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난과 역경을 이겨내면 반드시 행복한 보상이라는 미래가 올거야
빈센트 반 고흐(Vincent Van Gogh). 살아생전 판매된 그림이 단 한 점에 불과하단 사실이 놀라울 정도로 현재 전 세계에서 가장 사랑받는 작가 중 한 명이다. 사후 본인의 일생과 작품이 이 정도로 뜨거운 주목을 받을 줄 알았더라면 그렇게 비참하게 가지 않지 않았을까? 하긴, 결말은 비슷했을지도 모른다. 예술가적 히스테릭함 역시 그의 운명이었을테니까.
유명세만큼 반 고흐의 대표작들은 넘쳐나지만 그중 유독 많은 사랑을 받는 작품이 있다. 많은 사람들이 그의 대표작으로 가장 먼저 떠올리는 작품. 바로 '별이 빛나는 밤(The Starry Night, 1889)이다. 이 그림은 그가 정신병이 심했을 적 스스로 요양원에 들어가 요양원의 철창을 통해 바라본 바깥 풍경을 3일 만에 그려낸 작품이다. 반 고흐는 평소 별을 굉장히 좋아했다. 동생 테오에게 보낸 편지에는 “별을 보는 것은 언제나 나를 꿈꾸게 한다.”라며 별을 그리기 위해 밖으로 나갈 것이라 적은 기록도 남아있다.
그의 밤 하늘을 수놓고 있는 11개의 별
이 작품에 담긴 의미와 해석해 대해 굉장히 많은 자료가 소개되고 있지만 그중 작품 속 밤을 수놓고 있는 '빛나는 별'이 왜 11개인지 아는 사람은 크게 많지 않을지도 모른다. (고흐 덕후들은 이미 알겠지만) 반 고흐는 세간에 알려진대로 목사 아버지 밑에서 자란 절실한 기독교 신자였다.
굉장히 많이 소개되고 있는데 그중 작품 속 ‘빛나는 별’이 11개라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크게 많지 않을 것 같다. (어지간한 고흐 덕후 아니고서야) 반 고흐는 알려져 있다시피 목사 아버지 밑에서 자란 절실한 기독교 신자였다. 그의 작품 ‘별이 빛나는 밤’ 역시 기독교적인 의미들이 내포되어 있다.
그림을 살펴보면 여기저기 제각각의 크기로 흩어져있는 반짝이는 별의 개수가는 총 11개! 집요함이 생명인 과학자들은 이 작품 제작 연도를 비교하며 그 당시 얼마나 많은 별이 하늘에 떠 있었는지 별의 개수를 비교해 보았다고 한다. (누가 이과출신 아니랄까봐) 그 결과, 실제 떠있던 별 보다 더 많은 개수의 별들이 작품 속에 그려져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보통 사람들 같으면 '작품을 예쁘게 보이게 하기 위해 이래저래 찍다보니 11개가 되었구나'하고 넘어갈 테지만, 반 고흐를 추종하는 스마트한 덕후들은 다음과 같은 사실을 분석했다.
요셉이 다시 꿈을 꾸고
그의 형제들에게 말하여 이르되,
내가 또 꿈을 꾼즉 해와 달과
11별이 내게 절하더이다 하니라.
성경 창세기 37장 9절
이 구절에 대해 간략히 설명하자면, 야곱의 11번째 아들 요셉이 다른 11명의 형제들에게 질투를 받아 쫓겨났으나 하나님(반 고흐는 기독교 신자였으므로 '하느님'보다 '하나님'이란 표기가 더 적절하다고 판단)에 대한 믿음을 잃지 않고 올바르게 자라 결국 이집트의 총리가 되고 훗날 11명의 형제들이 기근으로 굶어죽을 뻔하자 이집트로 찾아와 요셉에게 식량을 구걸하게 되었다는 내용이다. 그래, 역시 인생사는 새옹지마지. 하지만 여기서 중요한 것은 11이란 숫자가 성경에서 매우 의미 있는 숫자라는 점이다. 그리고 모세의 기적 이후 이집트로 내려와 살던 지역을 ‘기름진 초승달 지역’으로 불렀다고 한다.
이런 성경의 일화와 반 고흐가 당시 처해있던 상황을 겹쳐 본다면 숫자 11은 요셉에게 고난을 주고 있는 11명의 형제, 즉 반 고흐에게는 이겨내야 할 역경이라 볼 수 있으며 초승달은 야곱이 고통의 시간을 견디고 올바른 삶을 살아낸 대가로 받은 상이라 해석해 볼 수 있다고 한다. 작품 속 초승달 역시 반 고흐가 고통의 시간을 견뎌내면 마침내 당도하게 될 최종 목적지이자 보상의 시간으로 해석된다는 이야기.
정리하자면, 반 고흐의 ‘별이 빛나는 밤’은 단순히 정신병원 쇠창살 밖의 아름다운 별 풍경이 아닌 야곱의 11개의 별과 같은 고난과 역경을 이겨내면 반드시 행복한 보상이라는 미래가 찾아올 수도 있을 거라는 스스로에 대한 위로와 꿈을 표현한 그림이라고 볼 수 있다는 것이다.
반 고흐가 이렇게 유명해지기 전엔 반 고흐의 작품 속에 담긴 의미 따위는 아무것도 없다고들 말했다. 하지만 그가 유명해진 이후 학자들은 그의 작품 속에 의미를 찾아내기 시작했다. 물론 정확한 진실은 반 고흐 본인만이 알 것이다. 과학적인 다른 해석으로는 반 고흐가 양자리를 보고 그린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고 한다. 나 역시 생각 없이 봤던 그림들인데 그는 그렇게 많은 그림을 그려내면서 한 점 한 점에 자신의 삶에 담긴 의미를 뜨겁게 담아내고 있었다.
그림 한 점에 이렇게 깊은 해석이 숨겨져 있다니, 화가의 삶과 작품에 대한 스토리는 파헤쳐 볼수록 놀랍고 배우게 되는 것이 많다. 내가 예술사와 그림 이야기를 떠날 수 없는 이유다. 또한 내 인생에 적용해 볼 수 있는 점이 많아서 나만의 스타일로 녹여내 살아가고 그려보고 싶어진다.
누구에게나 존재할 11개의 별
누구에게나, 야곱의 11개의 별과 같은 저마다의 고난과 역경이 있다. 그 역경이 주는 시련은 11번일 수도, 그보다 더 많을수도 있다. 하지만 초승달이라는 보상의 희망이 있다면 그 11개의 별도 결국은 반짝반짝 빛을 낼 수 있게 되지 않을까. 사실 이렇게 말하는 나도 내 눈앞에 주어진 고난과 역경이 결코 빛나 보이지만은 않는다. 하지만 초승달이라는 희망조차 없다면 어떻게 이 상황을 견디며 웃을 수 있을까.
우연히 이 글을 보시는 모든 분들에게, 고통의 시간을 견디고 올바른 삶을 살아낸 대가로 주어지는 '초승달'과 같은 상이 찾아오시기를 바라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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