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긴 도대체 언제 열어요?"
그게 저도 잘...
책방자리를 계약하고 2개월간의 렌트프리 기간을 약속 받았다. 단풍 들 때쯤 계약했으니 첫눈 올때쯤 오픈하면 되려나 적당히 생각하며 집과 책방을 오가기 시작했다. 아귀가 잘 들어맞지 않아 한참을 끼웠다 돌렸다 해야 하는 은색열쇠로 문을 열고 들어가면 몇달은 묵은 먼지 냄새가 훅 끼쳐오는 열 평짜리 작은 공간. 집에서 가져온 작은 빗자루로 바닥을 쓸다가 책 팔아서 부자 되는 상상을 하곤 했다. 그때는 물론 몰랐지. 어느 책방지기가 쓴 책 제목처럼 책방은 '성수기도 없는데 비수기'인 업종임을.
오랫동안 비워져 있던 1층 통유리창 상가에 누가 들어와 멍하니 서있는 걸 본 동네주민들이 지나가다 슬며시 들어오는 일이 잦아졌다.
"여기 뭐 들어와요?"
"책방이요!"
책방을 열 거라고 하면 별 쓸데 없는 게 다 들어오네 라는 속마음을 숨긴 채 '아~'라는 의미 없는 사회적 감탄사를 남기고 돌아가는 분들이 절반, 동네책방이 뭔지 잘 이해 못한 채 수고하시라는 인사를 남기고 돌아가는 친절한 분들이 그 절반의 절반, 동네책방이 들어온다는 소식에 반가워하며 오픈 날짜를 물어오는 분들이 또 그 절반의 절반의 절반이었다.
"책방 들어오는 거 너~~무 좋다! 언제 여세요?"
"네? 아 그게 저도 잘... 한 12월쯤?"
이런 나사 빠진 대답을 몇 번 하면서도 여전히 빗자루질이나 하고 거미줄이나 치우던 어느 날, 드디어 사업자등록증을 내러 세무서에 방문했다. 어? 그런데 개업년원일을 쓰는 칸이 있네? 적당히 주변을 둘러보다 달력을 발견하고 12월 중 아무 토요일이나 하지 뭐 하고 정한 게 12월 10일.
이제 누가 물어보더라도 당당히 대답할 수 있게 됐다. 저 12월 10일에 책방 문 열어요!
과연 이 약속은 지켜질 수 있을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