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쳤군. 미쳤어.
2015년 9월 7일 월요일 D-24
아침 10시 5분.
분당선 서울숲 역 개찰구에 마악 카드를 댔다.
지각이다.
약속장소는 성수동 카우앤독. 누구는 여길 '개나소나'라고 부르던데. 진짜 그렇게 부르라고 지은 이름인가.
암튼. 1층에서 김안나 님을 만나 커피를 사서 3층으로 Go.
떨렸다. 어느 매체의 누구가 아니라 나에게 들어온 첫 일감. (머~ 종종 외부 원고는 썼지만서도 그건 또 느낌이 다르다)
회의실 문을 열면서 두근두근.
얼마를 불러야 하나.
그랬다. 프랑크푸르트를 간다는 설렘에 앞서 '얼마'를 고민했다.
1백만 원? 2백만 원? (여기에서 숫자를 올릴 생각을 감히 못해본 나 ㅠㅠ)
아냐. 이런 일은 초짜인데 심했어. 50만 원?
에이~ 제안해 준 것만으로도 고마운데 공짜로 한다고 할까?
그렇게 말하면 자신감 없어 보이겠지? 그럼 제안한 걸 후회하겠지? 그럼 나는 나가리?
별별 생각을 하면서 자리에 앉았다.
햇살이 내리쬐는 통유리 사무실에서 화이트보드 앞에서 팔을 휘휘 저으며 발표하는 모습이 어울릴 것 같은 박소령 대표가 "행사 중에 트위터로 생중계하고요, 돌아와서 레포트를 작성하는데 이 비용을 크라우드 펀딩으로 모을 거예요"라고 말했다.
……
"크라우드 펀딩으로 모을 거예요"
……
"크라우드 펀딩으로 모을 거예요"
……
"크라우드 펀딩으로 모을 거예요"
……
얘기를 들으면 들을수록 얼굴에 열이 올랐다. 이야기는 이랬다.
오프라인에서 이루어진 일을 자료로 만들기. 이 자료는 현장에 가지 못한 사람에게 도움이 될 것. 요 자료는 신문 기사와 달리 유료. 자료는 50페이지짜리 PDF 보고서와 모금에 참여한 사람들에게 매일 보내는 한 장짜리 일지 또는 보고서로 구성. 이 자료를 만드는 데에 필요한 비용은 프랑크푸르트 도서전 입장권 + 비행기표 + 숙박비 + 체류 기간 식비와 교통비 + 자료를 만들 내 임금 + 알파. 이 비용을 크라우드 펀딩으로 모으겠다는 퍼블리의 생각.
마주 앉은 김안나 님은 나에게 "표정이 어두워졌어요;;"라고 말했다.
기분이 안 좋은 건 아니었고 부담이 컸다.
내가 할 일이 무언지가 와닿지 않았다.
나는 그런 일을 해본 적이 없는데……
'그런 일'이라 함은 이런 거다.
누군가가 사서 보는 글을 만드는 것.
나는 그동안 내가 쓴 글이 누가 얼마나 오래 또는 자주 보는지에 상관 없이 급여를 받았다.
내 글을 읽는 사람은 나에게 대가를 지불하지 않았다.
그런 내가 크라우드 펀딩을?
크라우드 펀딩. 취재만 해봤지 내가 해본 적은 없는데. 얼마 안 모이면 어떻게 되는 거지? '정보라가 만듭니다' 했는데 사람들이 '됐네요'하면 나는? 나는? 나는?
'내가 할 수 있을까?'라는 의문이 들면서도 '못하겠는데요'라는 말은 나오지 않았다.
해보고 싶었다. 안 해 본 거니까.
그래, 난 할 수 있어!
그간 취재/공부했잖아!
"저, 그런데 혼자 가셔야 해요"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