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

오니의 도전기

by 김보람


오니가 앙상블 단원 모집 안내문을 들고 왔다. 작년부터 도전해보고 싶었지만, 스케줄이 맞지 않는다는 핑계로 포기했었다. 그런데 올해는 마침내 모든 일정이 딱 맞는다며 설레는 얼굴로 도전 의지를 내비쳤다.

"학교에서 운영하는 오케스트라 프로그램이라 괜찮아 보이긴 하는데, 4월부터 방과 후 수업을 마치고 줄넘기 학원까지 다녀오면 귀가 시간이 6시가 넘을 텐데, 앙상블까지 하려면 너무 힘들지 않을까?"

내 걱정에 오니는 단호하게 말했다.

"내가 좋아서 하는 일은 아무리 힘들어도 힘들지가 않아. 엄마, 나 이번엔 꼭 도전해보고 싶어!"

그 열정이 기특하면서도, 현실적인 부분이 걱정됐다. 작년부터 하고 싶었던 파트는 피아노였지만, 피아노 파트는 5학년부터 가능하다고 했다. 바이올린은 방과 후 수업으로 한 학기 배운 게 전부라 오디션에서 붙을 가능성이 희박했다.

"원한다면 해봐도 좋아. 하지만 엄마가 특별히 도와줄 수 있는 게 없으니 스스로 방법을 찾아봐."

그랬더니 오니는 매일같이 학교에서 새로운 정보를 찾아왔다. 악기를 다뤄본 적 없어도 지원할 수 있는 파트(심벌즈)나 악보만 볼 줄 알면 지원 가능한 파트(플루트, 첼로)를 알아오는 등, 방법을 찾기 위해 발로 뛰었다.

한참을 고민하더니, 결국 타악기 파트 지원서를 적어 왔다. 심벌즈는 엄마도 초등학생 때 해본 적 있었고, 생각보다 재미있었던 기억이 있어 기쁜 마음으로 응원해 주었다.

하지만, 풀이 죽은 얼굴로 돌아온 오니.

"엄마, 심벌즈는 맨 뒷자리에 서서 연주해야 해서 키가 140cm가 넘어야 한대… 나는 지원조차 할 수 없어."

기껏 찾아낸 방법이었는데… 속상하겠구나.

"저런… 속상하겠다. 그래도 괜찮아. 내년에도 우리에겐 기회가 있잖아. 1년 동안 열심히 준비해 보자!"

그런데 오니는 포기하지 않았다.

"엄마! 플루트랑 첼로는 악보만 볼 줄 알아도 지원할 수 있대! 나는 예전부터 첼로가 하고 싶었는데, 첼로는 크기가 커서 키가 좀 커야 한대. 그래서 플루트에 지원해 보려고. 플루트를 연주할 줄 모르면 리코더로 오디션을 봐도 된대!"

끝난 줄 알았는데, 아직 끝난 게 아니었다.

그날부터 오니는 귀가 아플 정도로 리코더를 연습했다. 그런데 며칠이 지나자 고민에 빠졌다.

"아, 나는 피아노를 가장 잘 칠 수 있는데, 피아노로 오디션을 봐야 할까? 플루트이니까 리코더로 봐야 유리할 것 같은데, 리코더를 피아노만큼 잘 연주할 자신이 없어. 엄마, 나 어떡해?"

결국, 오디션 전날 밤까지도 고민하고 또 고민했다. 그리고 오디션 당일 아침까지도 갈팡질팡하던 오니는 마지막 순간에 결정을 내렸다.

결국, 리코더가 아닌 피아노로 오디션을 보기로 했다. 그것도 이번 달 말 마지막 콩쿠르를 위해 연습하던 곡으로.

"처음엔 너무 떨리고 긴장됐는데, 연주가 평소보다 더 잘됐어! 선생님도 놀란 느낌이었어. 심지어 ‘플루트 하면서 피아노 파트도 할 수 있어?’라고 물어보셨다니까!"

설레발일 수도 있지만, 기분 좋은 징조였다.

플루트 파트는 단 두 명만 뽑는다. 만약 플루트 연주가 가능한 아이들이 지원했다면 탈락할 수도 있는 상황. 하지만 피아노로 오디션을 본 덕분에 오니의 재능을 제대로 보여줄 수 있었다.

"탁월한 선택이었네! 리코더로 오디션을 봤으면 오니의 피아노 실력을 보여줄 기회가 없었을지도 몰라. 피아노로 봤기 때문에 선생님도 오니의 가능성을 알아보신 거야! 분명 합격할 거야!"

그렇게 주말을 보내고, 월요일이 되었다.

오디션 결과는 부모님 연락처로 안내된다고 했기에, 오니는 시도 때도 없이 결과를 물었다. 긴 기다림 끝에, 마침내 도착한 메시지.

"앙상블 실기 면접 결과, 앙상블 단원으로 선발되었음을 안내드립니다."

꺄아아! 내가 합격한 것도 아닌데, 왜 이렇게 기쁜 걸까.

결과를 알려주자, 오니는 하늘을 날아갈 듯 기뻐했다.

우리 오니, 정말 대단하다. 원하는 것을 이루기 위해 스스로 방법을 찾아가며 도전하는 너의 모습이 정말 자랑스럽다.

진짜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구나. 오니는 하고자 하는 건 결국 다 해내겠구나.

새삼 더 기대된다.

넌 커서 어떤 사람이 될까?

… 아니, 뭐가 되든 상관없지.

오니는 커서 오니가 되겠지.

뭐가 되든, 넌 영원히 내 사랑하는 딸이니까.

사랑한다. 사랑한다. 사랑한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품 안의 자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