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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ora Yoo Dec 02. 2019

화장실에 앉아 있는 시간이 유일한 휴식처럼 느껴졌어요

라이프 컬러링 모임 후기

새로운 장소에서 라이프 컬러링 수업을 진행했습니다. 광흥창역 근처에 있는 #공간 가민. 장소가 주는 영감의 힘을 믿고, 또 새로운 장소에 가보는 것을 좋아해서 저도 새로운 공간에서의 모임이 한 껏 기대가 되더라고요.




라이프 컬러링 첫 부부 참가자의 등장. 사실 아이가 있는 부부가 주말에 따로 시간을 내어 모임에 참석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죠. 이런 모임에 함께 나온다는 것만으로 일상에 대한 남다른 애정이 있는 것이 아닌가 하고 잠깐 생각해 보았습니다. 살짝 어깨가 무거워지기도 했고요.


그러나 제 고민은 기우였습니다. 쌀쌀한 날씨에도 라이프 컬러링 모임을 찾아주신 5분의 참가자분들은 역대 최고의 에너지와 역동을 보여주셨어요. 자기소개하실 때부터 감정이 벅차오름을 느끼고, 저도 울컥 참가자분들도 울컥. (또 시작이쥬?) 말랑말랑한 분위기로 모임을 시작했습니다.






라이프컬러러 1:
화장실에 앉아 있는 시간이 
유일한 휴식처럼 느껴졌어요

라이프 컬러러 1: 저는 직업 특성상 너무 많은 사람들과 만나고 대화를 해야 해요. 내부 회의, 외부 미팅, 업무상으로 만나는 사람들과의 정신없는 하루를 보내고 나면 정말 기운이 빠져요.

나: 일상을 구분하신 카테고리가 취침/회의/미팅/운동/일정/리포트/저녁 이렇게 구분된 것이 인상적이에요. 하루 전체가 일과 연결된 느낌도 들고요. 보통 일상을 살펴보면 힘들었던 회식 따로, 가족들과의 저녁 시간 따로 구분하는데 저녁 식사시간이 전부 같은 색으로 통일된 것도 독특해 보이고요. 따로 이유가 있으신가요?

라이프 컬러러 1: (침묵) 저도 이걸 다 그리고 나서야 알았어요. 제 일상에는 제 시간, 업무시간, 가족과의 시간 경계가 모호해요. 그래서 제가 그동안 힘들었던 것 같고.. 가족들도 힘들었을 것 같아요.

나: 정말 열심히 살고 계신 분의 일상을 한참 들여다보니 얼마나 고단하셨을지가 느껴져요. 이렇게 바쁘신데도 주말에 이 모임에 나와주신 것도 정말 대단하시고요. 만약 휴식할 수 있다면 어떤 것을 해보고 싶으세요?

라이프 컬러러 1: 잘 떠오르지 않지만 아주 일상적인 것들을 해보고 싶어요. 그냥 정말 고요한 침묵 속에 있기, 가족들과 소소한 대화 나누기, 또 가족들과 아파트 한 바퀴 산책하기. 이런 것들만 해도 휴식했다고 느껴질 것 같아요. 지금 제가 휴식하고 있다고 느끼는 시간은 화장실에 앉아 있을 때에요.




나: 다음 주 루틴을 그려보시니 어떠세요? 왠지 이 루틴을 보시면서 기분이 좋아 보이세요. 어떤 루틴 일지 정말 궁금해요.

라이프 컬러러 1: 휴식을 그려본다는 게 저에게 의미가 있었어요. 사실 다음 주를 그린다고 해도 회사에 가고 출퇴근을 하고 아주 드라마틱하게 바뀌는 건 없죠. 그래서 지금 할 수 있는 것들을 좀 고민해 봤어요.



라이프 컬러러 1: 우선 회사 업무 시간 중간중간 주황색으로 업무 하다가 잠깐 쉬는 20분의 휴식을 짬짬이 넣어봤아요. 저는 정말로 이거는 지켜보려고요. 월요일에 가서 꼭 해보고 싶어요.

나: 정말 좋은데요? 사실 우리가 휴식하고 싶다고 당장 회사를 그만두고 휴양지를 예약할 수는 없잖아요? 하지만 업무를 하다가 최소 20분씩은 나에게 휴식을 부여하고 실천해보겠다. 그런 다짐만으로 좀 숨통이 트이는 기분이 들 것 같아요. 그리고 좀 신나보이시는거 같아요.

라이프 컬러러 1: 수요일도 좀 중요한데요. 부인과 함께 저녁 퇴근 시간을 맞추어 같이 퇴근해보고 싶어요. 따로 시간을 내기 힘드니까 집에 같이 가면서 그동안 밀렸던 대화도 해보고, 차 안에서 얘기하면 또 집에서 이야기하는 것과는 느낌이 다르더라고요.

나: 맞아요. 독립된 공간이 주는 분위기가 있는 것 같아요. 화장실도 그렇고, 차 안도 그렇고, 나를 일상으로부터 분리시키는 공간에 나를 두는 것도 어떻게 보면 휴식의 한 방식일 수 있겠네요.





라이프컬러러 2:
게으른 저를 자꾸 반성하게 돼요


라이프 컬러러 2: 지난주에 동백꽃필 무렵을 정주행 했어요. 그리다 보니 일주일 동안 별로 한 게 없는 것처럼 느껴져요. 한 주를 제대로 못 보낸 것 같아 마음이 살짝 무거워요.

나: 사실 저도 회사를 그만두고 프리랜서 생활을 오래 해서 그 마음이 100% 이해가 가요. 저도 TV를 10시간씩 보던 시기가 있었거든요. 그럴 때는 어김없이 자기 비하가 올라오고, 하루를 망쳤다는 느낌이 들곤 했어요. 하지만 지나고 보니, 그 시절에 다 이유가 있었더라고요. 저는 말 못 할 불안과 근심이 늘 마음속에 있었고, 불안하면 늘 TV 앞에 앉았었던 거라는 걸 알게 됐어요. 상담도 받고 마음공부도 하면서 그런 제 모습을 좀 가혹하지 않게 봐주려고 노력 중이에요.

라이프 컬러러 2: 듣고 보니 저도 늘 뭔가를 정주행 하는 건 아닌 것 같아요. 시간을 허비했다고 자책하는 제 모습이 계속 반복되는 느낌이에요. 다음 주에는 뭔가 저를 위해 해보고 싶어요.





나: 다음 주 루틴 색상이 다채로워진 것 같아요. 어떤 것들을 해보고 싶으신가요? 궁금해요.

라이프 컬러러 2: 우선 저를 위한 독서를 해보고 싶어요. 그리고 직장에 다니는 친구들과 점심 약속을 잡아 친구들과 밥도 먹고 싶고요. 저는 뭔가 쌓일 때 대화하면서 풀면 좀 마음이 편해진다는 것을 발견했어요. 그런 시간을 저에게 좀 만들어 주고 싶어요.

나: 그런 발견도 의미가 있네요. 마음 맞는 상대와 대화하는 시간을 만들어 주겠다는 의지가 또 다른 에너지를 불러일으켜 줄 것 같아요.






라이프컬러러 3:
아이들에게 집중할  육아서를,
지금은 저를 위한 책을 읽는
 모습을 발견했어요


라이프 컬러러 3: 힘들었던 시간 독서가 제게 큰 힘이 돼주었어요. 독서와 운동, 수면 등 비교적 잘 지키려고 노력하는 편이에요.

나: 원하는 루틴을 만들고 지켜나가는 모습이 참 좋아 보이세요. 저는 이렇게 루틴을 잘 만들고 지키시는 분들이 늘 부러웠어요. 특히 중요하게 생각하시는 독서를 별도의 카테고리로 만드신 것도 인상적이에요.

라이프 컬러러 3: 저에게 정말 독서가 중요한 가봐요. 예전에 아이들 육아에 더 몰입해 있을 때는 육아서를 주로 읽었는데, 요즘은 저를 위한 에세이나 다른 책들도 많이 보고 있어요. 흔들릴 때마다 책이 저를 잡아주고 있다는 느낌이 들어요.

나: 어떤 책을 읽느냐에 따라 지금 내 관심사나 집중 이슈를 역으로 파악해볼 수 있겠네요. 그것도 흥미로운 발견 같아요.

라이프 컬러러 3: 앞으로도 제 패턴을 쭉 잘 지켜나가고 싶으면서도, 제 일상에 작은 아이와 교감하며 놀아주는 시간이 부족하다는 걸 발견했어요. 그 시간을 따로 구분해서 함께 시간을 보내고 싶어요.

나: 늘 마음에 걸리던 카테고리가 툭 튀어나온 느낌이에요. 계속 작은 아이와 교감하는 키워드를 말씀하시더니 결국 다음 주 루틴에 넣으신 것을 보니, 마음에 많이 쓰이셨나 봐요.

라이프 컬러러 3: 시간을 따로 잡아서 놀아줘야겠다고 하지 않으면 그냥 어영부영 지나가는 시간이 많아지는 것 같아요. 하나씩 마음에 걸렸던 것들을 루틴으로 채워보고 싶어요.






라이프컬러러 4:
아이 학교 보내는 시간이 
전쟁같이 느껴져요.
 시간에 대한  마음을 
 바꿔보고 싶어요


라이프 컬러러 4: 아이를 학교에 보내는 아침 시간이 저에게는 전쟁 같은 시간이에요. 그 시간이 지나면 꼭 저만의 휴식이 필요해요. 어떻게든 사수하려고 노력해요. 그 시간을 파란색으로 표시해봤어요.

나: 네 파란색 영역을 '여유'라는 카테고리로 넣으신 게 재밌네요. 그냥 휴식이 아니라 정말 고요 속에서 자기만의 시간을 사수하려는 의지가 느껴져요.

라이프 컬러러 4: 완벽주의 성향이 있어서 일을 할 때도 집안일을 할 때도 좀 긴장하고 몰입하는 편이에요. 그래서 저에게 여유 시간이 없으면 좀 너무 일상이 빡빡해질 것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라이프 컬러러 4: 다음 주 아이를 학교에 보내는 시간 컬러를 연한 핑크로 바꾸어봤어요. 같은 시간이지만 전쟁 같은 시간이라는 생각을 스스로 좀 버려보고 싶어요. 좀 내려놓고 편한 시간으로 보냈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요.

나: 와- 정말 좋은 생각 같아요. 사실 우리가 힘들다고 갑자기 다음 주부터 아이 학교를 안 보낼 수도 없는 거고, 완벽주의자가 설렁설렁한 사람이 될 수도 없잖아요. 그건 그냥 환상 같은 거잖아요. 그런데 같은 시간을 보내더라도 마음가짐을 좀 달리해보겠다는 건, 정말 좋은 시도 같아요. 세상에서 자기 마음 바꾸는 게 제일 힘든 건데 그 어려운 시도에 도전해보시는 거군요.

라이프 컬러러 4: 네, 저도 당장에 회사를 그만둘 수도, 아이와의 등교 전쟁을 멈출 수 있는 것도 아니지만, 같은 시간을 다른 마음으로 허용해 보는 것에 도전해 보고 싶어요. 벌써부터 마음이 가벼워지는 느낌이 들어요.







라이프컬러러 5:
매일 아침 출근 , 카페에 들러 30,
나만의 커피타임을 갖고 싶어요

라이프 컬러러 5: 워킹맘으로 살다 보니 모든 일을 모바일로 해결해요. 출퇴근하며 오며 가며, 그리고 회사 업무와 그 중간중간에도 표시하다 보니 계속 모바일을 잡고 있는 저를 발견했어요.

나: 맞아요. 회사 업무에 육아까지 하려니 처리해야 할 일도 많고 정말 정신없으실 것 같아요.

라이프 컬러러 5: 그런데 이렇게 정신없는데도 아이와 제대로 놀아줄 시간이 없다는 게 저를 좀 힘들게 하는 것 같아요.

나: 그렇게 말씀하시니 저도 마음이 무겁네요. 이렇게 바쁘게 사시는데도 엄마로서 부족하다고 계속 느끼는 게 많은 워킹맘들의 고민인 것을 알면서도요. 정말 애쓰면서 살아도 계속 부족하다고 느끼면서 일상을 보내시는 분들을 보면서 저도 매번 늘 마음이 쓰이더라고요.




라이프 컬러러 5: 저를 짓누르는 죄책감이 늘 저를 따라다니는 것 같아요. 의식적으로 모바일 사용을 줄여보고, 저를 위해 책 읽는 시간도 만들어 보려고요.

나: 뭔가 자신을 위해서 시간을 사용한다는 것이 느껴지면 그때 에너지가 조금 올라오는 것 같아요. 그런 여유가 있어야 아이와 놀아줄 때도 깊이 교감할 수 있는 것 같아요. 자신을 위해 시간을 쓰기로 결심하신 게 큰 성과처럼 느껴져요.

라이프 컬러러 5: 매일 출근 전 카페에 들러 잠깐 앉아 커피를 마시고 싶어요. 허겁지겁 서두르지 않고 단정하게 하루를 시작하는 느낌이 들 것 같아요. 다른 분들 휴식을 어떻게 시도하는지 참고하면서 상상해 봤는데 너무 좋을 것 같아요.





오늘 아침에 받은 카피타임 실천 문자가

이렇게 반가울 수 가요!




컬러 컬러 한 다음 모임에서 또 만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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