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9월 8일 D-23
요앞 회의에서 크라우드 펀딩으로 비용 조달 + 사전 판매를 하기로 하였고 내가 일한 값 그러니까 사람들에게 팔 무언가(글과 사진, 자료)를 만드는 데에 내가 들인 공을 얼마로 칠지는 정하지 않았다.
얼마여야 할까.
나는.
그리고 내글은.
내가 만들어내는 것은 얼마여야 하나.
이 고민은 크라우드 펀딩이 잘 될지에 대한 걱정 못지 않게 컸다. 나의 가치에 대한 고민이었으니까. 나에게 여러 마음이 생겼다. 프랑크푸르트 도서전에 가는 것만으로도 좋으니 대가를 받지 않아도 좋다는 마음, 그런 마음은 프로답지 못하다는 마음. 프로다워 보이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거냐는 막막한 마음. 1분에도 수 천 번 오락가락했다.
퍼블리 사람들에게 말하지 않았지만, 그날 내 뉴런은
'많이 달라고 하면, 나를 싫어하겠지? 그럼 파토 나겠지? 적게 달라고 하면 내가 흥이 안 나겠지? 그럼 나는 일을 못하고 결과물이 별로겠지? 사람들은 그런 나를 손가락질하겠지? 올해가 가기 전에 나는 책임감 없는 사람으로 낙인 찍히겠지? 그런데 퍼블리는 지금 돈도 안 벌잖아~그럼………………………'
무한 도돌이
고민한 끝에 답을 내렸다.
'모르겠다'
4년을 이 업계에서 일했는데 나는 나의 가치를 매길 줄 몰랐다. 이걸 깨닫는 순간 속이 쓰리고 얼굴이 화끈했다. 위염이 재발할 것만 같았다. 늘 눈앞의 일을 해결하는 데에 급급했고, 주는 대로 받았다. 그렇다고 없어 보이게 "알아서 해주세요"라고 할 수 없는 노릇!. 빨리 생각해내자! 무어라 말할 것인가!
메일을 썼다 지우고 썼다가 지웠다가 영화로는 런닝개런티, 책으로 치면 인세 개념을 제안했다. 이 프로젝트가 흥하면 항하는 대로, 성과를 못 내면 못 내는 만큼 받겠다는 안이었다. 이름을 걸고 크라우드 펀딩을 진행하는 건데 나도 도전하고 싶었다. 이 프로젝트에 대한 아이디어는 퍼블리가 냈지만, 얹혀 가고 싶진 않았다. (그렇지만 자꾸 기대고 싶고)
이렇게 제안하고선 조마조마했다. 싫어하려나? 반길까? 기분나빠하려나? 뭐든 이런 식으로 제안하는 건 처음이니까 떨렸다.
온 답변.
완전 오케이입니다!
그러면서 퍼블리 박소령 대표는 펀딩으로 자료집을 1천권 팔았을 때 내가 받을 수 있는 금액을 계산해서 알려줬다.
아… 멘탈 갑!
난 50권만 팔리면? 아니, 5권만 나가면?
이런 걱정이나 했는데. 그 분은 초긍정 마인드 대표였다!
그래, 흔들리지 말자. 저 분 말대로 1천권을 팔면 되잖아! .
…………
…………
……………………ㅠ.ㅠ
그리고 그 분은 그날 내 비행기 표를 끊었다.
우린 되돌아 갈 수 없는 강을 건넜다.
나, 잘 할 수 있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