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사다난했던 나의 취업 스토리 6
삼성전자는 크게 두 부문으로 나뉜다.
DS (Device Solutions), DX (Device eXperience)
앞선 화에서도 이야기했지만 나는 DS에 총 4번, DX에는 1번 이력서/지원서를 제출했다.
DS부문은 요즘 화두인 HBM 등 반도체 관련 업무를 하는 부문이라고 보면 될 것 같고,
(물론 파운드리 등 여러 사업부가 있다. https://www.samsung-dsrecruit.com/ 여기를 참조하세요.)
DX부문은 흔히들 이야기하는 MX사업부(무선사업부...핸드폰 하는곳), 그리고 DA사업부(가전)를 합쳐놓은 부문으로 우리 생활과 좀 더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보면 될 것 같다.
(https://www.samsung-dxrecruit.com/ 여기를 참조하세요.)
왜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삼성전자는 모든 부문이 모여 하나의 회사를 이루는 것을 표방하고 있다. 기업 가치 평가에서는 이걸 어느 정도의 리스크로 보고 있는 것 같기도 하다. (https://www.sisain.co.kr/news/articleView.html?idxno=54304 이런 이야기?)
각설하고, 돌아와서 다시 취준생의 눈으로 보면 삼성전자는 굉장히 여러 개의 회사로 나뉜 것처럼 보인다.
심지어 인사팀도 각 사업부 별(부문 별이 아니다.)로 다르다.
예를 들어서, DS부문 내 TSP총괄부서와 메모리사업부는 인사팀 자체가 나뉘어 있어서, 각 부서 간 지원 이력 간 상호참조도 하지 않는다고 한다. (내가 지원할 당시에는 그랬다. 직접 문의해 봤다!)
삼성전자는 엄청난 대기업이라 그런지 정말 다양한 루트를 통해서 지원이 가능한데,
4가지 정도로 정리할 수 있겠다.
1) 공개 취업설명회
삼성전자에서 직접 학교를 대상으로 취업 설명회를 개최한다.
학교를 대상으로 하는 행사는 항상 그랬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Tech & Careers Forum"이라고 하더라.
2025년 7월에도 각 학교에서 행사를 개최하는 데, 다양한 지역에서 열리고 커리어톡으로 사전 신청도 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경품도 빠방하다.
작년 연구실 동기형은 삼성 갤럭시탭(!)을 경품으로 받고 매우 기뻐했다.
2) 비공개 취업설명회
여하튼, 이런 공개적인 루트 말고도 연구실 별로 직접 채용담당자(인사팀)가 와서 설명회를 개최하기도 한다.
오면 밥도 사주고... 기념품도 주고 좋다고 한다.
여하튼 이런 기회를 잘 잡으면 취업에 조금 더 쉽게 성공하거나, 산학장학생 등에 지원할 수도 있으니 좋은 기회가 될 것 같다. (나는.... 이런 기회를 단 한 번도 깊게 생각해 보고 잡으려 시도조차 해보지 않았다!)
3) 신입/경력채용 https://www.samsungcareers.com/hr/
삼성커리어스를 통해 직접 신입/경력채용에 지원할 수 있다. 위 사이트에서는 삼성전자뿐만 아니라 다양한 삼성 계열사의 채용공고를 모두 올려놓는 사이트다. 대기업들은 다 이렇게 하더라.
링크드인이나 사람인에서도 이런 공고를 조회할 수 있다.
자기소개서를 직접 작성해서 제출하는 형식으로 가능하고, 대기업 인력풀에 직접 등록할 수도 있다.
(현대자동차에는 내 이력서를 올려두었다. 물론 지금까지 연락은 없다.)
내가 자주 참고했던 다른 대기업의 채용공고 사이트를 정리해서 올려 두겠다.
특이하게 현대자동차그룹은 계열사별로 나뉘어 있다.
현대자동차 https://talent.hyundai.com/
현대모비스 https://careers.mobis.com/
현대로템 https://hyundai-rotem.recruiter.co.kr/
4) 사내 추천 채용
삼성전자의 경우, 헤드헌팅과 다르게 직접 사내 직원들이 인력을 추천하는 것이 가능하다.
물론 전사 직원 아무나 다 추천이 가능한 것은 아닌 것 같고, 책임급(CL3 몇 년 차는 되어야 하는 것 같다. 아마도?) 직원이 회사 인사팀에 인력을 뽑아달라고 요청하는 형식이다.
인사팀에서는 이런 소요를 반영해서 사람을 뽑을지 말 지 결정을 하고, 그렇게 TO가 발생하면 이제 추천 프로세스를 진행하는... 이런 식인 것이다. 물론 원래 가지고 있는 TO 중 일부를 할애해서 추천 채용을 하기도 하는 것 같다.
이 사내 추천 채용은, 박사에게는 정말 정말 정말 최고의(!!) 채용 프로세스다.
취업을 준비 중인, 취업 준비를 준비 중인 전 세계 모든 석/박사들은 어떤 회사를 지원할 때 이런 추천 채용 프로세스가 있는지 반드시 확인했으면 좋겠다.
두산에너빌리티나 한화에어로스페이스 같은 경우에도 이런 추천 제도가 살아있는 것으로 알고 있고,
합격률 또한 매우 높다.
당연하지 않은가? 사내 직원이 자신의 평판을 걸고 사람을 뽑아 달라고 하니 인사팀에서도 긍정적으로 판단할 가능성이 높을뿐더러, 사내 직원은 추천자가 입사하면 보너스를 받는다. (300만 원이나 준다 카더라...)
그러니 직원 스스로도 가장 어울리는 자리에, 딱 맞는 사람을 뽑아 넣을 의지가 활활 불타오르지 않을까?
여하튼 그렇다. 나는 2024년 말까지만 해도 이런 추천 채용 전형에 전혀 관심이 없었다. 뭐 이후 풀어갈 이야기에서는 이런 내용들이 더 등장하겠지만.
오늘 하고자 하는 이야기의 주제는 2) 비공개 채용설명회에 대한 이야기이다.
2024년 9월, 그러니까 내가 LG전자, 현대자동차, 그리고 삼성전기의 지원서를 쓰고 있을 무렵...
삼성전자 DS부문 TSP총괄부서의 인사팀으로부터 뜬금없는 메일을 받았다.
다른 편에서도 이야기했지만, 나는 삼성전자가 단지 집에서 '멀어서' 가기 싫었다.
지금이야 보내주면 자전거를 타고라도 다닐 의지가 있지만, 이 때는 참 철이 없었다.
그렇게 2024년 11월, 나는 모든 회사의 채용전형에서 탈락한 뒤 갑작스레 저 메일이 머릿속에 스쳤다.
'늦었지만 메일이라도 보내볼까?' 하는 생각에, 나는 3개월이나 묵은 메일에 간단히 답장을 했다.
그렇게 메일을 보낸 지 1시간 뒤, 바로 문자로 답장이 왔다.
웃긴 에피소드일지, 아니면 어떤 복선 같은 것일지 모르지만,
돌아온 월요일에 채용담당자님은 갑자기 돌연 약속을 취소하는 문자를 보내셨다. 채용 설명회 자체가 취소되었다고 하셨다. 그리고 약 2주 뒤로 약속을 미루게 되었다.
다시 돌아온 약속 날도 웃겼던 것은, 내 약속 시간을 착각(?) 하시고 같은 학교에 다른 지원자들 몇 분을 만나고 집으로 가버리셨다는 것이다(!!!!). 다만 내가 중간에 연락을 해서인지 근처에 주차를 하고 걸어서 학교로 돌아오셨다.
돌이켜 생각해 보면 그만큼 나는 매력적인 지원자가 아니었던 것이었을지도.
여하튼 우여곡절 끝에 채용담당자를 만나서 가장 궁금했던 것을 물었다.
삼성전자에서도 기계공학과가 할 만한 일이 있나요?
아마 이 글을 읽는 기계공학도라면 궁금하지 않을까?
전자회사, 심지어 그냥 전자회사도 아닌 최첨단 반도체를 다루는 DS부문에서 기계공학과가 해야 할 일이 무엇일까.
내 기준으로 정리하자면 3가지 정도겠다.
1) 설비 기술 관련: 장비 유지보수, 최적화, 개선 등의 업무
2) 유틸리티 관련: 설비 운영, HVAC 등 인프라 담당 업무
3) 후공정 관련: 구조/열안정성 확보 업무
이외에도 신뢰성이나 생산관리 등 여러 업무가 있지만 나랑 관련된 것을 꼽자면 그렇다는 것이다.
채용담당자님은 굉장히 다양한, 그렇지만 깊지는 않은 업무 내용에 대해 설명해 주셨고 아마 이후 SK하이닉스 지원 당시에도 이런 내용들이 도움이 되었던 것 같다.
그렇게 1시간 정도의 대화를 나눈 이후 채용담당자님은 지원서를 보내줄 테니 회신해 달라고 하셨다.
이때까지만 해도, 나는 삼성전자에 가게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2024년 마지막 채용의 기회에 전심전력으로 도전하고자 했다.
그렇게 다음 날, 지원서를 받아 들고 일주일 간 밤낮으로 써 내려간 지원서는 15페이지나 됐다.
이런 공채가 아닌 채용의 경우 가장 어려운 것이 무엇이냐 하면, 바로 지원서에 글자 수 제한이 없다는 것이다(!!!!!!!)
그 말인즉슨, 내가 얼마든지 원하는 만큼 이야기를 풀어도 되지만 작성하는 각 파트 간 분량 조절도 필수라는 것이다. 예를 들면, 입사해서 하고 싶은 일은 1만 자를 쓰고, 지원동기는 2천 자만 쓰면 뭔가 없어 보이지 않을까 싶은 것이다.
이 채용과정이라는 것이 사람이 하는 일이다 보니 다음과 같은 사항도 매우 중요할 것이라 생각된다.
1) 지원서가 한눈에 들어오고 가독성이 높은가?
2) 양식이 잘 통일되어 있는가?
3) 분량이 너무 적지는 않은가?
4) 글이 너무 길고 지루하지는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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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정성적인 내용들이 매우 중요하지 않을까.
그래서 전체적으로 내용의 퀄리티뿐만 아니라, 양식을 맞추고 보기 좋게 만드는 과정까지 거쳤다.
실제로 작성한 기간도 분량이 워낙 많으니 길었지만, 양식을 맞추고 보기 좋게 만드는 데 든 시간도 하루-이틀 정도는 소요된 것 같다.
그렇게 나는 채용담당자에게 내 멋들어진 지원서와 이력서를 보내고, 회신만을 기다렸다.
감감무소식인지 한 달째, 나는 더 이상 기다리지 못하고 채용담당자께 직접 연락했다.
그렇게 2024년 12월 12일, 갑작스러운 전화 연락을 받았다.
내가 지원한 TSP총괄부서의 직무가 다른 부서로 통폐합되어 사라졌다고 했다.
나는 화성사업장을 지원했는데, 갑작스레 온양사업장의 다른 직무를 지원해 보면 어떻겠냐는 말을 들었다.
나는 서울에 사는데... 화성도 먼데.... 온양?
결혼도 했고, 거주지를 당장 옮기기엔 너무나 걸림돌이 많아서
결국 나는 채용 프로세스가 더 진행되는 것을 취소하고야 말았다.
새삼 지금도 느끼지만,
취업은 단지 일하고 돈을 버는 수단을 넘어섰다.
워라밸도 중요하고, 직주근접도 중요하다.
단순히 일이라는 것을 넘어, 어디에 살고 어떤 것을 먹고 어떤 문화를 누리는지까지.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연결되어 있다고 생각한다.
내가 삼성전자에 가고 싶고, 취업을 너무 하고 싶어도 모든 것을 훌훌 버리고 떠날 수는 없다.
온양은 아내와 내 자식들(고양이 4마리, 사냥매라고 부른다!)에게 현실적으로 제안할 수 없는 위치였다.
그렇게 삼성전자 TSP총괄부서를 떠나보낸 나는 2024년의 취업 준비를 마무리하려고 했다.
그리고 나에게 다시 삼성전자는 부메랑처럼 돌아왔다.
내가 삼성전자 멀어서 못 갔다고 패기 있게 말씀드렸던, 그 형님께 다시 연락을 해 보았다.
아마 처음부터 형님께 추천 전형을 진행했다면 나는 다른 회사를 다니고 있었을지도 모르겠다.
2024년 삼성전자는 조직개편을 거칠게 수행했고, 내가 원래 지원한 TSP총괄부서의 직무는 반도체연구소로 넘어갔다는 정보까지 알려 주셨다.
당시 형님은 삼성전자에서 보내준 미국 포닥(?)같은 것을 하고 계셨는데, 연말이라 이를 마무리하고 하와이에서 휴가를 즐기고 계셨다. 형님 따님이 계속 아빠랑 같이 놀자고 하는 목소리가 보이스톡 너머로 들렸지만,
다음 이야기에서는 삼성전자 DS 추천 전형에 대해서 알아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