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를 빙자한 덕질, 덕터뷰 - 안소현 1편
안녕, 나 양벼락이야.
하이루? (^ㅡ^)/ 또 새로운 작가님 덕질하구 왔어. 나의사랑 너의사랑 안소현 작가님이야! 엣헴, 내가 자랑을 좀 해보자면 말이야! 우리 안최애 그림도 잘 그리는 건 우리 모두 아는 사실이지? 감히 안최애의 그림을 보고 아무 것도 못 느낀 사람은 없다고 말할 수 있을 정도라니까. 그만큼 많은 감정과 생각을 담은 물감과 캔버스와 붓에 담아 작업하는 작가야. 자 그럼, 글도 잘 쓴다는 거 아는 사람 있어? 이미 안최애 팬인 사람들은 다 알고 있을테니 으쓱해보자고! 한창 코로나가 기승을 부릴 때 출간했던 안최애의 <여기에서 잠시 쉬어가기>라는 책을 읽고 나면, '아 나의 고민은 이 고요한 아름다움 앞에서 아무것도 아닌 것이구나'라는 생각이 절로 들어.
그림으로든 글로든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고 있는 우리 안최애의 인터뷰는 그래서 '그림과 글'로 진행하게 되었어! 진정한 성덕이 되고 싶은 욕심에 그녀를 대면하기를 고대하지 않았다면 거짓말이지만, 또 한편으로는 6~7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이메일로, 디엠으로, 댓글로 소통해왔던 우리의 역사를 이렇게 서면 인터뷰로 기록해보는 것도 멋지다는 생각이 들어 o>ㅁ<o 이러나 저러나 나 안최애의 사랑스러움은 드러날 수밖에 없으니까! 자 시작할게~!
<인터뷰를 빙자한 덕질, 덕터뷰> 안소현 편
수무한, 가분한, 안온
작품명으로 표현하는 몽글한 마음
첫 주제가 최애의 그림이 아니라 글, 더 정확히는 작품명이 될 거라고 예상치 못했네. 당연히 우리 최애는 화가이고, 미술이고, 작품이니까 그림 이야기를 먼저 할 줄 알았어. 모든 사람이 안최애의 작품을 보면 참 보드랍고 편안하다고 생각할 게 분명하고 나 역시도 그러한데, 나는 그 그림에 '이름'을 볼 때 내 최애의 마음이 얼마나 몰랑한지 알게 되어 더 깊이 그림을 보게 되더라고. 내가 최애를 알게 된 이후로 전시 10개가 있으면 8개는 쫓아다녔었거든? 그동안 봐왔던 최애의 작품 중에 제목이 크게 인상적이었던 작품명 몇 가지를 늘어 놓아볼게. 이걸 읽는 것만으로도 너에게 휴식이 될 거라 믿어.
수무한 바람, 안온, 햇빛 좋은 날 걷는 것은 모든 것을 괜찮게 해, 햇볕에 마음 쬐기, 보스스, 가분한 마음으로, 안온한 마음, 비로소 온전히 쉴 수 있게 되었네, 몽구르기, 마침내 온온의 세계로, 0의 휴식, 0의 무게, 0을 바라보며, 무하수... 엘덕아, 너 이 제목들 읽고 난 후로 머리카락이 분홍색 된 거 같아. 이 제목을 가진 작품들이 아래 작품들이야.
국어사전에서 찾아내는 소담한 단어들
엘덕후: 작품명을 정하실 때 평소에 많이들 쓰지 않는 단어들(안온, 수무 등)을 너무 적절하게 사용하셔서 늘 감동입니다. 혹시 그런 단어들을 어디서 만나시나요? 작품을 하면서 읽는 책이나 시의 영향을 받으시나요?
안최애: 사실 저는 어휘력이 부족한 것 같아요. 글자나 숫자같은 문자를 받아들이는 습득력이 약하고 대신 색이나 형태를 받아들이는 감각이 발달한 편 입니다. 그래서 책을 보면 첫 장부터 피곤함을 느끼게 되는데 모든 문장을 머릿속에서 일일이 이미지화 하고 있다 보니 한 장 넘기는 시간이 오래 걸리고 결국 읽는 데 어려움이 많더라구요. 그래서 제목을 정할 때에는 우선 즉각 떠오르는 단어를 가제로 정해 놓습니다. 아마도 누구에게나 익숙하고 흔한 단어들 일 것입니다. 그 단어를 특색 있는 제목으로 바꿔보는데, 저만의 방법은 국어사전을 뒤져요. 생소하지만 재밌는 단어들이 있더라구요. 그렇게 찾아낸 단어들이 제목이 되었어요. ‘평안’이란 가제를 만들고 비슷한 뜻의 ‘안온’이라는 단어를 찾아내서 사용했고, ‘위안’을 ‘수무’로, ‘가뿐’을 ‘가분’으로 바꿔 주었습니다. 낯선 단어를 사용할 때 더 주목을 하게 되고 흥미롭게 느껴지는 것 같아요.
엘덕후: 그런 적절하면서도 희귀한 단어들이 작품에 입혀질 때 착 달라붙는 느낌이 들게 되는 순간이 있는지도 궁금해요. 단어 선정이 즉흥적인 것인지 수많은 수정을 겪는 것인지도 궁금합니다.
안최애: 착 붙는다는 느낌 들어요! 이 그림의 제목에 사용된 이 단어는 내가 찾아낸거다 같은 뿌듯함도 생기고요. ㅎㅎ 예로, ‘안온’ 이라는 단어는 요즘 흔한 말이잖아요, 그런데 제가 2017년에 사전에서 안온이라는 단어를 발견하고 제목으로 사용했는데 당시에는 잘 쓰이지 않는 단어이다보니 ‘안온’을 검색하면 나오는 정보도 거의 없고, 제 그림이 유일했던 것 같아요. 그래서 전시하는 동안 뜻에 대한 질문을 많이 받았어요. 이렇게 발견한 단어를 작품에 입히다보니 자부심같은 느낌도 생겨서 전시의 주제를 아우르는 총체적 제목으로도 밀고 나가요. 물론 제목이 떠오르지 않을 때도 많고 여러번 바꾸게 되는 제목들도 있어요. 고민도 수정도 많은 편입니다.
안소현의 작업노트
마음이 가고 싶은 곳으로 갔다.
산으로 바다로 들판으로 사막으로 텅 빈 곳으로
고요와 자유를 만끽하며 수 년의 시간을 보냈다.
비로소 수무한 숨을 쉬는 기분이 들었다.
실은 방 안에서 눈을 감고 있었다.
때로는 상상의 세계로 가는 열차를 탔다.
이름 모를 정류장에서 또 다른 마음을 만났다.
마음이 마음을 만나자 거대한 여정이 시작되었다.
여기서부터는 더 이상 말로 표현이 어렵다.
그림으로도 어렵지만 이리 저리 떠도는 마음에 대한 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