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나보내고 나서야 알게 되는 것들

Let Her Go (by Passenger)

by 보라

음악은 우리에게 많은 영향을 줍니다.

추억을 만들기도 하고,

휴식을 건네기도 하며,

크고 작은 울림을 남기고

뜻밖의 깨달음을 안기기도 하지요.


끈적한 재즈를 들으며 야릇한 환상에 빠지기도 하고,

날 선 마음을 부드럽게 진정시키거나

흥에 겨워 몸을 흔들게도 합니다.


어느 날엔 내 마음 같은 노래를 듣다 울컥하기도 하고,

철학이 담긴 노랫말에 뒤통수를 얻어맞은 듯

그 자리에 멈춰 서게 되기도 합니다.


시도 때도 없이

몸서리치게 그리운 풍경 속으로

우릴 던져 놓는 것 또한,

음악이 저지르는 기적 같은 일입니다.





"Passenger의 Let Her Go"


2014년, 미국 캘리포니아.

해가 물러나고 밤이 내려앉은 어느 저녁,

조명이 은은히 빛나던 우리 집 거실.


주황빛 갓등과 테이블 위 작은 스탠드가

사각형의 공간을 포근하게 밝혔습니다.


그때,

맑은 건반음과 기타 선율이 공기를 타고 흐르더니

여린 듯 깊고,

슬픔을 꾹 눌러 담은 듯한 목소리가

방 안을 가득 메웠습니다.


마치 감정을 참다 참다

더는 참지 못해

한 곡 안에 모든 것을 쏟아낸 듯한,

그런 목소리였지요.


그는 그렇게

음악을 사이에 두고 조용히 이야기합니다.


"You only need the light when it’s burning low."

"Only miss the sun when it starts to snow."

"Only know you love her when you let her go."


불이 사그라질 때야 비로소 빛을 필요로 하고,

눈이 내리기 시작할 때야 햇살이 그리워지고,

그녀를 떠나보낼 때야

그녀를 사랑했음을 깨닫게 되는 것처럼..


가사는 너무도 단순하고 명료한데,

왜 그렇게 아프게 다가오는 걸까요.





2015년,

그로부터 1년 뒤.


샌프란시스코 근교 티뷰론(Tiburon) 섬으로 향하던

어느 오후,

차창 밖으로 햇살이 스며들고,

나는 졸음에 겨워

고양이처럼 꾸벅꾸벅 고개를 떨구고 있었습니다.


꿈인 듯 현실인 듯,

그 노래가 또 한 번 선율을 타고 찾아왔습니다.


몸은 나른했고,

차 안은 아늑했고,

햇살은 부드럽게 쏟아졌으며,

풍경은 그저 아름다웠습니다.


시작부터 끝까지,

곡이 끝나고 나서도 사라지지 않는 여운.


그 순간은 일상과 다를 바 없었지만,

내 인생의 어느 페이지에선

아마도 가장 찬란했던 기억으로

남게 될 거라는 예감이 들었습니다.





시간은 흘렀고,

이제 이 노래는

그저 좋아하던 곡이 아니라

절실한 그리움으로 변했습니다.


그리고 가사 속 문장들은,

'항상 곁에 있어 익숙했던 것들'에 대해

다시금 눈뜨게 해주는

철학적 사유가 되었습니다.


모든 관계는 시간이 지날수록

설렘이 줄고,

익숙함이 늘어납니다.


편안함 속에서

그녀(그)의 존재를 당연하게 여기지는 않았는지,

아니면

당연하다고 여긴 그것들이

어쩌면 천천히 멀어지도록 방치한 건 아닌지...


노래는 우리에게 묻고 있었는지도 모릅니다.


"Only know you love her when you let her go."


떠나보내고 나서야,

비로소 알게 되는 것들이 있다는 사실을.



https://youtu.be/RBumgq5yVrA?feature=shar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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