꽤 괜찮은 인생메이트_01
'28살쯤에는 결혼을 하고, 30살쯤이면 아이를 낳겠지'
뚜렷한 대상도 없이 그저 빨리 결혼을 하고 싶다는 막연한 목표. 그러나 다른 일들이 그러하듯 결혼도 결코 내 마음대로 되는 일이 아니었다. 2021년의 10월 30일, 29살이(한국식 나이로) 되던 날의 나는 심지어 혼자였고, 다음 목표인 30살이 코앞이라는 사실에 낙심하며 슬쩍 두 해를 더했다. 그리고 약 2주가 흘러 11월 중순의 어느 날, 나는 홍대입구역의 스타벅스 앞에 서서 소개받은 남자를 기다리고 있었다. 우연한 계기로 갑작스럽게 소개를 받게 된 터라 조금 얼떨떨한 채로. 낯선 사람을 맞이하기 직전의 기분은 병원에서 두 눈을 질끈 감고 언제 찔려 들어올지 모르는 주삿바늘을 의식할 때와 꽤 비슷하다는 생각을 했던 것 같다. 이내 어색한 기색을 숨기지 못하고 쭈뼛거리며 한 남자가 다가왔다. 지금은 내 남편이 된 사람. 그 순간에는 정말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 2022년의 11월에 내가 유부녀가 될 거라는 것을.
우리의 첫날은 정말이지 우리가 함께 보낸 날들 중 가장 운이 없는 하루였다. 아주 추운 날씨에 꽤 먼 거리를 걸어갔는데, 불이 꺼진 어느 낡은 건물 앞에 다다르자 남자는 난처한 눈빛으로 나를 보며 말했다. “제가 알아본 식당인데, 문을 닫았네요...” 그 순간 조금 당황했지만 나보다 더 당황했을 이 사람을 진정시키고 싶었다. “괜찮아요! 저는 걷는 거 좋아하는데, 산책 삼아 걸으면서 한 번 같이 찾아봐요!” 다행히 얼마 지나지 않아 우리는 아늑한 일식집을 발견해 만족스러운 식사를 할 수 있었다. 식사 후에 이야기를 더 나누기 위해 카페를 찾아 나섰는데, 겨우 발견한 곳에 들어서니 나란히 창을 보고 앉아야 하는 좁은 구석 자리만 남은 상태였다. 잠깐 고민했지만 더 이상 쌀쌀한 거리를 목적 없이 헤매고 싶지는 않았기에 그냥 이곳에 자리를 잡기로 했다. 생각보다 음료는 맛이 있었고, 우리는 첫 만남 치고는 꽤 가까운 거리에서 많은 대화를 나누었다. 언뜻 보기에는 엉망진창이었지만 돌이켜보면 오히려 좋았던 것 같다. 남편은 평소에 정말 운이 좋은 사람인데, 어쩌면 그날에도 남편의 행운이 아닌 척 탈을 쓰고 열심히 일을 했던 게 아닐까? 알 수 없지만, 그날의 그 남자가 지금 내 남편이 된 것은 나에게 분명한 행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