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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화. 현대자동차 요즘 잘 나간다던데...

다사다난했던 나의 취업 스토리 5

by 참깨보꿈면

1. 현대자동차에는 아는 사람이 많아요. 하지만...


2024년 말 최고의 화두는, 아마 현대자동차의 성과급이 아니었을까?

성과급 얼마 준다가 신문 기사를 장식하는... 그런 회사 어떤데!

당시 최고로 잘나가던 현대자동차도 2024년 9월 말, 나를 위한 채용공고를 띄웠다.


당시 LG전자 입사지원서를 제출하고 삼성전기의 헤드헌터를 통해 지원의사를 밝힌 나는,

갑작스러운 현대자동차의 채용공고에 작성하던 삼성전기 지원서를 저 멀리 미뤄두었다.


나는 기계공학과를 졸업해서 그런지 삼성전자보다 현대자동차에 학부 동기며, 연구실 선·후배들이 잔뜩 입사해서 다니고 있었다. 대충 생각만 해보더라도.... 모비스까지 포함하면 적어도 10명 이상이 있는 것 같다.


그 말인 즉슨! 회사 직원을 통한 키워드 확보가 쉽게 가능하다는 것이다!

요즘 최고의 전성기를 누리고 있는 회사에 들어가는 꿈같은 일이 벌어질 것만 같았다.


JD를 보자마자 총 3명의 연구실 사람들에게 연락을 드렸다.

모두 현대차 남양연구소 아니면 마북연구소에서 근무하고 계셨는데,

다들 회사에 오래 근무해서인지, 내가 지원하고자 하는 직무에 대해서 정말 밑바닥부터 차근히 설명해주셨다.


심지어, 앞선 화에서 언급했던 삼성전기 친구가 9월 말에 결혼을 했었다. 그때 학부 친구들이 많이 모였었는데, 정말 놀랍게도 내가 지원하고자 했던 부서와 협업을 하는 친구가 결혼식에 온 거다!

연구실 사람들에게 물어봤을 때보다도 훨씬 더 지원하는 직무와 관련된 정보들도 얻을 수 있었고, 심지어 자기소개서 첨삭까지도 도와줘서 합격에 성큼 다가갔다고 생각했다.


내가 지원하면서 느낀 자동차 회사는 분야 자체의 전문성이 높아서 인지는 몰라도 용어들이 좀 낯설었다.

아니면 내가 졸업한 연구실이 자동차 관련 연구를 많이 하지 않아서 일지도 모르겠다.

예를 들면, 뭐 시스템 단위 성능 평가라던가, 스플릿 소싱이라던가, 시스템 벤치라던가 등등...

그 단어들과 개념에 익숙해지기 위해서, LG전자에서 작성했었던 자소서를 기반으로 해서 현대자동차 서류 작성에 총력을 기울였다.


아마 나는 LG전자의 직주근접보다 오히려 현대차의 성과급이 더 매력적이었던 것 아닐까?

이 때까지만 해도, 나는 회사 선택의 기준이라는 것이 없었다.

'뭐 어디든 붙을 건데 나중에 골라 가면 돼'라는 막연한 생각 속에서 살았기 때문일까.

내가 밤에 잠도 못 이루며 했던 2025년 6월의 고민을 조금이라도 빨리 했으면 어땠을까 싶다.


현대차 자기소개서는 2천자였다. 근데 내가 하고 싶은 말을 다 담기엔 여백이 너무 좁다...


그렇게 지원서를 제출하고 며칠 뒤, 연구실을 졸업한 다른 박사도 현대차에 지원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그리고 한 3주 쯤 지났을까. 그 박사는 불합격 소식을 전했다.


물론 그 다음 1주 뒤,


.

.

.


나 또한 불합격 소식을 받게 되었다.

또또또 또!!! 불합격....



2. 끔찍한 연속 불합격 소식


2024년 6월 본심사를 보고 난 뒤, 난 내 인생이 탄탄대로일거라 호언장담했다.

졸업하며 매일 밤을 지새우던 때에, 아내에게도 조금만 기다려 달라고, 내가 돈 벌어 호강시켜주겠다고 장담했던 것 같다.


현실에서의 나는 그냥 한 명의 취준생이었다.

매일 모든 회사의 채용사이트를 들여다 보고, 내 직무가 없으면 낙담하는.


9월에 내가 지원했던 채용 결과는 11월에 모두 마무리 되었다.

11월 4일 현대자동차 불합격

11월 5일 LG전자 불합격

11월 6일 삼성전기 불합격


이렇게 나는 3일 연속 불합격 소식을 듣게 되었다.

마음이 무너져 내렸다.

아마 이 때 즈음 나는 학회 때문에 제주도 출장을 갔었는데, 마지막 삼성전기 불합격 소식을 듣고는 차 안에서 머리가 하얘졌고 내 인생이 끝난 것만 같았다.


어떤 회사를 가느니 어디가 더 돈을 많이 주느니 했던 장난스러운 말들이 한이 되었다.

설레발치고 자만하던 내가 미웠다.


2025년을 기약해보려던 그 때, 갑작스레 머릿속을 스쳐가는 메일 하나가 있었다.


삼성전자 DS부문 TSP 총괄에서 온 석/박사 연구원 모집 메일이었다.

당시 나는 삼성전자에 가신 선배에게도 '삼성전자는 집에서 너무 멀어서요.' 같은 말도안되는 헛소리를 지껄였는데, 이쯤 되어 똥줄이 탔던 것이다.


저도 TSP 총괄 가고싶습니다.

삼성전자가 다시한번 나의 희망의 끈이 되어주었다!




3. 자기소개서는 그래도 발전했다.


나는 현대자동차 지원서를 작성할 당시에 내 자기소개서를 발전시키기 위한 방향으로 회사의 '인재상'을 참고했다.

사실 회사의 인재상은 뭐랄까, 참 일반적이다. 모든 회사가 인재상을 서로 다른 말로 표현하고 있지만 회사의 인재상은 사실 한결같다.

사교적이고, 누구보다 뛰어난 문제해결 능력을 가졌으며, 자발적/주도적으로 일하는 사람.
근데 이제 창의성을 곁들인,


근데 내가 쓴 자기소개서를 보면 자신의 강점을 어필하느라 바쁘다.

"나는 어떤 분야에 전문성이 있고, 일을 잘 하기 위해 어떤 경험들을 쌓아왔습니다." 하는 그런 말들 말이다.

그러다 보면 누구나 당연하게 생각하는 인재상을 자기소개서에 반영하기가 정말 어렵더라.


심지어 회사에서 요구하는 자기소개서 분량은 500자~2000자 분량으로,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다 담기에는 너무 부족했다. 그래서 이 때부터, 자기소개서에 어떤 스토리를 넣고자 했다.


스토리라 함은 예를 들면 이런 거다.

남들한텐 없고 나만 있는 경험. 그걸 살려서 좀 더 강렬한 인상을 남겨보려는 작업이다.

모든 인재상을 두루 가진, 완벽한 나보다는 회사에서 요구하는 여러 인재상 중 내가 특출나게 가진 그것(!)을 강조해서 쓰면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서 출발했다.


2화에서 이야기했던 것 같은데, 박사의 자질이란 지금까지 없던 새로운 개념을 현실화하는 것이라고들 하더라. 그래서 나는 이번 자소서에는 '친환경'과 '집요함'을 강조하고 싶었다.


친환경 에너지라는 학위연구 주제를 잡기 위해 교수님을 설득하고, 연구시설을 옥상에 구축하기 위해서 행정실을 설득하고, 비가 와도, 땡볕 아래에서도 원하는 연구결과를 얻기 위해 노력했던 내 2023~2024년을 자기소개서에 녹여내기 위해 노력했다.

다 쓰고보니 뭐랄까, '도전', '실행력', '회복탄력성', '전문성', '데이터 기반 사고' 등 뭔가 현대차에서 원하는 인재상이 다 들어가있는 느낌이 됐다. 앞으로도 이런 방향으로 자기소개서를 쓰면 되겠다 싶었다.


비록 나는 현대차가 원하는 인재는 아니었지만,

이런 자기소개서를 바탕으로 나는 한 단계 더 성장한 것이 아닐까.



한달 뒤 2024년 12월에 발생한 갑작스러운 사회경제적 이슈로 모든 회사들이 채용 문을 걸어 잠궜고,

안그래도 차가웠던 채용 시장은 더더욱 얼어붙었다.


면접 한번을 못 가보고 끝난 나의 2024년 취업기는 잠시 휴식기를 가지려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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