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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석우 Dec 08. 2017

최고존엄, 그 사람의 미디어

G-Pictures(쥐픽쳐스) 국범근 대표 인터뷰 with 이육샛별

 올해 중순 브런치를 시작한 이후, 정말정말 오랜 시간의 연락을 거쳐 국범근 씨를 드디어(!) 만났다.

 다양한 사회의 이슈들을 10대의 언어로 쉽고 편하게 알려주는 쥐픽쳐스의 영상들을 보며 가장 먼저 인터뷰를 진행하고 싶었지만, 비록 열아홉의 막판에서라도 인터뷰를 진행할 수 있게 돼 기대를 감출 수가 없었다.

쥐픽쳐스 유튜브 채널 ©유튜브

 현재 미디어 전문 엑셀러레이터 기업 메디아티(Mediati)에 입주해있는 쥐픽쳐스를 만나기 위해, 1학년 이육샛별과 대학로로 향했다. 저번 인터뷰를 깜빡해('석우의 브런치' 두 번째 글 참고) 미안했다며 직접 커피를 사주신 국범근 씨. 따뜻한 커피 향 가득한 카페에서 진행한 국범근 씨와의 유쾌했던 인터뷰, 그 이야기를 지금부터 시작한다.




언론과 교육의 공백 메우기


Q0. 안녕하세요! 먼저 자기소개 부탁드려요 ^_^

 안녕하세요 저는 현재 쥐픽쳐스(G-Pictures)의 대표를 맡고 있는 국범근입니다.


Q1. 쥐픽쳐스에 대해 간단하게 소개 부탁드려요.

 쥐픽쳐스는 제가 운영하는 미디어 스타트업이에요. 주로 10대 후반에서 20대 후반 연령대의 사람들에게 정치를 최대한 즐겁고, 쉽게 전달하고 있어요.


 처음 쥐픽쳐스를 시작한 건... 학교에서의 경험 덕분이었던 것 같아요. 교내 UCC 대회에 참여했는데 너무 재밌더라고요. 처음에는 영상을 만들고, 제 얘기를 하는 게 재밌어서 생각 없이 시작한 거죠. ㅎㅎ 사소하게 시작했지만, 점점 어떤 영상을 만들어야 할지 고민하며 나아가고 있어요.

국범근 씨. 포토샵 처리를 해달라 하셨으나, 내가 포토샵을 잘 못한다.

 저희 쥐픽쳐스에서는 주로 영상 콘텐츠를 제작해요. 10대 전후의 독자들이 시사, 뉴스 등 어렵게만 느끼는 이야기들을 쉽고 재밌게 정리해서 알려주는 거죠. 학교에서 놓치고 있는 정말 중요한 지식들이 있다고 생각해요. 학생들의 교육과 언론 사이 공백을 메우고자 노력하고 있어요. '이슈 먹방'이라는 콘텐츠를 통해서는 여러 사회 문제에 대한 맥락을 독자들이 이 영상 하나만으로 이해할 수 있도록 하고 있어요. 또, '인생은 실전이야 늅늅아'라는 콘텐츠를 통해서 학교에서 제대로 알려주지 않는 살아가는 데 필요한 꿀팁, 그리고 '젤리플' 콘텐츠를 통해서는 10대 후반의 청소년들이 자유롭게 성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는 문화를 만들고자 노력하고 있어요.


Q2. 이름은 왜 쥐픽쳐스인가요?

왜라고 생각하세요?

서... 설마.. 국범근 픽쳐스..?
('Gookbumgeun' Pictures..?)

맞아요 ㅋㅋㅋ

 영상 제작이 재밌어서 채널을 만들긴 했지만, 뭔가 이름에서 간지(멋)가 안 나더라고요. 어떻게 하면 있어 보일까 고민하다 나온 게 G-Pictures죠. 물론 그 당시에는 이렇게 커질 줄 전혀 상상도 못 하였고요. 현재 저희 쥐픽쳐스에는 저와 상근 직원 한 분, 그리고 가끔씩 오셔서 도움을 주시는 디자이너 분도 계세요.


Q3. 10대 후반을 독자로 설정하신 데는 특별하신 이유가 있나요?

 처음에 이 쥐픽쳐스를 시작했을 때의 나이가 10대 후반이었으니까 자연스럽게 그 세대의 이야기를 했던 것 같아요. 그게 10대 후반에서 20대 초반이 된 거죠. 현재 대한민국은 입시 교육을 강요하면서 학교에서 친구들이 진정 배워야 할 교육을 받고 있지 못하고 있다고 생각해요. 실제 삶과 교육, 삶과 언론 간의 공백이 있고, 힘들어하죠. 그것을 해결하기 위해서 어떻게 해야 할까 고민했어요. 그 결과가 바로 스스로 생각하고 판단할 수 있도록 독자들에게 유용한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는 것이었어요. 자연스럽게 콘텐츠를 만들어가면서 생긴 결과라고 생각해요.


질문하는 샛별이


나는 왜 이 콘텐츠를 만드는가?
내 콘텐츠는 어떤 보탬이 될 수 있는가?


Q4. 쥐픽쳐스는 어떻게 콘텐츠를 만드나요? 소재나 아이디어를 어떻게 얻는지도 궁금해요.

 다른 회사랑 다른 건 없어요 ㅎㅎ 주제를 찾고 그것을 확정해서 콘텐츠를 기획해요. 기사랑 논문과 같이 필요한 자료들도 계속 찾아보고 대본을 작성해요. 이후에 촬영과 편집을 거쳐 영상을 제작해요. 컷 편집은 주로 제가 하고, 나머지 효과는 다른 분이 해주세요. 이렇게 만들어진 콘텐츠를 유튜브, 페이스북 등의 플랫폼으로 발행하는 거예요.


 독자들이 '지금' 가장 궁금해하는 것이 무엇일까를 중심으로 생각하는 것 같아요. 더 나아가, 독자의 위치에서 공감하며 그것을 '진정으로' 궁금해하는지도 알아야 하겠죠. 그러기 위해서, 1) 내가 왜 이 콘텐츠를 만드는지, 그리고 2) 내 콘텐츠가 어떤 보탬이 될 수 있는지를 생각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Q5. 쥐픽쳐스가 콘텐츠를 통해 전달하고 싶은 고유한 메시지가 있다면 어떤 것일까요?

 저희의 주요 독자층이 청소년 분들인데, 인생에 중요한 전환기를 앞두고 있으신 분들인 만큼, 교육과 언론이 놓치고 있는 부분들을 아주 작고 사소하게라도 해보고 싶어요. 저희 쥐픽쳐스 소개글을 보면, 어린-어른 연착륙 플랫폼이라고 되어 있어요. 지금껏 학교와 사회는 우리 사회의 청소년들이 어른이 돼서 스스로 살 수 있는 힘을 마련해주지 않았어요. 청소년들이 사회로 나가 맞이하는 '추락'을 '연착륙'으로 바꾸고 싶어요. 뉴스를 읽는 능력을 예로 들어보면, 나중에 어른이 돼서 필요한 지식과 정보를 쥐픽쳐스를 통해 배울 수 있도록 하자는 거죠. 타깃을 명확히 하고, 그 사람들이 굶주려 있는 지점이 어딘지를 주목하고 있어요.


Q6. 콘텐츠를 만들 때, 어떤 지점을 가장 고민하세요?

 언론은 청소년들에게 어떤 이야기를 해야 하는 거고, 그 독자들이 정말 필요로 하는 이야기는 어떤 것들일까요? 학교에서 억압받아온 이야기? 물론 공감도 이끌어낼 수 있어요. 그렇지만, 도대체 기성 미디어와 청소년 미디어의 어디가 달라야 하는 걸까요? 기성 언론에서 청소년들의 억압 사례를 심층 취재해서 보도한다면, 청소년 미디어는 경쟁력을 가질 수 있을까요? 아무래도 힘들 거예요. (주제를) 파고드는 데 익숙한 쪽이 훨씬 더 잘 파고들 수 있거든요. 저도 굉장히 헷갈렸던 지점이에요. 청소년/청년 세대의 이야기를 하면 그게 청소년/청년 미디어가 되는 걸까요? 그건 아니더라고요.


빨대로 미디어 설명하기

 10대가 뉴스를 외면하는 이유, 뉴스를 봐도 무슨 말인지 모르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기성 언론의 타깃은 10대가 아니니까 그들(10대)을 위해 친절해질 필요도 없는 거죠. 그렇다고 학교에서 신문을 읽을 때 팁을 알려주는 것도 아니에요. 10대가 아무리 뉴스를 본다고 해도, 그들에게 친절하게 설명해주는 사람은 없어요. 그 세대만의 이슈만을 전달하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해요. 금리 인상이든, 혹은 그보다 더 어려운 어떤 이야기든 10대가 이해할 수 있도록 친절하게 접근하면 된다고 생각해요.


 '마케팅'이 뭘까요? 저는 '설득'이라고 생각해요. 엄청 멋진 광고를 해서 마케팅이 끝나는 건 아니잖아요. 저 사람들이 뭘 필요로 할까를 생각해야죠. 그게 굉장히 단순하면서도 어려운 일인 것 같아요. (커피 빨대를 가리키며) 이 빨대가 필요한 사람은 만 원을 주고도 살 거예요. 그다음에 광고가 있는 거죠. 청소년/청년 미디어에서도 저 독자들에게 정말 필요한 게 어떤 것일지를 고민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독자들에게 자신이 지금 무엇이 필요한지를 설명하라고 하면 못해요. 진짜 '문제의식'이 구체적이지 않으니까요. 그래서 최대한 그 사람들이 어느 부분에서 힘들고, 최대한 접촉하면서 생각을 해보는 수밖에 없어요. 저도 얼마 전에야 조금이나마 감이 잡힌 것 같아요.. ㅎ


Q7. 주로 10대가 정치에 무관심하다고들 하잖아요.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요?

 '친박 청산', '원내대표' 등 낯선 정치 용어들을 이해하기 위해, 그 이전의 사회적 맥락을 알아야겠죠. 나아가 10대와 정치의 연관관계를 알려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내 삶이 곧 정치라는 것, 그리고 이 과정에서의 효능감을 확인하는 과정이 중요한 것 같아요. 대통령 뽑고 국회의원 바꾸면 세상이 변하는 것과 같은, 그런 효능감이랄까요? 법과 정치 시간에 아무리 원론적인 이야기 떠들어봤자 (10대들의 정치 무관심 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해요.


쥐픽쳐스 사무실


Q8. 수익구조는요?

 수익의 대부분은 네이티브 애드에서 나와요. 컨셉에 맞는 제품이나 콘텐츠, 회사 등을 소개하면서 돈을 받고 있어요. 나머지 부족한 수익을 어떻게 확보할지 고민하고 있어요. 아직 경제적으로 힘들지는 않지만, 이 사업이 지속 가능하기 위해서는 안정적으로 수익을 창출할 수 있어야겠죠.


사실의 파편 속 하나의 줄기 잡기


Q9. 본인이 생각하는 올바른 저널리즘은?

 진실에 대한 끊임없는 갈구라고 생각해요. 사실과 진실은 다르잖아요. 사실은 그냥 사실이에요. (컵을 드시며) 내가 이 컵을 잡았다는 건, 그냥 사실이죠. 하지만, 이 사실 넘어에서의 맥락이 있고 진실이 있다고 생각해요. 파편적으로 분리되어 있는 그 사실들을 타당한 맥락으로 묶어 사실 간의 연관성을 밝히는 일, 그것이 언론이 진짜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해요. 예를 들어볼게요


(퍽) 아얏!


 제가 이렇게 석우 씨를 때렸어요. 그 사실만 보도되면, 저는 그냥 희대의 아주 나쁜 놈이 되는 거죠. 근데 만약 석우 씨가 저를 스토킹하고 학교폭력했다는 기록이 있어요. 그러면, 제가 석우 씨를 때린 건 온전한 진실은 아닌 거겠죠. 세상 모든 얘기가 사실은 그렇다고 생각해요. 사실관계는 항상 있어요. 하지만, 그 사실들의 연관성을 파악해 진실을 찾아내는 과정은 힘들더라고요. 박근혜 최순실 때도 그랬어요. 사실의 파편들은 계속해서 보도되지만, 그것이 어떤 그림인지를 파악하기 힘들었던 거죠. 태블릿, 미르 재단, 정유라... 각각의 사실들이 분리된 사건처럼 보였지만, 사실은 이 다양한 사실들이 하나로 연결된 큰 흐름의 줄기가 있었어요. 그 진실의 실체를 알리는 것이, 언론이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해요. 이러한 맥락을 10대, 20대 독자들이 이해할 수 있도록 저희가 돕는 거고요. 물론, 그러한 맥락에 대한 판단 기준은 달라질 수 있어요. 그래서 독자분들에게 이 사실관계를 어떻게 제공할 것인가에 대해 저만의 원칙과 소신을 중심에 두고 콘텐츠를 제작하려고 해요.


쥐픽쳐스가 있는 대학로 거리
Q10. 힘든 점? 좋은 점?

 가장 힘든 점은, 도대체 제가 뭘 해야 하는지였어요. 일주일에 영상을 몇 개 만들어야 하나 고민하는 것보다 제가 뭘 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드는 그 순간, 자유로운 제 몸과 달리 마음은 미쳐갔던 것 같아요. 이대로 망해버려야 하나 싶기도 하고요. 하지만 이러한 고민이, 가장 힘들었지만 필요했던 시간이었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가장 좋은 건, 이 고민의 끝에 제가 하고 있는 일이 기존의 것들을 메우고 있고, 또 누군가에게 도움과 보탬이 될 때인 것 같아요. 이런 과정이 즐거워요. 제 삶의 의미와 행복을 줄 수 있는 일을 한다는 게 가장 좋은 것 같아요.


Q11. 미디어 스타트업에 도전하는 사람들에게?

 재밌게 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자기가 즐거운 일을 부담 없이 시작하라는 말씀을 드리고 싶어요. 그런 과정에서 질문이 생길 거예요. 내가 뭘 만들어야 할지, 나는 어떤 이야기를 전달할 것인지에 대한 것과 내가 하는, 혹은 만드는 것이 저 사람들에게 전해저야 하는 이유를 생각하신다면, 훨씬 수월하게 할 수 있으실 거라고 생각해요.


Q12. 마지막으로 , 사람들이 왜 쥐픽쳐스를 봐야 한다고 생각하세요?

 네... 일단 재밌고요.... 그렇...다고 믿고 있고요...! ㅎㅎ 세상을 가지는 자신만의 관점을 가질 수 있도록 사람들에게 기회를 드리고 싶다는 것이 제 핵심적인 사명이에요. 자기가 뉴스를 봐도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거나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을 가지고 싶으신 분들이 제 콘텐츠를 통해서, 세상을 보는 이해가 조금이나마 커지지 않을까 싶어요. 그리고 그것에 제가 가장 관심을 두고 있다는 점은 확실한 것 같아요.




 얼마 전, 국범근 씨는 '세상을 바꾸는 시간 15분'(이하 세바시)의 단상에 올라가 강의를 했다. 필자 또한 세바시에 직접 가서 국범근 씨를 다시 만나볼 수 있었다. 강의를 들으며, 자신만의 진실을 찾기 위한 국범근 씨의 열정과 고민의 시간을 다시 한번 느낄 수 있었다. 강의가 끝난 뒤 샛별이와 저를 다시 반갑게 맞아주시던 국범근 씨의 환한 얼굴을 계속해서 영상 속에서 만날 수 있기를 바라며, 쥐픽쳐스 국범근 대표의 인터뷰 글을 마친다.


마침내 찍은 단체사진. 후원이 간절하신 국범근 씨


2017년 11월 9일, 쌀쌀한 오후

        오늘 나는 청소년을 위한 언론, 쥐픽쳐스를 만났다.



사서함

boosw1999@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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