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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화. LG전자, 나를 뽑아라!

다사다난했던 나의 취업 스토리 3

by 참깨보꿈면

1. LG전자, 나를 왜 뽑지 않았니?


취업박람회에서 추천해 주신 방법에 대해서 약간의 의문을 가진 채로,

졸업 후에 한 번도 교류가 없었던 LG전자에 다니시는 연구실 선배에게 연락을 드렸다.


솔직히 2018년에 졸업하시고 나서 그 흔한 안부 인사 한 번을 안 드렸던 것 같은데...

연락을 드리면서도 나 스스로 진짜 염치가 없다는 생각을 했던 기억이 난다.


그런데, 천운일까? 웬걸, 이번 채용하는 부서가 바로 그 형님이 계신 팀이었다!

공대 나와 서울권에서 근무하며 연구개발 쪽 직무를 할 수 있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나의 꿈의 직장이라고 생각했는데 하늘이 나를 돕나 보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선배도 오래간만에 연락한 후배가 예뻐 보였던 건지, 아니면 정말 같이 일할 사람이 필요하셨던 건지는 몰라도 추석 연휴에 시간을 내어서 내 자기소개서와 포트폴리오를 직접 만나서 봐주시겠다고 하셨다. (LG전자는 신입 직무인데도 포트폴리오를 요구하더라. LG 에너지솔루션도!)


사람이 잘 되려면 인생에 귀인이 찾아와야 한다고 말하던데, 돌이켜 생각해 보면 내가 취업에 성공했던 것은 누가 뭐래도 이때 내 자료를 봐주신 우리 선배님 덕이라고 생각한다.


추석 연휴 전날 밤까지 초안을 작성하여서 흑석역 근처 카페에서 3시간가량 이야기를 나누었다.

형님께서 주신 작성 요지는 3가지였다.


1) 자기소개서에는 키워드가 필요하다.

자기소개서는 단지 자신의 강점을 어필하는 글이라기보다는,
회사의 니즈(키워드)를 바탕으로 내가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인재라는 것을 강조해야만 한다.

2) 그 키워드는 내부 사람들을 통해라. (채용박람회를 가는 이유가 아닐까?)

회사의 니즈는 회사 사람들만이 안다.
내부 정보를 캐오라는 것이 아니라, 회사가 해결하고 싶은 문제의 키워드를 파악해라.

3) 처음 읽는 사람도 이해되는 자기소개서, 처음 보는 사람도 알 수 있는 포트폴리오를 구성해라.

첫 스크리닝은 HR(인사팀)에서. HR이 이해할 수 있는 자료를 만들어라.
키워드와 정성을 담은 자료로 어필해라.


내가 초안으로 작성한 자기소개서는 이 요지들에 모두 부합하지 않았다. 추석 연휴 마지막 날 제출이었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우리 집에서도 아내의 친정에서도 노트북을 붙잡고 자기소개서와 포트폴리오를 수정했다.


내 나름대로 약 일주일 간, 본심사 준비할 때 이후로 처음 밤을 새우며 아래와 같은 자기소개서를 작성했다.

LG전자 자기소개서 작성본. 다시 읽어보니 부끄러운 수준이다.
5장짜리 포트폴리오의 마지막 페이지

지금 읽어보면 자기소개서에 키워드도 잘 들어가 있고, 처음 읽는 사람들을 배려하기도 했는데...

왜 서류에서 탈락했을까?


돌이켜 보면 두 가지 이유가 있는 것 같다.

1) 직무 FIT이 잘 안 맞는다.

자기소개서에 자만심이 드러난다. 내 자기소개서는 키워드와 배려가 들어가 있지만, 내가 HR이라면 이렇게 느꼈을 것 같다.

나 쫌 치는데, 한번 뽑아 보던가?

그렇게 느껴지는 가장 큰 이유가, 직무와 내가 학위과정 동안 수행해 온 연구와의 관련성이 전혀 드러나지 않는다는 점이다.


흑석역 카페에서의 3시간 동안 선배가 주는 키워드를 하나도 체화하지 못한 상태에서 자기소개서를 작성하려니, 그냥 내 연구를 '키워드'라는 것으로 얼기설기 엮어놓은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그리고 연구 내용 면에서도 직무와 관련 있는 연구를 선별해서 작성한 것이 아니라, 나 이렇게 많이 해봤어! 를 강조하면서 직무와 상관없는 다양한 경험을 강조했다.


아마 추후에 다른 편에서도 유사하겠지만, 내가 학위과정 동안 수행했던 여러 연구과제들 중에 직무와 관련 있는 과제를 선별하고 이 과제들 간에 어떤 스토리라인을 만들어 낼지 고민하는 과정이 반드시 필요했다고 생각한다.


다시 해당 직무를 지원한다면 아마 이런 식으로 자기소개서를 쓰지 않을까.

저는 학위 과정 동안 당신의 회사가 필요로 하는 모든 부분들에 대해 전문성을 쌓아 왔습니다.


2) 박사 채용 자리가 없다(!)

내가 신입 채용을 세 번 정도 지원했는데, 보통 모집 요강에 '2월 입사 가능한 자' 또는 '학/석/박 2월 졸업(예정)자'와 같이 요건을 적어주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저 학/석/박 졸업(예정)자의 경우 학사도, 석사도, 박사도 모두 뽑는 것일까?

내가 HR은 아니지만 아마 No일 가능성이 높겠다.


팀 내, 어떤 일을 할 사람을 뽑을 때 그 업무에 적합한 사람들 중 가성비가 좋은 인력을 뽑지 않을까 싶다.

그런 측면이라면 정말 일반적으로는, 박사가 후순위일 가능성이 높지 않을까. 비용 자체가 많이 들어가니까.


새로운 아이템을 개발하고, 최첨단에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고급 인력이 필요한 경우가 아니라면

언제나 박사는 채용에서의 후순위가 아닐까.


2화에서도 보여드렸지만 한번 더 불합격 소식을 공유한다.

네. 뭐가 됐든 불합격입니다!




2. 박사 채용은 안 하나요?


그렇다면, 박사만 채용하는 경우도 있을까?

경험상 흔하진 않지만 있다. 이런 박사 채용은 채용 공고에서 보기는 어렵지만(그래도 종종 나온다!),

가장 흔한 루트가 바로 '헤드헌팅'이다.


2024년 8월 즘일까. 졸업 후 떠난 2주간의 여행을 마치고 돌아와서는 내 나름대로 본격적인 취업 준비를 하겠다 하면서 두 가지 플랫폼을 찾아보았다. 하나는 링크드인(https://www.linkedin.com/), 다른 하나는 사람인(https://www.saramin.co.kr/)이다.


먼저 졸업한 박사 친구가 이 플랫폼들을 알려줬는데, 본인도 이런 헤드헌팅사를 통해서 삼성전기에 입사했다. 그 친구의 모든 이야기를 알 수는 없지만, 헤드헌팅을 통해 선별된 사람들이 채용 프로세스를 돈다고 생각하니 합격확률도 더 높지 않았을까 싶다.


그리고 2024년 9월, LG전자 입사지원서를 쓴 직후 나에게도 기회가 찾아왔다.

삼성전기... 나도 갈 수 있을까?


다음 화) 삼성전기에 지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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