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여자가 있다.

by 차안빈

여자가 있다.


여자는 번아웃을 인생의 원동력으로 삼았다. 10분 단위로 할 일이 있고, 그 할 일을 하나도 빠져먹지 않고 해냈을 때의 쾌감이 있다. 그 쾌감을 좇다보니 바쁘지 않으면 불안한 사람이 되었다. 아직 주5일을 지키는 사람이니 5일은 미친 듯 불태우고, 이틀은 죽은 듯 잠만 잔다. 그 이틀마저도 지키지 못할만큼 일을 벌릴 때가 있다. 그럴 때는 버티고, 버티고, 버티다, 꺾인다.


꺾인 채 생각한다. 이젠 그렇게까지 바쁘지 말아야지.


바쁘게 살지 않는다. 바쁘게 살지 않으니 일에 대한 애정이 식는다. 무료함이 찾아오고 커지는 우울감과 반비례한 현실 지각력에 자꾸만 상상 속으로, 후회 속으로 들어가 숨는다. 바쁘게 살지 않으면서도 일을 사랑하는 법은 없나, 속으로 삼킨다. 목에 자두 씨가 걸린 듯 삼킬 때마다 느껴지는 불쾌함이 있다. 번아웃이다.


번아웃을 벗어나기 위해 다시 바빠져본다. 그렇게 살고 있는 여자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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