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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화. 취업을 방해하는 자격증, 박사

다사다난했던 나의 취업 스토리 2

by 참깨보꿈면

1. 취업을 방해하는 자격증


어린 시절 나는 '공부 잘 하게 생겼다'라는 말이 정말 듣기 싫었다.


4살 터울의 여동생은 길거리에서 명함도 받고 어딜 가던 예쁘다는 말을 귀에 딱지가 앉도록 들었는데,

왜 나는 한 번도 '잘 생겼다', '멋지네'라는 말을 들어본 적이 없는지 ...


뭐 그래도 나는 공부하는 것 자체는 꽤 맘에 들었다.

앉아서 꾸준히 무언가를 탐구하고 분석하는 행위 자체가 즐거웠다.


그런 성격 때문일까, 아니면 관상 때문일까. 뭐가 됐든 2017년도의 나는 대학원을 선택했다.

그리고 7년 반이라는 길고 긴 시간 끝에, 나는 2024년 8월 박사 학위를 받았다.

2024년 8월, 학교에서 졸업스냅!


왜 대학원에 갔는지에 대한 질문을 취업 면접 내내 받았는데, 내가 준비한 답변은 다음과 같았다.

학부 시절 교수님께서 '박사란 세상에 존재하지 않던 새로운 개념을 현실로 구현해내는 사람'이라는 말씀을 해주신 적이 있습니다. 그 이야기에 감명받아, 저도 공학을 통해 세상의 발전에 기여하고 싶어 대학원에 진학하게 되었습니다. 실제로 저는 학위 연구를 통해 현재까지는 존재하지 않던 친환경 에너지 기술을 현실로 구현하는 복사냉각 연구를 수행한 바 있습니다. ... (후략)


그렇다면 진짜 박사의 자질이 나에게 있는가? 라는 마음속 질문에는 솔직하게 아니라는 답변을 내놓고 싶다.


내가 학위과정 내내 생각한 박사란, 단지 내가 어린 시절 생각했던 30대의 나를 현실화시키는 일종의 자격증이었다. 좋은 차, 좋은 집 그리고 안정적인 직장을 실현하는데 도움을 주는 도구,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따놓고 보니 안 사실이지만 학위는 그런 게 아니었다.

객관적으로 놓고 볼 때, 박사 학위는 사실 취업에 하나도 도움이 되지 않는(!) 자격증이다.

(취업 문이 더 좁아지는, 하드 모드로 가는 길이라고 해야겠다.)


대학원 생활의 끝에 펼쳐질 탄탄대로를 기대하면서 달려왔는데...

현실은 아직도 '취준생'이라니.



2. 본격적인 취준생의 길로 들어서다.


본심사가 끝난 2024년 6월의 나는 학위를 가진 것 하나만으로 세상을 다 가진 것 같았지만,

기분은 2024년 9월 첫 번째 입사지원서를 쓰며 금새 추락했다.


9월 초, 학교에 찾아온 채용박람회에서 LG전자가 신입사원을 채용한다는 소식을 들었다.

LG사이언스파크 근처에 거주하고 있어서인지 나에게 LG그룹은 친숙하다 못해 그 어느 기업보다도 가고 싶은 회사였다.

모두가 워라밸 결정의 1순위로 꼽는 '직주근접'이 현실로 이뤄지는 곳이었기 때문이다.


당시의 나는 신입채용, 경력채용이 뭔지도 잘 몰랐고 채용박람회에서 뭘 물어봐야하는지도 몰랐다.

지원 전략은 고사하고, 채용 프로세스가 어떻게 이뤄지는 지조차 몰랐으니...


채용박람회에서 길고 긴 줄을 기다려 선 내가 LG전자 직원분께 물어본 내용이라고는 지금 생각해보면 웃기다 못해 창피한 수준이었다.

Q. LG전자에 입사하고 싶은데, 제가 한번도 취업 준비를 한 번도 해본 적이 없어서요. 뭘 준비하면 좋을까요?
A. 신문 기사 등을 토대로 회사가 관심을 가지고 있는 분야에 대해 많이 공부해 보세요. 연구실 선배가 회사에 계시면 그 분께도 여쭤보시구요.

정답이었다. 누군가 주변에서 취업을 준비한다면 반드시, 그리고 가장 먼저 해주고 싶은 이야기다.


그렇게 선배에게도 연락하고, 열심히 원서를 쓰고 제출한 뒤 얻은 결과는,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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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시다시피 탈락이었다.

LG전자 서류 탈락

생각지도 못한 서류 탈락을 경험한 나는

내 인생에 없을거라 생각한 취준생의 길을 걷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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