으신 말이 있으시다면?

윤지원 기자님 :

 성공한 사람이 아니라, 반 발짝 앞선 사람인 것 같아요. 저는 기성 언론을 목표로 하다 우연찮게 이 판으로 들어왔거든요. 보다 많은 사람들이 생겼으면 좋겠고 이 분야의 스펙트럼도 점점 넓어지지 않을까 싶어요. 현재 대한민국 언론 문화의 문제점들을 개선하는 데 있어 저희 디퍼가 앞선 실험자가 되면 좋겠어요.

정인선 기자님 :

 지금 저희에게 있어 여러 일을 한꺼번에 진행하는 건 불가능에 가까운 것 같아요. (채용도 그렇고) 이렇게 저희가 희생해서 일하는 게 아니라, 일한 만큼의 정당한 대가를 얻었으면 해요. 그래야 이런 길을 선택하는 사람들이 많아지겠죠. 그래서 저희가 토대를 잘 마련해보려고 해요. 참고할 만한 사례가 될 수 있게끔.




대한민국에서 최근 일어난 일련의 사건들은 대부분 상식을 벗어나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 사건들을 누구보다 오래 알고 있었음에도 함구했던 이들, 바로 언론이었다.

'진실'에 목마른 세상

너무나도 당연한 것에 목마른, 이상한 세상이다.


여전히 세상은 기울어져 있다.

돈, 성별, 나이 등 잘못된 가치들이 세상을 규정하는 척도로서 작용하고 있다.

그럼에도 스스로의 진실을 찾고

자신의 방식으로 '잘못된 것'에 도전하는 사람들이 너무나 멋있고 또 존경스럽다.


'가장 일상적인 것이 가장 정치적이다.'

개개인이, 혹은 기자 스스로가 일상 속에서 품을 수 있는 질문을 무시하지 않고 포착하려는 자세. 디퍼 인터뷰에서 내가 가장 깊게(deep) 느낄 수 있었던 부분이다.

디퍼의 앞으로의 행보를 진심으로 응원하며, 바쁘신 와중에도 긴 시간을 내어주신 기자님들에 대한 감사 인사와 함께 마무리를 지어볼까 한다.


나중에 선후배로 뵐께요 윤지원, 정인선 기자님 ©김동섭




2017년 7월 17일 늦은 오후,

    오늘 나는 모두를 위한 새 언론 Deepr를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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