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으로 키웠다는 가정에서 고양이를 입양하는 법
고양이 한 마리와 단둘이 산 지 3년 차였다. 아침 일찍 출근해서 저녁 늦게 퇴근한 후 돌아오면, 고양이는 나를 졸졸 따라다니며 냥냥 울어대곤 했다. 종일 어디 싸돌아다니다가 이제야 들어오냐는 듯이. 나는 동생을 만들어주기로 했다. 내가 없어도, 서로에게 의지하며 외로움을 달래길 바래서였다.
2015년, 주변에 고양이 반려자가 흔하지 않던 시절이었다. 나 같은 사람이 고양이 입양 경로로 흔하게 접할 수 있는 것은 두 가지, 펫샵 분양과 가정 분양이었다(2018년 이후로는 동물보호법이 개정되어 지자체에서 동물판매업 허가를 받아야만 가정에서 분양할 수 있었지만, 그전까지는 키우던 동물이 새끼를 낳았을 경우 인터넷 카페를 통해 새끼를 분양할 수 있었다).
인터넷 게시글을 조금만 뒤져보면 가정에서 고양이를 분양받는 장점에 대해 알 수 있었다. 펫샵을 통해 분양받는 새끼 고양이는 어미 젖을 제대로 먹지도 못한 채 유리장에 혼자 지내기 때문에 건강도 약하고 사회성을 형성하기 쉽지 않다. 이에 비해 가정에서 분양받으면 어미 젖을 충분히 먹고 자라 건강한 편이며, 수유가 끝날 때까지 동배의 새끼들이나 어미 고양이와 지내게 되므로 어느 수준 이상 사회성을 갖춘 고양이를 만날 수 있다는 게 요지였다.
품종 고양이를 키우며 새끼를 낳아 팔면 돈이 되었으므로 너도나도 가정 분양에 뛰어들 때였다. 일부러 암, 수 한 쌍을 들여 새끼를 낳게 한 뒤 일부 금액을 받고 분양 보내는 행위도 흔하게 벌어졌고, 한쪽 성별만 있는 집은 인터넷으로 짝을 찾아 교배시키곤 했다. 발정 난 수컷을 며칠 동안 암컷을 키우는 집에 머무르게 하고, 암컷이 새끼를 낳았을 때 그중에서 한 마리를 준다던가, 아예 교배 비용을 내는 식이었다. 교배만을 위해 수컷을 품종별로 사육하는 업체가 성행하기도 했다. 사이트에 들어가면 수컷 고양이의 몸무게, 품종, 모색, 털의 특징과 함께 지금까지 어떤 외모의 새끼 고양이가 나왔는지 프로필을 확인할 수 있었다.
나는 몇 날 몇일 심사숙고하여 다리가 짧은 치즈 고양이를 골랐다. 어미 고양이의 젖을 물고 있거나, 비슷한 동배의 새끼들과 장난치는 모습이 무척이나 귀여웠다. 주인에게 전화를 걸었다. 둘 중 누가 더 좋을지 사진만으로는 확신이 서지 않는다고 하자, 직접 보고 결정하게 해주겠다며 다음 날 두 마리를 데리고 집으로 왔다. 주인은 나보다 대여섯 많아 보였다. 그녀는 마치 보따리 장수처럼 이동장에서 새끼 고양이 둘을 꺼내 바닥에 내려놓았다.
두 새끼 고양이의 이름은 ‘밍키’와 ‘미니’였다. 밍키는 날렵한 얼굴형이었고, 먼치킨 종이지만 다리가 긴 편이었다. 미니는 완벽한 호빵 모양의 얼굴이었는데, 다리 길이가 한 마디만 있는 것처럼 짧아 보였다. 품종으로 치자면 미니가 표준 체형에 부합해 가격이 더 나간다고 했다. 그 말을 들으니 어쩐지 미니가 더 귀여운 것처럼 느껴졌다.
문제는 미니가 다리에 힘을 제대로 주지 못한다는 거였다. 충분히 걷고도 남을 시기여야 했지만, 그러지 못했다. 네 발을 땅에 딛고 걷는 것이 아니라, 배를 바닥에 대고 거의 기다시피 하며 뒷다리 두 개로 땅을 짚어 반동으로 몸을 움직였다. 그녀는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
“간혹 먼치킨 숏레그 중에 이런 애들이 있대요. 다리에 힘이 생기는 시기가 좀 늦는 거지. 시간이 좀 지나면 괜찮아질 거야.”
백만 원. 먼치킨은 지금까지 국내에 몇 없는 희귀종이라서, 최소한 삼백만 원은 받아야 하지만 자기는 가정 분양이라 큰 욕심 없다고 했다. 본인에게는 자식 같은 고양이가 좋은 보호자를 만나 행복하게 살았으면 하는 마음에 헐값에 넘기는 거라며 사람 좋게 웃었다. 석연치 않은 기분이 들었지만, 먼치킨 숏레그 고양이가 국내에서 귀한 품종이라는 건 인터넷에서 미리 검색해본 터였다. 나는 마지못해 고개를 끄덕였다.
불편해 보이는 다리가 걱정되긴 하지만, 부모 고양이가 아무 질병 없이 튼튼한 편이라 하고. 스멀스멀 올라오는 불안감을 애써 억눌렀다. 가정 분양은 믿을만하다고 했으니까. 나는 그 자리에서 휴대전화를 꺼내 계좌로 비용을 이체해주었다. 띠링. 그녀의 휴대전화에서 알림음이 울렸다. 그녀는 발신인을 확인하더니, 종이 뭉치를 꺼냈다. 입양을 위한 계약서였다.
(가) 고양이를 외부에서 키우거나 쥐잡이 등 입양목적과 맞지 않은 활동을 할 경우, 일방적으로 연락을 거부할 경우, 질병에 걸렸을 때 적절한 조치 취하지 않는 경우 파양 처리되며 원 보호자에게 돌려보내기로 한다.
(나) 어떠한 이유든 입양자 사정으로 고양이를 키우지 못하게 될 시 반드시 입양 보낸 당사자에게 보내야 한다.
(가), (나) 가 발생했을 경우 입양비는 반환되지 않는다.
입양 보내는 자와 합의한 사항을 이행할 것이며, 이 사항에 대해 동의한다.
표시된 곳에 내 이름과 사인을 적음으로써 절차가 끝났다.
그녀는 가방에서 빈 주사기 두 개를 주섬주섬 꺼냈다. 미니를 위한 영양제인데, 병원에 직접 가서 맞으려면 비싼 돈 내야 한다고. 다행히도 본인은 아는 사람을 통해 영양제를 저렴하게 공급받을 수 있어서, 서비스 차원으로 미니에게 놔주겠단다. 말릴 새도 없이 차례로 바늘을 꽂아 주사기 안으로 액체를 옮겼고, 노련하게 미니의 작은 등가죽에 주사기 바늘을 꽂았다. 병원에서나 일어날 상황이었다. 어쩐지 그녀의 기에 눌려 무엇이라 말 한마디 못 하고 미니의 작은 등에 주사기를 꽂는 것을 바라만 봤다. 주사기 눈금이 하나, 둘 줄어들었다. 형언할 수 없는 불편함이 스멀스멀 기어올라왔다.
그녀가 떠난 밤, 좀처럼 잠을 이루지 못했다. 휴대전화를 켜고 ‘고양이 다리 장애’라고 검색했다. 불의의 사고로 두 다리를 잃어 배설물도 제대로 처리하지 못해 보호소에서도 버려졌던 어느 고양이가 좋은 보호자를 만나 제2의 생을 살고 있다는 뉴스를 보았다. 이렇게 할 수 있을까. 만약 앞으로도 걷지 못한다면, 평생 병시중해야 할 텐데. 내가 생각했던 고양이와 함께 하는 삶에 그런 그림은 없었다. 무섭고 두려운 마음이 들었다. 그렇게 살아야 할 내 모습이 좀처럼 그려지지 않았다. 담요 바구니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거리에 아주 천천히, 힘겹게 몸을 끄는 미니가 보였다.
다음 날, 나는 그녀에게 전화를 걸어 미니를 다시 데려가 주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자신이 없다고. 그녀는 내게 오십만 원을 요구했다. 하루 동안 낯선 환경에서 받은 스트레스가 상당할 것이기에 집으로 데려가면 집중 관리를 해야 한다는 것이 이유였다. 평소의 나라면 세상에 이런 억지가 어디 있냐고 항의했겠지만, 나는 순순히 그렇게 하겠다고 했다. 하루 간 내게 일어난 일이 아예 없는 일이 되어버렸으면 좋겠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동생 같아서 하는 말인데, 다음번에 고양이 입양할 땐 끝까지 책임질 수 있는지 확실히 고민해보고 하세요.’
미니를 다시 데리러 온 그녀의 말에 나는 아무런 대답도 하지 못했다. 그렇게 미니는 다시 떠났다. 시간이 오래 지나고 난 이후에야, 가정 분양이 내가 생각했던 대로 밝은 면만 있지 않을 수도 있음을 알았다. 가정집에서도 번식장처럼 철창에 가둔 채 사육하는 경우가 많으며, 병원비를 줄이기 위해 번식업자들 사이에 영양제나 백신을 암암리에 거래한다고 했다. 곰곰이 생각해보면 그녀도 개 중 하나였을 것이다.
2018년 3월 이후 동물보호법이 강화되어 등록하지 않은 채 거래하는 행위는 불법이 되었고, 우후죽순처럼 인터넷에 등록되었던 가정 분양도 자취를 감추었다. 가끔 미니 생각이 났다. 주인이 말했던 것처럼 시간이 지나면서 자연스럽게 다리의 힘이 돌아와 지금은 네 발로 걸어 다니고 있을까. 새 가족을 만났을까. 만나서, 여느 고양이와 다름없이 종종거림으로 가족에게 다가가 발라당 배 뒤집고 누워 애교를 부릴까. 어떤 식으로든 미니가 잘 지내고 있었으면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