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매거진의 글은 PUBLY와 함께 진행한 [자본과 의미가 만나는 곳, SOCAP] 프로젝트와 관련한 콘텐츠입니다. SOCAP (Social Capital Markets)은 임팩트 투자와 관련하여 샌프란시스코에서 매년 열리는 컨퍼런스입니다. 2016년 SOCAP 및 임팩트 투자와 관련한 디지털 레포트가 궁금하신 분들은 '이곳'에서 구매하실 수 있습니다.
본 글은 [자본과 의미가 만나는 곳, SOCAP] 프로젝트를 마무리하며 작성한 에필로그 글입니다. (PUBLY 원문)
전문 작가의 노하우까진 아니겠지만 제가 이 프로젝트를 하면서 느끼고 배운 것들을 에필로그로 남기면 좋을 것 같아, 저 스스로 만든 나름의 방법과 소회로 마지막 글을 마무리하려고 합니다.
개인적으로 관심있는 소재거나 현재 일하고 있는 분야를 대상으로 호흡이 긴 글을 작성한다는 것은 사실 부담이 많이 가는 작업이었습니다. 하지만 누구나 도전할 수 있는, 도전해볼 만한 작업이라고 감히 생각합니다. 이 글을 통해 많은 분들이 PUBLY와의 작업을 꿈꾸고 시작해보실 수 있기를 바랍니다.
긴 글을 쓰기 위한 저의 첫 번째 방법은 매일매일 조금이라도 무조건 앉아서 글과 관련한 무슨 일이든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어떤 말로 글을 시작해야 할지 막막할 때에도, 자료의 늪에 빠져 어떻게 정리를 해야 할지 허우적거릴 때에도, 이 방침을 지키고자 최대한 노력했습니다.
고3 수험생 시절 이후로 이렇게 엉덩이의 힘을 저 스스로 확인한 적은 없었던 것 같습니다. 특히 PUBLY에 격주로 진행했던 연재(샌프란시스코 임팩트)를 마치고 본격적으로 SOCAP 컨퍼런스를 준비하면서 10월 한 달은 내내 꾸준히 앉아서 자료 조사를 하거나 글을 쓰는 시간이었습니다.
아마도 전문적으로 글을 쓰는 사람이 아니었기에 이런 끈기와 습관이 더 필요했을 것입니다. 이런 자세는 한 친구가 추천해 준 책을 통해 배웠습니다. 그 친구는 제가 D3쥬빌리의 펠로우로 근무하기 위해 미국으로 떠나기 전 책 하나를 추천하며 2016년 샌프란시스코에서 보내는 시간을 글로 남겨보라고 권유했습니다. 그 책 속에서 찾은 두 문장을 추천드립니다.
영감이 떠오르던 말던 진정한 글쓴이들은 글을 쓴다. 수년간 글을 쓰면서 그들은 영감보다는 판에 박힌 습관이 보다 좋은 친구라고 말한다
「교수처럼 써라 - 효율적이고 생산적인 학술 글쓰기」 중
두 번째로 끈기를 발휘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일에 신경썼습니다. 저는 약간의 백색소음이 있는 코워킹 스페이스나 커피숍에서 더 집중이 잘 되었습니다.
노트북과 커피 그리고 달달한 케이크만 보면 여유롭고 아름답고 고상한 풍경이지만, 머릿 속은 불이 나는 답답한 상황이 매일매일 계속됐습니다. 그래도 제가 좋아하는 약간의 소음과 커피가 함께 하는 글쓰기 환경이 조금은 도움이 됐습니다.
세 번째 저의 노력은 부담감을 긍정적인 동기로 바꾸는 것이었습니다.
'독자 분들이 리포트를 읽고 돈이 아깝다고 생각하면 어떡하지? 지불한 만큼 지적으로 얻어가는 것이 많은 콘텐츠는 무엇일까? 무엇을 써야 할까? 리포트를 읽고 어떤 피드백이 나올까?'
독자들이 적지 않은 금액을 지불하고 콘텐츠를 구매해서 본다는 사실은 정말 큰 부담입니다. 생각하면 할수록 끊임없는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면서 저의 자신감은 점점 떨어졌습니다. 그래서 최대한 이 부담감을 긍정적으로 바꾸어 지치지 않고 글을 쓰는 계기로 만들고자 했습니다. 더 열심히 취재하고, 자료를 수집하고, 쉬운 말로 작성을 해 보는 노력만이 부담을 줄일 수 있는 방법이었습니다.
이 자료를 통해 내가 알게 된 재미있는 사실을 어떻게 하면 잘 정리해서 전달할 수 있을까? 임팩트 투자라는 새로운 분야를 더 많은 사람들이 알게 되면 얼마나 좋을까? 오늘은 개요에서 이 목차에 해당하는 부분을 꼭 끝내고 잠자리에 들자. 이런 생각들을 하면서 사람들의 지적 호기심을 채워줄 수 있는 콘텐츠를 만들기 위해 마음을 갈고닦았습니다.
마지막으로 영어로 된 내용을 한글로 충실히 번역하고자 노력했습니다. SOCAP의 세션들은 모두 영어로 진행되고, 추가로 찾은 자료들 역시 대부분 영문으로 되어 있기 때문에 이를 한글로 전환하는 일이 쉽지 않았습니다. 영문에서 표현되는 특유의 뉘앙스와 의미들이 있기 때문입니다. 이를 살리면서 한글로 대체할 수 있는 단어나 문구를 찾는 것이 쉽지 않았습니다.
특히 고유명사처럼 사용되는 특정 용어의 경우 이를 발음 나는 대로 그대로 써야 할지, 한글로 번역을 해야 할지 고민이 되는 지점들이 많이 있었는데 한글 뉴스와 자료들을 찾으면서 보완을 했습니다. 또한 제가 번역하고 사용한 표현들이 의미를 전달하기에 충분하지 않다는 판단이 들 때에는 영어 문장을 그대로 괄호 안에 넣어두기도 했습니다.
여전히 부족한 실력이지만, 이를 통해 영문으로 만들어진 좋은 자료들이 많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한국에도 좋은 내용들을 소개하고 싶다는 열정을 갖게 됐습니다.
PUBLY 프로젝트라는 여정은 혼자만 걷는 외로운 길이 아닙니다. 바로 PUBLY의 능력자, 에디터들이 함께 하기 때문입니다. 지난 6월 10일, '나는 누구인가?'라는 첫 글을 시작으로 12월 19일 오늘, 에필로그 글까지 함께 달려온 분이 바로 곽승희 에디터입니다.
그동안의 협업을 토대로 에디터의 역할을 크게 2가지 정도로 생각해보았습니다. 이러한 역할들을 통해 보면 에디터는 저자의 부족함을 채워주고 부담감을 덜어주는 사람입니다. PUBLY가 좋은 콘텐츠로 고객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성공의 핵심 역량 중 하나가 바로 에디터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프로젝트를 시작하면서 '나의 글을 읽는 독자는 누구일까'라는 질문이 떠나지 않았습니다. 연령대와 성별뿐 아니라 주제에 대한 독자의 이해 수준을 알고 싶었습니다.
임팩트 투자나 소셜벤처 업계에서 일하시는 분인지, 임팩트 투자에 대해 처음 들어보거나 약간의 관심을 가지고 앞으로 탐험해보고자 하는 분인지 등에 따라 내용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어떤 분들을 대상으로 글을 써야 할지 고민이 많았습니다. 하지만 크라우드 펀딩의 특성상 프로젝트 달성률이 100%가 넘어야 판매가 확정되고, 개인 정보의 문제로 독자 분들의 자세한 프로필을 알 수 없기 때문에 목표 고객군을 설정하기가 어려웠습니다.
PUBLY 팀과 에디터는 그동안의 프로젝트 진행 경험과 고객 반응을 토대로 독자들이 이 리포트를 통해 얻고자 하는 것이 무엇일지 의견을 주셨습니다. 개요의 방향과 목차의 순서를 짤 때에도 제안과 의견을 주셔서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마감이 정해져 있는 글쓰기에서 중요한 것은 글을 쓰는 페이스를 조절하고 시간을 관리하는 일일 것입니다. 그러나 혼자 계속 글에 빠져 있다 보면 '조금 더 자료 수집을 하면 잘 쓸 것 같은데, 이 부분에 이 내용을 더 추가하면 좋을 것 같은데'라는 생각 때문에 마감 기한을 넘길 때가 있습니다. 그리고 직장 일을 하면서 글을 써야 하기 때문에 시간을 관리하는 일은 쉽지 않습니다.
에디터는 언제 어떤 글이 마감되어야 하는지, SOCAP의 화두 정리, 개요 정리, 1차 글 마감, 최종 글 마감 등 주요한 마일스톤을 정하고 관리했습니다. 중간중간 어려움이나 지연 요인은 없는지 메일, 메시지로 확인했습니다. 좌절에 빠져있을 때는 적극적으로 의견을 주어 새로운 아이디어를 낼 수 있도록 도움을 줬고, 시간을 조절해서 여유롭게 글을 쓸 수 있도록 도움을 주기도 했습니다.
마라톤 여정을 함께 뛰는 페이스 메이커, 에디터의 적절한 칭찬과 채찍 덕분에 지치지 않고 PUBLY 프로젝트를 잘 마무리할 수 있었습니다.
오프라인 미팅은 디지털 리포트와 더불어 리워드 상품 중 하나로 구성되는 중요한 활동입니다. 개인적으로는 독자와 직접 만나 이야기 나눌 수 있는 소중하고 감사한 자리입니다. 또한 임팩트 투자 분야에서 일하며 업무 관련 고민을 함께 나눌 수 있는 동료를 만나기를 기대하는 자리이기도 했습니다.
지난 11월에 열린 두 번의 오프라인 미팅 구성은 리포트의 부족한 부분을 채워주는 방향으로 기획했습니다. SOCAP은 북미 지역을 대표하는 임팩트 투자 컨퍼런스이고, 제가 리포트에서 주로 다룬 내용 역시 미국 중심의 기관과 사례, 프랙티스(Practice)들이기 때문에 국내 상황을 소개하고 싶었습니다. 또한 오프라인 미팅 참석자들의 프로필을 미리 받아 살펴보니 일반 기업에 근무하지만 임팩트 투자와 사회적 기업 같은 개념에 관심을 갖고 계신 분들도 많아, 이분들에게 한국의 소셜 벤처 생태계를 소개해드리고자 했습니다.
이를 위해 저는 국내 소셜 벤처 생태계에서 활발히 활동하고 계시는 도현명 임팩트스퀘어 대표와 유승제 SK행복나눔재단 매니저, 정경선 루트임팩트/HG Initiative 대표와 한상엽 SOPOONG 대표를 게스트로 초대했습니다. 이 네 분들은 제가 이 분야에서 일하기까지 직, 간접적으로 많은 영향을 주신 분들이기도 합니다. 바쁘신 와중에도 선뜻 수락해 주신 네 분 덕분에 SOCAP 화두와 관련하여 국내 상황은 어떤지 들을 수 있었습니다.
무엇보다 감사한 것은 PUBLY와 함께 한 시간 동안 제 스스로 많이 성장했다는 점입니다. 제 이름을 내건 프로젝트를 마무리할 수 있었다는 점, 글쓰기의 매력을 느꼈다는 점, 그리고 무엇보다 많은 분들에게 임팩트 투자에 대해 알릴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다는 점에 참 감사합니다. 샌프란시스코에서 보낸 1년의 시간을 글로써 정리할 수 있던 점 역시 그렇습니다.
첫 글이라는 발걸음을 뗄 수 있도록 손을 내밀어주신 PUBLY 팀과 늦어지는 마감에도 끝까지 응원과 격려를 주시며 저의 부족한 글을 재탄생시켜주신 곽승희 에디터님, 1년이라는 귀중한 시간을 샌프란시스코에서 보낼 수 있도록 해 주신 아산나눔재단•루트임팩트•D3쥬빌리, 오프라인 살롱 모임에 패널로 함께 해 달라는 저의 섭외에 선뜻 응한 도현명 대표님, 유승제 매니저님, 정경선 대표님, 한상엽 대표님, 그리고 제 글을 함께 읽고 이야기 나눠주신 많은 독자 분들.
이 분들이 없었다면 가능하지 않았을 SOCAP 프로젝트가 소중히 제 기억 속에, 제 마음속에 새겨졌습니다. 참, 감사합니다.
여전히 임팩트 투자, 사회적 기업, 사회 혁신은 설명하기도, 달성하기도 어려운 일이지만 이번에 깊이 느낀 감사와 성장이라는 발판을 딛고 또 다른 여정을 향해 나아가겠습니다. 그리고 이번의 여정은 예전과는 달리 더 힘차고, 더 든든할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