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한 일요일'이 '글 쓰는일요일'이 된 이유
일요일
"일요일, 하면 뭐가 떠오르세요?"
- 오늘이... 정녕 (휴일의) 끝인가. / 서울시 중랑구 S모양
- 특별한 일요일, 거꾸로 해도 일요일. 누군가에겐 한 주의 마지막, 누군가에겐 한 주의 시작. / 경기도 고양시 J군
- 전 일요일 하면 새벽 공기와 캐러멜 마키야토가 떠올라요. 제 일요일만의 루틴이어서 일까요? / 경기도 구리시 K모군
- 휴일의 막날이라는데 의미를 두게 되더라고요. 아무것도 안 하고 낭비하던지. 뭐라도 하면서 즐겨보던지. 이 일요일이 어떻게 될지는 나에게 달려있다는 느낌이죠. / 서울시 강동구 Y군
- 글루미 선데이 영화가 괜히 나왔겠어요? (물론 영화는 안 봤지만요) 일요일은 애매하고, 우울해요. / 서울시 노원구 L모양
한 주의 끄트머리이자 시름시름 월요병을 앓는 직장인들로 넘쳐나는 요일. '불금', '불토'라는 말은 있지만 '불일'이라는 말은 없다. 2000년 개봉했던 영화 '글루미 선데이'의 탄생은 필연적이었는지도 모른다. 그래서일까. 나도 휴일의 끄트머리인 일요일이 좋으면서도, 우울했다. 특히 해가 뉘엿뉘엿 지기 시작하는 7시에서 9시 사이에 그 글루미함은 최고조에 달했다. 회사에서 날 잡아먹는 것도 아니고 내가 이력서 넣고 들어간 회산데 대체 무엇이 날 우울하게 하는가.
애초부터 내 모임은 '일요일'이었다. 이유는 단순했다. 토요일 오후 모임은 모임 중간에 애인이 생겨 버린 사람들이 불참할 확률이 높아지기 때문이었다. 시간은 무조건 오후였다. 오전은 내가 일어나기 힘들게 뻔했고 저녁은 뭔가 다음날이 부담스러웠다. 그래, 오후 3시에서 5시까지 2시간이면 딱일 것 같았다. 점심 약속이 있어도 끝나고 오면 되고 저녁 약속이 있어도 모임 끝나고 가면 된다. '밥 약속이 잡혀서 못 갈 것 같아요.'라는 '못 갈 이유'를 반은 줄이고 들어갈 수 있는 센스 있는 시간. 나는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그래. 이왕 월요일을 앞두고 아무것도 안 하고 허비한 것 같은 마음에, 혹은 너무 열심히 놀아서 끝나기 아쉬운 우울함에 찝찝해할 거라면 뭐라도 하나 하고 마무리하자. 따지고 보면 일요일은 한 주의 끝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인지도 모른다.
글루미 선데이 = 우울한 일요일? 우울한 일요일을... 글(이라도 한 편) 쓰는 일요일로 바꿔보면? 글요일 선데이 = 글 쓰는 일요일. 친구와 장난처럼 말하다 나온 '글요일 선데이'가 그렇게 우리의 글쓰기 모임 이름이자 브랜드명이 되었다. 이 모임으로 나처럼 뭐라도 좀 해보고자 모인 사람들에게 주고 싶은 메시지는, 크게 고민할 것도 없이 명확했다.
일요일은 이유 불문 함께 모여 글 써요.
그렇게 '이유 불문', 일요일 글쓰기 동료 찾기 프로젝트는 시작되었다.
#글요일선데이 #글루미선데이 #글쓰기모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