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5. 팀장의 승진 발표
전사 회의 공지가 떴다.
[공지] 2025년 상반기 인사 발표 - 3월 25일 오후 2시
심장이 쿵 내려앉았다.
정수연 선배의 말이 떠올랐다.
"박팀장, 당신 프로젝트 성과로 부장 승진할 거예요."
6개월 내로.
"들었어? 박팀장 이번에 부장 확정이래."
"대박! 벌써?"
"당연하지. 이번 프로젝트 완전 대박이었잖아.
대표님이 엄청 칭찬했다며?"
카페테리아가 떠들썩했다.
나는 샌드위치를 삼킬 수가 없었다.
박팀장이 환하게 웃으며 들어왔다.
"다들 들었죠? 이번 인사 발표."
팀원들이 웅성거렸다.
"제가... 부장 승진 후보에 올랐어요."
박수 소리.
"이 모든 게 우리 팀 덕분이에요.
특히 지난 프로젝트 성공이 결정적이었죠."
나를 보며 웃었다.
"김 대리님, 실무 열심히 해줘서 가능했어요. 고마워요."
실무.
또 그 단어.
나: 박팀장 부장 승진 확정 직전이에요.
정수연: 예상했어요. 제 때도 그랬거든요.
이성민: 우리 성과로 계속 올라가는구나...
강혜진: 이번엔 막아야 해요. 또 승진하면 더 많은 피해자 생겨요.
정수연: 지영씨, 증거 정리 다 됐죠?
나: 네. 근데... 언제 제출하는 게 좋을까요?
정수연: 승진 발표 전이요. 발표 후엔 늦어요.
이성민: 타이밍이 중요해요. 너무 일러도, 늦어도 안 돼요.
강혜진: 승진 발표 2-3일 전이 딱이에요.
나: 그럼... 3월 23일?
정수연: 완벽해요.
"오늘은 우리 팀장님 승진 축하 회식입니다!"
이 과장이 소주잔을 들었다.
"박 부장님!"
"아직 부장 아니에요!"
박팀장이 웃으며 손사래를 쳤다.
"그래도 곧 부장님이시잖아요!"
건배!
나는 입에 술을 댈 수가 없었다.
"팀장님! 한 곡 하세요!"
박팀장이 마이크를 잡았다.
♪ "나는 이제 꿈을 꿀 거야~" ♪
팀원들이 환호했다.
나는 화장실로 갔다.
거울 속 내 얼굴.
참아야 한다.
조금만 더.
박팀장이 복도에 서 있었다.
취기가 오른 얼굴.
"김 대리님, 요즘 표정이 안 좋던데요?"
"...괜찮습니다."
"혹시 그때 일 때문에 아직도 기분 나빠요?"
그때 일.
내 프로젝트를 가로챈 일.
"아니에요."
"그럼 다행이다.
나도 미안해요. 김대리님 고생한 거 알아."
진심 어린 표정이었다.
"근데 조직이 그런 거잖아요.
팀장이 책임지는 대신 성과도 가져가는 거.
김대리님도 언젠가 팀장 되면 알게 될 거예요."
웃으며 내 어깨를 두드렸다.
"내가 부장 되면 김대리님도 좋은 자리 주도록 노력할게요.
응?"
노력할게?
내 6개월을 가져가놓고 '노력할게'?
이제 내일이다.
내일 증거를 제출하면 모든 게 시작된다.
두려웠다.
정말 할 수 있을까?
회사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까?
휴대폰이 울렸다.
정수연 선배.
"지영씨, 내일이죠?"
"네... 근데 선배님, 저 너무 무서워요."
"당연히 무서워요. 저도 그랬어요."
"만약 실패하면...?"
"실패해도 괜찮아요."
"네?"
"적어도 싸웠잖아요. 침묵하지 않았잖아요."
"..."
"그리고 지영씨, 우리가 있어요.
혼자 아니에요."
눈물이 났다.
"선배님... 고마워요."
"울지 마요. 내일 파이팅!"
출근했다.
평소와 똑같이.
"지영아, 어제 회식 재밌었지?"
"응..."
"팀장님 기분 좋아 보이시더라!"
"그러게..."
아무렇지 않은 척.
하지만 가방 속에는 USB 3개,
인쇄한 증거 서류 100페이지.
심호흡을 했다.
문을 두드렸다.
"들어오세요."
HR 최부장이 나를 봤다.
"김지영 대리? 무슨 일이에요?"
"...정식 제보하러 왔습니다."
"제보요?"
서류 봉투를 책상 위에 놓았다.
"성과 가로채기 및 조직 내 부당행위 제보"
최부장의 표정이 굳었다.
"이게... 전부 증거예요?"
100페이지 서류를 펼쳤다.
"네. 여기 파일 작성 기록, 이메일, 메신저 대화, 회의록, 팀원 인터뷰..."
"그리고 이게 가장 중요합니다."
박팀장이 작성한 기여도 평가서.
김지영 대리: 70% 박재민 팀장: 20%
"팀장님 본인이 제가 70%를 했다고 인정했어요.
근데 발표는 팀장님이 하셨고,
성과도 전부 가져가셨어요."
최부장이 서류를 넘기며 읽었다.
"그리고... 저만 당한 게 아닙니다."
USB를 건넸다.
"지난 3년간 4명이 같은 피해를 당했어요.
모두 증언할 의향이 있습니다."
"4명이요?"
"네. 정수연 전 대리, 이성민 전 대리, 강혜진 전 선임.
모두 같은 패턴입니다."
최부장의 표정이 심각해졌다.
"김 대리, 왜 하필 지금...?"
"박재민 차장이 내일 부장 승진 예정이라고 들었습니다."
"..."
"그 승진이 제 성과를 바탕으로 이뤄진다면, 정당하지 않습니다. 막아야 합니다."
최부장이 한참을 생각하더니 말했다.
"...조사하겠습니다. 며칠 시간이 필요해요."
"내일 인사 발표 전에 가능할까요?"
"최선을 다해보겠습니다."
다시 내 자리로 돌아왔다.
손이 떨렸다.
드디어 시작됐다.
정수연: 제출했어요?
나: 네. 방금.
이성민: 잘했어요!
강혜진: 이제 우리 차례예요.
정수연: 우리 모두 준비됐어요. HR에서 연락 오면 바로 증언할게요.
나: 고맙습니다... 진짜로.
박팀장이 HR에 호출됐다.
"갑자기 왜 부르는 거야?"
중얼거리며 나갔다.
30분 후.
박팀장이 돌아왔다.
얼굴이 창백했다.
나를 쳐다봤다.
그 눈빛.
알고 있다는 눈빛.
박팀장이 내 자리로 왔다.
"김 대리님, 잠깐 봐요."
복도로 나갔다.
"HR에 뭐라고 한거죠?"
목소리가 떨렸다.
"...사실대로 말했습니다."
"김대리... 미쳤어요?"
"저는 제가 한 일에 대한 정당한 평가를 받고 싶을 뿐입니다."
"지금 당신 커리어를 망치고 있는 거야!"
"아니요. 제 권리를 찾는 거예요."
"권리?"
박팀장이 비웃었다.
"회사가 어떻게 돌아가는지도 모르면서.
김대리는 이제 끝이야."
"그건... 두고 봐야죠."
단톡방이 불타올랐다.
정수연: HR에서 연락 왔어요! 증인 조사 요청!
이성민: 저도요! 내일 화상 인터뷰 잡혔어요!
강혜진: 저도 연락받았어요!
나: 드디어...
정수연: 이제 시작이에요. 우리 함께 끝까지 가요!
남편이 물었다.
"정말 괜찮아?"
"응. 이제 돌아갈 수 없어."
"후회 안 해?"
잠시 생각했다.
"아니. 후회는 싸우지 않았을 때 하는 거야."
회사 분위기가 이상했다.
HR팀이 긴급회의 중이라는 소문.
박팀장 승진 보류됐다는 소문.
"무슨 일 있나 봐..."
"인사 발표 연기됐대..."
복도에서 수군거림.
그리고 오후 2시.
전 직원 메일.
[공지] 내부 조사 진행에 따른 인사 발표 연기 안내
일부 인사 건에 대한 검증이 필요하여, 당초 예정된 3월 25일 인사 발표를 연기합니다.
드디어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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