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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보라 Dec 13. 2023

떡볶이, 이게 뭐라고

5. 나만의 떡볶이 비법을 공개합니다.

나는 요리하기를 싫어한다. 14년째 결혼생활 유지 중이며 엄마임에도 불구하고 그러하다. 나에게 요리는 하기 싫은 일 Top 3 안에 들어갈 정도이다. 그저 생존을 위해, 가정 경제를 위해 어쩔 수 없이 주방에 들어간다. 한 번도 요리가 재미있거나 잘해보고 싶다는 마음은 들지 않았다. 


20대 때부터 나는 현모양처 스타일로 보인다는 (남편이 들으면 어이없어할) 얘기를 자주 들었다. 냉장고 문에 식재료 유통기한까지 메모해 가며 조신하게 살림할 여자로 보인다나. 실상은 라면도 내가 끓이면 맛이 없어진다는 것이다.


다행인 건 이런 내가 그다지 싫지 않고 불편한 것도 없다는 것이다. 식성이 좋은 편이지만 미식가는 아니다. 세월이 흘러 더 이상 김장을 하지 않는 친정엄마의 김치맛이 아쉬웠던 적은 한 번도 없다. 마트나 쿠팡에서 먹고 싶은 김치 골라서 사 먹으면 그뿐이었다. 어디 김치뿐이랴. 지금은 각종 반찬에 밀키트까지 잘 나오는 좋은 세상이 아닌가. '약은 약사에게, 요리도 전문가에게'를 외치면서 남편과 딸에게 미안해지는 마음은 잘 숨겨뒀다.





이런 내에게 꼭 잘하고 싶은 요리가 생겼으니, 그건 바로 '떡볶이'였다. 물론 사 먹는 떡볶이는 항상 맛있지만 그걸로는 좀 부족했다. 늦은 밤 혹은 외출이 불가할 때, 급하게 떡볶이 수혈(?)이 필요한 경우가 생긴다. 그럴 때 누구의 손을 빌리지 않고 의연하게 직접 떡볶이를 만드는 내가 되고 싶어졌다. 이런 감정 처음이야.


그런데 참 이상하지. 집에서 만드는 떡볶이는 왜 분식집의 그 맛이 안 날까. 그나마 맛은 양념 레시피를 그대로 따라 하면 비슷해지기는 한다. 제일 문제는 떡과 양념이 따로 논다는 것이었다. 집에서 분식집의 대용량과 화력을 따라갈 수 없기 때문이라고 합리화하며 포기하기는 싫었다. 분명 방법이 있을 것이다. 





아쉬운 점이 있다. 사실 이 책에 실으려다가 싣지 못한 이야기가 있다. 왜 모든 엄마들이 해주는 가정식 떡볶이는 밖에서 파는 떡볶이 맛을 내지 못하는가에 대해 쓰고 싶었다. 결국 조미료와 연관이 있을 거라는 심증만 품은 채 쓰는 데 실패하고 말았다.
 -<아무튼, 떡볶이> (요조 지음. 위고. 2019) 중에서-


얼마 전, 요조의 <아무튼, 떡볶이>의 이 대목을 읽으며 나는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나는 이제 방법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밖에서 파는 떡볶이처럼 떡에 양념이 쏙쏙 배게 하는 방법말이다. 

그것은 바로 '기름에 볶기'.

물을 붓기 전 떡을 기름에 들들 볶는 것이다. 


이 방법은 생뚱맞게 두부조림에서 힌트를 얻었다. 두부조림에 양념이 잘 배게 하려면 먼저 기름에 노릇노릇하게 구워야 한다는 레시피를 보았던 것이다. '아, 기름에 볶으면 양념이 잘 밴다고?' 망설일 필요는 없었다. 흐르는 물에 떡을 씻고 궁중팬에 기름을 둘러 떡을 볶았다. 


유레카! 바로 이거야.
이 떡볶이는 더 이상 흔한 집 떡볶이가 아니다.
양념과 떡은 이제 혼연일체가 되었어.

평소 하던 방법에 기름에 볶기를 추가했을 뿐인데, 결과는 놀라웠던 것이다. 그래서 이름도 떡.볶.이. 가 아닐까 하는 합리적 의심을 했다.


그날 이후로 나는 떡볶이만큼은 요리 금손으로 다시 태어났다. 남녀노소 모두를 만족시키는 떡볶이 레시피였다. 실패는 단 한 번도 없었다. 이제 그 레시피를 공개하겠다. 

<요린이도 만들 수 있는 떡볶이 레시피>

기본재료: 떡, 어묵, 대파, 양배추 (취향껏 달걀, 소시지 등)
양념재료: 카놀라유(식용유, 참기름, 들기름도 상관없음), 설탕, 간장, 고춧가루, 고추장

1. 떡, 어묵, 각종 채소 손질해서 준비하기
2. 프라이팬에 기름을 1~2스푼(밥숟가락) 두르고, 파와 마늘을 넣는다.
3. 떡을 기름에 볶는다.(제일 중요함*****) 
4. 설탕을 넣는다. (취향껏)
5. 간장을 1~2스푼 정도 넣어서 불향을 내고, 고춧가루도 넣는다.
6. 물을 넣는다.(떡이 잠길 정도로)
7. 끓기 시작하면 고추장을 푼다. (이것도 취향껏) 감칠맛을 원하면 라면수프 살짝 첨가.
8. 중간중간 저어주면서 떡볶이가 맛있어지기를 기대한다. 
9. 자신이 원하는 점도를 보이면 불을 끄고 맛있게 먹는다.



(사진출처: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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