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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화. 헤드헌팅이 뭔가요. 먹는 건가요?

다사다난했던 나의 취업 스토리 4

by 참깨보꿈면

1. 헤드헌팅사로부터의 연락


제미나이에게 헤드헌팅이 뭐냐고 물어보면, '기업이 필요로 하는 특정 인재를 찾아 추천하는 채용 방식'을 의미한다고 알려준다.


맞다. 특히 이런 특정 인재는 회사에 있는 인력 풀로 대체하기 어려운 전문성을 가진 사람일 가능성이 높다.

모 헤드헌팅사로부터 받은 이메일로부터 내 생각이 옳다는 것을 어느정도 파악하였다.

특히 우수박사 조건에 해당하시는 분들께만 이렇게 연락드리며 우수박사 분들의 Loss를 없애기 위해 JD (Job description)를 일일이 정리하여 드리기보다는 프리인터뷰가 잡혔을 때 면접 부문과 직무를 알려드리는 방식으로 진행하고 있습니다.
아무래도 박사 분들 특성 상 JD가 조금이라도 본인과 맞지 않으면 지원 자체를 안 하시는 경우가 많아서 이렇게 진행합니다. JD는 아무래도 다양한 인력 pool을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브로드할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그렇다. 이런 헤드헌팅 채용은 대부분 박사 또는 경력직을 대상으로 하여 각 회사에서 필요한 인재를 조달하는 혁신적인 방식인 것이다.


3화에서도 이야기했지만 링크드인, 사람인으로부터 굉장히 다양한 헤드헌팅사의 연락을 받았다.

실제로 내가 지원했던 회사 중에서 삼성전기, 삼성전자, 삼성바이오로직스, 두산에너빌리티까지 4개의 회사는 헤드헌팅사를 통해 지원했다. 뿐만 아니라 다양한 중견, 중소기업들, 그리고 나와 잡 핏(Job Fit)이 잘 맞지 않는 여러 회사들에서 내게 문의가 왔었고 이런 헤드헌팅을 통한 취업 시장 또한 매우 활발한 시장이라 생각한다.


헤드헌팅사로부터 오는 채용 과정은 꽤나 심플하다. 아마 추후에 이야기 하게 될 사내 추천인을 통한 채용 과정과 유사하다고 말하고 싶다.


지원서 작성 → 프리인터뷰(전화) → 1차 면접(직무) → 2차 면접(인성) → 처우협의 → 최종합격


신입 채용과 달리 AI 인터뷰나, 영어 시험 같은 복잡한 절차 없이 진행되고, 헤드헌터가 직접 내 채용에 관여해서 회사에 궁금한 점이나 직접적으로 회사에 물어보기 어려운 연봉/복지 등을 조금 더 쉽게 물어볼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여하튼, 나는 LG전자 입사지원서를 쓴 직후 삼성전기 회사가 의뢰한 헤드헌팅사로부터 2024년 9월 채용 제안 메일을 받게 되었다.




2. 헤드헌터와의 연락, 그리고 삼성전기 지원


재미있게도, 나와 통화하고 메일을 보내주신 헤드헌터는 삼성전기에 간 내 친구를 합격시킨(!) 바로 그분이었다. 내가 친구에게 OOO씨 알아? 라고 하니, 자기도 그 분을 통해서 입사지원을 했고 최종합격까지 했다고 잘 해보라고 응원해주기도 했다.


아마 그 팀장님도 내가 그 친구의 친구인지는 몰랐겠지만, 감사하게도 채용건을 소개해주신 덕에 내가 입사지원을 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링크드인을 통해 내 이력을 일부 파악하시고 연락을 주셨다고 한다.


이 때, 나는 정말 당황스러운 고민을 하고 있었다.

지금 생각하면 어이가 없는데 당연히 LG전자에 합격할 것 같아서 삼성전기 지원서 자체를 쓰고 싶지가 않았던 거다(!!!!!!!!!).

따지고 보면 귀찮다는 거였다. 내 자만심은 바벨탑보다도 높이 솟아 하늘을 찌르고 있던 것이다.

그렇게 2024년 10월 17일, 나는 대충대충 작성한 삼성전기 지원서를 헤드헌터에게 회신했다.


그리고 약 2주 뒤인 10월 29일, 프리인터뷰 관련 안내를 받았다.

굉장히 기분 좋은 시작이었다. 친구가 그렇게나 좋다고 외치던 삼성전기 중앙연구소에서 내 이력서에 관심을 갖고 인터뷰를 보게 된 것이다.

프리인터뷰 안내 메일. 삼성전기 중앙연구소라니!

직무와 관련된 유튜브 들도 굉장히 많이 보내주셨다. 이후 다른 헤드헌터분들과도 이야기를 많이 나눴지만, 이렇게 진심을 다해 도와주신 분은 팀장님이 유일하셨다.

회사 관련 신문기사들을 보라고 말씀해주셨던 LG채용박람회에서 만난 직원분이 생각나는 그런 모먼트였다.


프리인터뷰 관련해서 나는 크게 두 가지를 준비했었다.

1) 관련 예제 공부

해당 직무는 내가 지금껏 해온 연구 내용과 직접적인 연관이 있지는 않았지만, 내가 가진 전공 지식을 적용하여보는 직무였다. 학위과정 내내 다양한 해석 툴을 다뤄왔어서 그런지 왠지 모르게 자신감에 차있었고, 심지어 내가 사용하는 해석툴에 해당 직무에서 원하는 예제를 제공하고 있었다.

한두시간 정도 예제에 대해 공부하고, 해석도 돌려 보고, 관련 기사나 논문 등을 찾아보면서 직무에 활용할 수 있는 개념을 공부하기도 했다.


2) 이력사항 공부

내가 이력서로 제출한 내용들에 대해 검토하고 몇번 훑었다.

솔직히 이 때까지만 해도 LG전자가 내가 가야할 직장이었고, 삼성전기는 예비번호 정도를 줬던 것이다. 가진 것도 없는 주제에 배짱이 아주 두둑했던 것 같다.


그렇게 11월 1일. 삼성전기 인사팀에서 직접 안내해준 대망의 프리인터뷰 날이 다가왔다.

지금 생각해보면 이것도 참 바보같은데, 강의실을 대관하거나 집에서 인터뷰를 봤으면 될 것을. 굳이 출근해서 차에서 전화를 받으며 굉장히 불편한 환경에서 인터뷰를 봤다.

아마도 LG전자 불합격 소식을 받은 이후였다면 (이 소식은 11월 5일에 받았다.), 내가 좀 더 진심을 다해서 프리인터뷰에 임하지 않았을까?


프리인터뷰 내용은 간단했다. 먼저 면접위원께서(실무자셨다) 본인 소개를 해주시고, 어떤 직무에 FIT한 사람을 뽑고 싶은지를 직접 말씀해 주셨다. 그리고 나서 질문 시간이 이어졌다.

질문에 대한 세부 사항을 밝히긴 어렵지만 크게 두 가지로 나뉘었다.

1) 내 이력에 대한 질문

이력사항 관련해서 내가 주저자로 작성한 논문들을 모두 읽고 오셨다. 팀 내에서 생각했던 직무 FIT과 조금 달랐던 내용들에 대해 상세한 질문을 주셨다.


2) 주어진 직무에 대한 질문

쉽게 말해, 다음과 같은 질문이다.

우리가 직면한 어떤 문제가 있는데 이걸 본인이라면 어떻게 해결하겠어요?

나는 다음과 같이 답했다.

그건 현실적으로 불가능합니다.


한마디로 난 그냥 미친 사람이었다.

볼 것도 없이 탈락할 만한 답변을 해두고, 나는 합격 소식을 기다렸다.


그리고 11월 6일.

삼성전기 불합격!

나는 LG전자 불합격 소식을 받은 다음 날 다시한번 삼성전기에 불합격했다.

만약 지금 와서 다시 면접을 본다면, 내가 알고있는 모든 지식을 동원해서 그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의지와 집착이라도 보였을 것이다.


충분히 대답할 수 있는 문제인데도, 내가 수치해석 전문가라는 자만심을 가지고 그런건 불가능하다고 단정지었을 뿐만 아니라 면접위원을 오히려 가르치려 드는 내 태도가 얼마나 못되어 보였을지. 면접위원께도 이 자리를 빌어 죄송함을 전하고 싶다.


그날 집에 돌아오는 길에, 아내의 면을 볼 낯이 없었다.


.

.

.


하지만 나에겐 또다른 희망이 있었다.

바로 킹차갓무직들이 다니는 현대자동차다!




번외. 링크드인에는 뭘 쓰나요?


나는 여러 플랫폼을 활용하여 취업준비를 했다.


블라인드나 잡플래닛, 리멤버 등의 커뮤니티를 통해서 질문도 올리고 답변을 받기도 하고, 연봉이나 직무에 대한 서치를 하기도 했다. 특히 경력직 채용 관련하여 리멤버 사람들의 도움을 많이 받았다. 타 플랫폼 대비 연령대가 좀 더 높은 기분이라, 진지한 토론을 많이 도와주신 기분이다.


또한 링크드인, 사람인을 통해서 앞서 말한 헤드헌터들의 콜을 받기도 했다. 헤드헌터들이 내가 올려놓은 이력서를 검토하고 그걸 기반으로 나에게 직접 직무를 제안해준다는 점이 굉장히 매력적이었다.


그러면 링크드인에는 도대체 뭘 써야 나에게 직무 제안이 올 수 있을까?


다음과 같은 내용을 써 보는 것은 어떨까.


[이력사항 요약]

■ ㅇㅇㅇ 관련 연구과제 00건 수행

■ (학위연구주제) 연구

■ (나의 강점)

■ 특허 등록/출원 각 00건/00건

■ SCI(E) 저널 출판 00편(주저자 00편)


[학력사항]

2024.09 ~ 현재 OO대학교 Post-doc.

2017.03 ~ 2024.08 OO대학교 기계공학 박사

(세부전공 : OOOO)

2013.03 ~ 2017.02 OO대학교 기계공학 학사

Dissertation : (학위논문제목) 및 (한글제목)


[보유 역량] (예시입니다.)

■ Programming Languages : MATLAB, Python, Visual Basic (VBA for Excel)

■ Simulation Tools : ANSYS Fluent/CFX, COMSOL Multiphysics, TAIThermIR, Simulink

■ 3D Modeling Tools : CATIA, SolidWorks

■Analysis Tools : FT-IR spectrometer (Vertex 70), UV-VIS-NIR spectrophotometer (Cary 5000), Scanning electron microscope (JSM-6510), Surface profiler (Dektak), Infrared camera (FLIR A655sc, T540/Infratec ImageIR 8100)

■ Measuring Instruments : Data acquisition system (DAQ; Keysight Daq970a), K/J-type Thermocouple, Pyranometer(PYRA 10), Pressure gauge

■ Fabrication Skills : MA-6, EVG Aligner, Microwave asher, Spin coater, PECVD, E-beam evaporator, ICP etcher, Wet bench

■ Miscellaneous : Microsoft Excel, Microsoft PowerPoint, Microsoft Word, OriginPro


[수상 실적]

2023.07. OO상, 수여기관

2023.06. OO상, 수여기관

2019.07. OO상, 수여기관

2018.07. OO상, 수여기관

2015.08. OO상, 수여기관

2015.02. OO상, 수여기관

2014.08. OO상, 수여기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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