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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보람 Nov 14. 2023

섭섭 시원하다


 “잠깐만 기다려~ 엄마랑 같이 가자”

7살 아들의 등원길. 유치원 주차장에 도착해 차에서 내리기 전에 항상 하는 말.

6살부터 다니기 시작한 아들의 유치원은 초등학교 병설유치원이라 등하원 시간의 주차장이  몹시 붐비고 사고 위험이 있어 부모님이 운동장 입구까지 데려다주고 100미터 남짓한 등원길은 아이 스스로 걸어가는 등원시스템이다.

(6세 반은 부모님이 유치원 문 앞까지 데려다주지만, 7세 반은 운동장 입구에서 배웅^^)

작년 한 해는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바람이 부나.’ 아침 등원 100미터’를 위해 등원룩도 신경 쓰고 부지런히 아침 미모단장에 열을 가하느라 힘들어서 ‘아들이 제발 7살만 돼도 좋겠다~’ 싶었다.

그런데 막상 7살이 되어 운동장 입구에서 등원하는 아들의 뒷모습을 바라보는 모습이 흐뭇하지만은 않았던 쿨하지 못한 나.

학기 초만 해도 아주 가끔 아침부터 괜히 감성레벨이 높아진 엄마가 “오늘은 엄마가 문 앞까지 데려다줄까?”하면 “응!!!”하고 해맑게 웃으며 반기던 아들이었는데…

언제부턴가 그 아들이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

등원길 포옹 한 번, 뽀뽀 한 번 조차 수줍어진 7살 아들. 낯설다 낯설어…

집에선 지겹다 싶을 정도로 자석처럼 엄마에게 붙어서 떨어지지 않는 녀석이, 밖에선 세상 의젓한 아들로 둔갑해 애미를 모르쇠 하다니!!!

9살 딸은 여전히 밖에서도 엄마한테 무한애정표현을 하는데… 고작 일곱 살에 이렇게 멀어진 아들이라니… 서운하다 서운해…

그날이 오면 시원섭섭할 줄 알았는데, 섭. 섭. 시. 원. 하다.

시원함보다 섭섭함이 먼저 오는 이 강렬한 아쉬움이라니.

아이들을 누구보다 독립적으로 키우고 싶다 생각했는데, 엄마가 제일 독립적이지 못하고 유치원 배웅 앞에서 절절매는 모습이라 나 스스로에게 또 놀랐다.

그렇지만, 아들~ 딸~ 제발 천. 천. 히. 커주면 안 되겠니~?

품 안에 자식이라는데, 엄마는 아직 너희를 품에서 놓지 못하겠구나. 꺼이꺼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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