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근이쥐
2015년 9월 2일 수요일 저녁 7시 25분.
D-29
사무실에는 나와 도안구 선배만 남았다. 귀찮아서 퇴근 안 하는 직장 상사를 욕하는 글을 트위터에서 종종 본다. 우리가 그런 모습이었다. 저얼대 한가해서는 아니었고 오후에 연달아 두 건 일정을 같이 소화하고 나서 잠시 숨을 돌렸다. 에너지를 충전하고 나면 도안구 선배는 마이크로소프트웨어의 전 편집장을 만나러, 나는 스트레스 풀 겸 운동을 하러 가려고 했다. 모두가 퇴근한 사무실에서 페이스북을 하는 내 모습을 이렇게 정당화해본다.
핸드폰에 뜬 알람 하나.
창업하고서 서비스를 준비 중인 김안나 님이 메일을 보냈다.
오! 청첩장을 주려나 +_+. 페이스북에 웨딩 사진 찍는 모습 올렸던데.
메일 제목도 '안부+~~~'이고.
반가운 마음에 메일을 열었다.
좀 두서없지만.. 기획 중에 기자님이 번뜩 떠오르는 일이 있어서요.
내가? 무얼까?
저희가 10월에 열리는 '프랑크푸르트 도서전' 가서, 주요 컨퍼런스/전시를 '심층 취재' + '미디어 업계 분들'에게 도움이 될만한 정보를 모아서 콘텐츠화 하고자 합니다. 혹시 이 프로젝트에 기자님께서 관심이 있으실까요?
오오~ 드디어 내게도 프랑크푸르트 도서전을 취재할 기회가 왔구나!
보수는 어느 정도 수준으로 생각하면 좋을까요?
음?
그런데 왜 비용을 묻지?
이메일을 다시 읽었다. 아무래도 퍼블리를 홍보할 블로그를 채울 게 필요한 듯했다.
김안나 님은 첫 직장 상사와 창업했는데 지금은 한창 서비스 준비중이다. 준비 기간을 그냥 보낼 수가 없어서 일주일에 한 번 뉴스레터를 만든다. 지난 뉴스레터는 블로그에 올린다.
아무래도 내가 할 일은 그 블로그를 채울 글을 쓰는 것이고. 그래서 비용을 물어보는 것이군. 기사를 써달라는 게 아니라 회사가 쓸 글이 필요하다는 거야.
일단 기쁜 마음으로 OK하고 자세한 건 만나서 듣기로 했다.
#이럴_땐_객원으로_일하는_게_좋군
꺄~!!!
그런데 출장 기사를 쓸 때보다 더 부담스러운 이 기분, 뭐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