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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기업 가치평가의 사생아, 저작권-1

by 양벼락 Mar 06. 2024
안녕, 나 양벼락이야.


벌써 두 번째 글을 쓰는구나. 나 지금 좀 대학생 때 레포트 밤새 썼던 그 때로 돌아간 기분이야. 아직 두 번 밖에 안 썼는데 벌써 숙제처럼 느껴지다니. 내가 글 쓰는 걸 좋아한다고 했던 말이 좀 무색해져. 참, 내 이름이 왜 양벼락인지 말했나? 인생이 벼락치기라서(오늘도 역시)


각설하고, 오늘은 얼마 전에 다녀왔던 모 기관의 '현장간담회'에서 열심히 외면 당했던 나의 의견을 여기에라도 남겨보려고 해. 간담회는 우리 예술기업들을 대상으로 한 융자 상품이 필요한가에 대한 주제로 논의를 하는 자리였는데, 나는 기업으로서 대출을 경험했던 적은 아직 없어서 내가 간담회에 가는 게 맞을지 다시 한 번 검토를 요청했고 대출 경험이 없더라도 자금 조달에 있어서 어려운 점이 있었다면 그 경험을 나눠주면 좋겠다고 하여서 참여하였어.


간담회의 전체적인 분위기에 엇나간 이야기를 한 것일 수도 있지만, 나는 예술기업을 운영하면서 정말 이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서 열심히, 두 번 세 번 피력했어.

예술기업의 가치평가에 저작권의 경제적 가치를 꼭 고려해 달라는 이야기야.


사적인 듯 예술적인, 덕업일치 - Issue No.2



예술기업 가치평가의 사생아, 저작권
아무도 관심 없는 저작권.

사실 우리 회사는 '가치평가'라는 것을 크게 고민해 본 적이 없어. 2018년에 법인을 설립하고 회사를 운영해오면서 투자도, 대출도(이하 둘 다를 부를 때 융투자라고 할게) 받아본 적이 없거든. 몇 VC들로부터 투자를 제안 받았지만 조건이 맞지 않아 고사한 적이 있었을 뿐이야. 여러 이유가 있었겠지만, 그래도 융투자를 안 받은 가장 큰 이유가 있다면 융투자를 받아야 하는 궁극적인 목표를 찾지 못했기 때문이기도 해. (웬만하면 외부 자금 없이 지분 100%를 다 방어하면서 성공하는 기업이 되고 싶다는 목표가 있기도 하고.) 그렇지만 매년 '평가'라는 것은 받아왔어. 지원사업을 따내거나, 파트너사를 설득하거나 하는 등의 과정을 통해서 말이지.


내가 이 일련의 과정에서 가장 아쉬웠던 건 뭐냐. 우리가 다루고 있는, 실제로 우리에게 돈을 벌어다 주는 '저작권'에 대한 평가 과정이 없다는 것이었어. 수많은 저작권들이 대박을 쳐서 돈벌이에 성공하는 것을 많이 봐 왔을거야. 대표적으로는 음악 시장이 그렇겠고, 그 외에도 캐릭터, 웹툰 등등 요즘 K-Culture 라고 할 만한 것들 중에 저작권 안 물고 들어가는 것은 없지. 예술 기업들도 마찬가지야. 저작권이 없이는 사업을 못한다고 봐도 좋아. 그런데 우리의 이 소중한 저작권들은 평가의 대상이 아니라는 게 참 아이러니 해. 수 억을 벌어온 효자 저작권이 있더라도 평가할 때는 아무도 묻지 않아.


저작권 우대 정책, 어떻게 안 될까요?

내가 간담회에서 '예술기업을 평가할 때는 예술기업이 활용하고 있는 저작권에 대한 가치평가가 병행되면 좋겠다'고 이야기를 한 것도 위에서 말한 내용들 때문이야. 나는 정부가 피부로 느껴지는 도움을 주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하지만 거시적으로 산업을 세팅하고 판을 깔아주는 역할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거든. 이건 뭐 너무 뜬구름뜬금포뜬뜬뜬거리는 공상가 같은 소리처럼 들릴 수 있기 때문에 울림 없는 메아리로 사라져 버릴지라도 여기는 덕업일치니까 나 한 번 더 말할거야.


정부에서 예술기업을 대상으로 한 융자 상품을 만들 것이라면 단순히 융자를 하고 끝날 것이 아니라 예술기업이 실제로 돈을 버는 수단이 되는 '저작권 보유 여부'를 우대 가점으로 설정해 준다든지, 경제적으로 우수한 성과를 내고 있는 저작권에 대해서 미래가치를 평가해 준다든지 하는 선제적인 액션을 취해준다면 예술계 전반에 '저작권은 돈이 된다'라는 패러다임을 불러 일으킬 거야! 저작권이 재산권으로서 잘 인정 받아야 예술기업들도 저작권 가치 상승에 우선순위를 두게 될 거고, 결국 그것이 문화 산업을 부흥케 하는 동시에 무형자산을 더 활발하게 거래하는 밑거름이 될 것이라 나는 확신해.


앞뒤 다 자르고 하는 말이긴 하지만, 1000만원에 판매되는 원화의 저작권을 활용한 상품을 개발해서 5억을 벌었다면, 이 기업이 저작권 하나의 가치를 50배 증폭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고 볼 수도 있는 거잖아. 아니 더 보수적으로 말하자면 1년 간 5억을 벌어온 저작권이 있으면 그 저작권을 보유하고 있는 기업의 자산으로 인정해 줄 수 있는 것 아니냐는 말이야. 두 번 더 양보해서 그 저작권이 자산까지 인정받지는 못하더라도, 적어도 정부 차원에서 그런 저작권을 가꾼 예술기업을 우대해 줄 순 있잖아.


아니, 말하다보니 열받네. 입찰이든 지원사업이든 정부에서 우대 점수 주는 목록들을 보면 '지식재산권 보유 여부'를 묻는 경우가 많은데, 왜 지식재산권 있냐고 물어 놓고서는 세부 선택 사항에는 특허, 디자인, 실용신안만 적혀 있고 상표권이랑 저작권은 선택지에서 쏙 빼는거야? 저작권은 지식재산권 아니야? 아니 저작권은 등록으로 인정해주는 권리가 아니라고 쳐, 적어도 돈 받고 등록해 준 상표권은 선택할 수 있게 해줘야 할 거 아냐!


저작권, 그 '출생'의 비밀.
저작권은 재산권일까?

결론부터 이야기하면 저작권은 당연히 재산권이지. 저작권은 저작인격권, 저작재산권으로 분류가 되거든. 저작재산권은 저작물을 이용해서 경제적 이익을 얻을 수 있는 권리로, 복제권, 전시권 등등이 포함돼. 그렇지만 저작재산권은 분류 자체가 '산업재산권'인 특허, 상표, 디자인, 실용신안과는 태생과 목적이 좀 달라. 아래 표는 '해외 저작권 등록출원 지원시스템'에서 가져온 건데, 요즘은 저작권으로 분류가 되던 설계도, 유전자 지도 같은 것들을 신지식재산권으로 분류하기도 하더라. 저작권 중에서도 산업과 깊게 연관된 것들이라서 그런 것이겠지? 이런 새로운 분류조차도 '산업'과 연관이 돼 있으면 '재산권'이라는 이름이 떡 하니 붙여지는 것이지. (뭔가 이상하지 않아? 왜 같은 재산권인데 저작권이었던 몇몇 놈들이 신지식재산권으로 신분상승한 느낌일까?)

브런치 글 이미지 1

내가 지식재산권법 전공이라서 더 관심 있으니까 조금 더 파고 들어가볼게. 지재권은 산업재산권과 저작권이라는 큰 분류로 나뉘어지는데 산업재산권은 각 국의 특허청을 통해 출원 및 등록을 함으로써 그 권리를 얻게 돼. 그래서 국가 차원에서 속지주의적으로 보장해주는 측면이 있지. 그런데 저작권은 창작을 마치자마자 자동으로 생성되거든? 내 저작물을 아무도 몰라도 상관없어. 내가 '제일 먼저' 창작한 저작물이면 저작권은 저절로 생기는 거야. 그런데 여기서 '제일 먼저'가 뭐냐, 그걸 국가에서 관리를 안 해주니까 저작권은 재산권으로서 신뢰도가 뚝 떨어지는 거지. 저작권 분쟁이 생기면 개개의 분쟁 마다 어떤 저작물이 '제일 먼저' 창작된 것인지 다퉈야 하는 어려움이 있는 거야. 그러니까 저작권은 재산권이기도 하지만 우리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특허, 상표 같은 재산권이랑은 좀 다른 성격을 가진 것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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