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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 그냥 지원하면 다 되는 거 아냐?

다사다난했던 나의 취업 스토리 1

by 참깨보꿈면

1. 박사는 '적당히'만 해도 대기업에 갈 수 있는 걸까


내가 학위를 받고 취업을 준비하면서 가장 많이 들었던 말들의 요점을 정리하면 아마 이럴 것이다.


박사도 취업 준비라는 걸 해? 그냥 원하는 회사 골라 가면 되는 거 아냐?


주변 친구들, 그리고 심지어 부모님조차도 박사가 왜 '취업 준비'를 해야 하는지에 대한 의문을 가진다.

나조차도 처음에는 의문이 가득했으니 당연한 일이다.


요즘 현실이 그렇다. 회복세라고는 하지만 아직은 취업 시장 자체가 많이 활성화된 느낌은 아니고..

회사는 신입보단 경력직을 원한다. (그럼 나는 어디서 경력을 쌓나?)


심지어 박사 취업은, 100명 중 10명을 뽑는 게 아니라 10명 중 1명을 뽑는 경쟁이라

더더욱 작은 바늘구멍을 통과하는 것 같았다.


내가 이 비좁은 취업 시장에서 살아남으려 발버둥 친 유일한 방법은 남들보다 많이 지원하는 것뿐이었다.

여러 번의 지원 끝에 고쳐 쓴 지원서에는, 회사와 함께 성장하겠다는 내 간절함이 어딘가 묻어나지 않았을까.


학생 신분에서 벗어나 사회로 첫 발을 내딛는 사회초년생에게는 '적당히'라는 것은 없다.



2. 학위가 밥 먹여주진 않더라


학위를 취득하고 1년간 총 13번의 지원서를 작성했다.

아마 학부를 졸업하고 취업을 준비하는 많은 지원자들에게는 분명 많은 횟수는 아닐 것이다.

하지만 이 글을 보는 박사들에게는 꽤 많은 횟수일 것이라고 생각한다.


두 가지 이유가 있는데,

1. 박사 취업 자리 자체가 적다.

2. 취업 자리가 있더라도, 직무 FIT이 좁아져서 원서를 쓸 곳이 없다.


핑계라면 핑계일 수 있는 이유지만,

요즘처럼 경기가 어려운 시기에는 인건비를 축내는 박사를 꼭 뽑아야 할 이유가 없는 것이 아닐까.


각설하고, 내가 쓴 원서 중에 채용 프로세스로 넘어간 지원서가 10개였고,

그중 서류에서 탈락한 원서가 6개, 최종 합격은 4개였다.

내가 1년간 지원한 기업들


최종 합격이 네 곳이라 기뻤는가 물으면, 물론 그렇다고 대답하겠지만

실제로는 여섯 번의 탈락이 나에겐 훨씬 더 큰 좌절과 낙담을 가져다줬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


학위가 있다고 무조건 뽑는 것도 아니고, 내가 전문성이 있다고 무조건 뽑는 것도 아니었다.



2024년 9월, 처음 지원했던 LG전자를 시작으로

가장 마지막으로 지원했고 최종 입사를 결정한 SK 하이닉스까지.


탈락의 고배에 낙담하기도 하고,

서류 탈락 (두산에너빌리티)

합격의 축배에 취하기도 했던,

최종 합격 (SK하이닉스)


다사다난했던 나의 박사 취업 후기를 공유해보고자 한다.


다른 누군가의 글을 읽으며 도움을 받았던 것처럼,

나의 글이 누군가에게는 정보를, 누군가에게는 위안을 줄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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