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 밥 한번 먹자
시간 날 때 연락해
올해 가기 전에 보자
더워지기 전에 보자
추워지기 전에 보자
근처에서 커피 한잔 하자
이런 말들이 공중에서 흩어져 흔적도 없이 사라진다.
나는 진심이었을까
상대방은 진심이었을까
내가 진심일 때 상대방은 의례적으로 한 말이었을 때도
상대방이 진심일 때는 내가 아니었던 적도 있었을 것이다.
혹은 상대방이 누구냐에 따라서 의미의 경중이 달라져
공중에 흩어지는 말이 될 수도 아닐 수도 있을 것이다.
보통 우리는 나의 말은 진심이었는데서, 나는 상대방에게 의미 있는 사람이 되고 싶어 하는데서
오해와 상처를 불러일으킨다.
이제는
나의 말들이 상대방에게 부담이 되지 않을까
나는 어렵게 꺼낸말들이 온데간데없이 먼지처럼 사라져 버릴까 하는 두려움에
더 이상 저런 말들조차 꺼내기 쉽지가 않다
그리고 나도 모르게 타인이 보낸 가벼운 말들 속에 숨겨진 시그널을 가볍게 넘긴 적은 없었을까
그런 적이 없길 바라지만, 이제와 안다한들 그 관계가 달라지지 않는 나이가 되었다.
공중에서 흩어진 수없는 말들은 비눗방울 잡듯 손에 아무것도 남기지 않은 채 사라져 버린다
사라지지 않고 내려와 앉는 의미 있는 안부를 전하고 또 받고 싶지만 그럴 수만은 없다는 걸 알기에
씁쓸하지만 그렇게 오늘도 난 내말을 속으로 삼키고 공중으로 흘려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