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실을 감당하는 자본, 인프라를 구축하는 자본
First Loss Capital?!
사전적 의미로 이 단어를 해석하자면, '최초 손실 자본'으로 표현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첫 번째로 손실을 보는 자본이라니... 최대한의 이익을 목표로 하는 자본의 속성을 비추어 볼 때 어딘가 모르게 어색해 보입니다.
하지만 임팩트 투자 분야에서 First Loss Capital은 그 역할을 톡톡히 합니다.
사회적 수익뿐 아니라 재무적 수익 역시 달성할 수 있다는 것이 점점 증명되면서 임팩트 투자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지만, 여전히 commercial investor 입장에서는 임팩트 투자에 선뜻 참여하기 어렵습니다. 특히, 개발도상국의 BoP*를 대상으로 하는 비즈니스 모델의 경우 시장 가능성이 보이지 않고 더욱이 수익성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오해와 선입견 때문에 투자가 더 많이 필요한 영역임에도 불구하고 투자자들의 참여를 이끌어내는 것이 어렵습니다.
하지만 손실이 발생하는 경우, 누군가, 그 손실을 감수하는 역할을 한다면? 조금은 안심하는 마음으로 새로운 투자에 참여할 마음이 생기지 않을까요? 투자 손실이 발생할 것이라는 위험 때문에 투자 결정을 못하고 있었던 사람들에게 그 요소를 경감하는 방법이 생겼으니 말입니다.
First Loss Capital은 손실을 감수한다는 점에서 어찌 보면 '바보' 같은 자본처럼 보이지만, 더 많은 투자자들을 임팩트 투자로 끌어들이고 시장 가능성과 투자 성공을 경험하게 하며, 이를 통해 더 큰 사회적 가치를 달성할 수 있는 '촉매제'와 같은 자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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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rst Loss Capital의 의미
First Loss Capital은 앞서 간단하게 설명한 바와 같이 first loss, 손실을 감수하는 재원으로서, 투자 리스크를 줄여 다른 투자자를 보호해 주는 역할을 함으로써 민간 재원의 유입이 쉽지 않은 임팩트 투자의 신용도를 높이고 (Credit Enhancement) 이를 통해 민간 재원의 참여를 이끌어냅니다.
Provider는 first loss capital을 제공하는 투자자 또는 후원 기관을 의미하며, Recipient는 이러한 자본에 의해 보호를 받는 다른 투자자를 의미합니다. Provider와 Recipient가 투입한 투자금이 합해져 Investee (특정 펀드나 프로젝트, 임팩트 벤처 등)에 투자되는 구조입니다.
Provider 입장에서는 자신의 '손실 감수' 역할을 통해 더 많은 자본을 유치할 수 있게 되어 임팩트의 규모를 더 크게 만들 수 있지요. 또한 이를 계기로 commercial investor들이 임팩트 투자를 경험하고 시장 가능성을 투자 수익으로 확인하게 되면 credit enhancement 없이도 그 시장에 지속적으로 투자금을 투입하게 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 수 있게 됩니다. 정부의 공공 기금이나 philanthropy 성격의 재단 후원금 등이 Provider의 역할을 담당할 수 있을 것입니다.
“Philanthropy must do what it does best: peel back the first layer of risk, and experiment where other sectors cannot, making development and commercial investment dollars more productive and less risky.” - DR. JUDITH RODIN, PRESIDENT, THE ROCKEFELLER FOUNDATION
Philanthropy는 가장 잘할 수 있는 일을 해야 한다: development 및 commercial 투자 자본이 더 생산적이면서 덜 위험할 수 있도록 첫 번째 위험 요소를 접어 올리고 다른 섹터에서 할 수 없는 부분을 실험해야 하다. - Dr. Judith Rodin, 록펠러 재단, 회장
(출처: Dr. Rodin’s keynote address during the G8 Social Impact Investment Forum, held in London on June 6, 2013.)
Recipient 입장에서는 투자 손실을 감당해주는 자본 덕분에 잠재 리스크 요인이 줄어들게 되고 위험-수익 구조가 개선되는 효과가 있습니다. 더불어 Provider가 가지고 있는 해당 시장에 대한 지식 및 전문성, 임팩트 측정 능력 등도 활용할 수 있게 됩니다. 이러한 경험은 새로운 시장과 투자 방식을 배우고 전문성을 확보할 수 있는 기회가 됩니다.
First Loss Capital 사례
First Loss Capital이 실제로 활용된 사례를 보면 그 의의를 더 느낄 수 있습니다. Civic Builder는 양질의 Public Charter School**을 제공하여 지역 커뮤니티를 활성화하고 공교육 위기를 해결하는 기관입니다. 뉴욕 할렘 지역을 대상으로 하는 프로젝트에 미국 교육부로부터 받은 Grant의 일부인 30만 달러를 First loss capital로 투입하고 Civic Builder의 자체 자본금 140만 달러를 지분으로 투입했습니다.
이러한 구조가 만들어지자, 지역개발금융기관 (Community Development Financial Institutions, CDFI) 중 하나인 The Low Income Investment Fund (LIIF)에서 debt 형태로 330만 달러를 추가 투입했습니다. Civic Builder가 그동안 수행했던 부동산 및 Charter School에 대한 전문성과 First loss capital의 역할을 믿었던 것이지요. 그리고 본 프로젝트의 결과, 6-8학년, 350명의 학생들이 사용할 수 있는 약 716평 (25,500 square feet) 규모의 학교가 만들어졌습니다!
자본의 또 다른 역할
이 외에도 임팩트 투자 활성화를 위해 인프라를 구축하는 자본도 있습니다. 미국의 국제개발처인 USAID는 개발도상국 내 초기 단계의 기업들이 안정적으로 성장하여 사회문제를 해결하고 지속가능한 경제를 이끌어갈 수 있도록 private investment의 참여를 촉진하는 역할을 하기도 합니다. 한 예로, 임팩트 투자 기관이자 엑셀러레이터인 Village Capital이 운용하는 펀드의 operating cost를 위해 5년 간 260만 달러를 후원하였습니다. 든든한 운영비 덕분에 Village Capital은 좋은 투자처를 발굴, 실사하는데 집중할 수 있게 되고 이는 투자 수익으로 이어져 다른 투자자들을 이 펀드에 참여하게 하는 강력한 동인이 될 수 있습니다.
또한 USAID는 글로벌 임팩트 투자 네트워크인 GIIN이 임팩트 투자 섹터의 성장을 위해 수행하는 활동에도 도움을 주었습니다. Omidyar Network, 록펠러재단과 함께 200만 달러를 후원하였는데, 이 비용은 임팩트 투자와 관련된 교육, 리서치 등의 활동을 수행하는 데에 쓰이게 됩니다. 교육과 리서치는 임팩트 투자에 관심이 없는 투자자들을 끌어올 수 있는 좋은 학술 자료가 되지요. 뿐만 아니라 임팩트 투자의 재무적, 환경적, 사회적 성과를 정의, 측정, 보고할 수 있는 프레임워크인 Impact Reporting Investment Standards (IRIS)를 개발하는 데에도 후원하였습니다. '환경적, 사회적 성과를 측정할 수 있는가?'는 오랜 기간 임팩트 투자자들이 받아온 질문입니다. 임팩트 투자가 이야기하는 사회적 수익이 정량적으로, 가시적으로 측정될 수 있을 때 투자의 성과가 증명되고, 이로 인해 임팩트 투자 산업이 발전할 수 있을 것이라는 것을 믿고 돈을 투입한 것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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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팩트 투자에 대한 이야기가 많이 대두되면서 학교, 정부 및 지자체, 투자 기관 등 많은 곳에서 관심을 보이고 있지만, 각 주체가 보유하고 있는 자본의 목적과 특성에 따라 '투자'라는 행위를 하기 어려운 경우도 있습니다. 하지만, First loss를 감수하는 완충 자본, 산업 발전의 튼튼한 기반이 될 인프라 구축 자본 등 임팩트 투자에 참여할 수 있는 방법은 많습니다. 다양하고 창의적인 방식을 찾아 각자의 목적을 달성하면서 임팩트 투자 생태계에 기여할 수 있다면, 투자 성과의 규모와 달성 속도는 더욱 가속화될 것입니다. 우리나라에서도 정부, 기업, 비영리 기관 등 각 섹터의 구분을 넘어 임팩트 투자라는 아젠다를 중심으로 함께 협업하는 성공적인 모델을 기대해봅니다.
*BoP: Bottom of the Pyramid의 약자로 소득 계층의 최하위에 있는 연간 수입 3천 달러 이하의 저소득층을 의미함. 하지만 BoP 시장은 40억 명, 5조 달러 규모로 향후 주목할 next market으로 평가되고 있음. 이러한 저소득 계층을 수요와 공급의 가치 사슬 안에 포용하는 비즈니스를 Inclusive Business라고 함. 인클루시브 비즈니스를 통해 창출되는 혜택은 기업과 저소득 계층 모두에게 돌아감. 기업은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면서 수익을 얻게 되고, 저소득 계층은 지속가능한 소득을 얻게 됨. (출처: The Next 4 Billion, World Resources Institute / 유엔개발계획에서 출간한 넥스트 마켓 BOP 시장을 개척하는 5가지 성공 전략, NEXT MARKET)
**Charter School: 미국의 각 주 정부의 예산으로 설립되지만 학교에게 독립적 권한을 주어 자율적으로 운영되는 공립학교. 지역의 특성에 따라 커리큘럼의 조정, 수업 방식의 변화 등 다양한 시도가 가능함.
*** 참고자료:
기사: VilCap Investments: New $13.2M Fund Doubles Down on Peer-Selected Invest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