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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ora Yoo Nov 29. 2019

좋은 일상은 우연히 만들어지지 않아요

라이프 컬러링 '남자들만의 방'

분위기가 사뭇 진지하죠. 어제 꽤 의미 있고 재미있는 모임이 있었습니다. 라이프 컬러링 첫 남성 참가자들과의 모임. 특별히 초대한 남성 4분과 함께 일상으로의 여행을 떠났습니다. 퇴근을 마치고 후암 서재로 달려온 직장인과 프리랜서. 피곤한 몸을 이끌고 온 늦은 저녁 시간이었지만, 그 열기는 어느 때 보다 뜨거웠습니다. 무려 3시간 동안 나의 일, 일상, 휴식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최근 '서울에 집 사고 싶어'라는 음원을 발매한 목철봉 프로젝트

어제 모인 네 명의 남성분들의 정체는 현재 인디밴드로 활동 중인 '목철봉 프로젝트'입니다. 현재 남편이 속해 음악활동을 하고 있는 팀입니다. 저는 늘 남성분들의 이야기가 궁금했어요. 2년 반 동안 함께 마음공부를 하고 있는 여성 동지들과의 좋은 연대를 경험하고 나서, 남성들과 이런 대화를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가졌습니다. 말랑말랑한 감성의 남성분 4분이라면 저의 첫 남성 연대(?) 대상으로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고 생각했죠. (사실 너무 말랑함을 기대한 저에게 무심한 리액션이 돌아올까 무서워 살짝 졸기도 했지만요.)




좋은 일상은 우연히 만들어지지 않아요

좋은 일상은 우

'나는 사람들이 많은 모임에 나가는 게 싫어.', '나는 왜 이렇게 사교적이지 못할까.'에서 멈추는 것이 아니라 '나는 혼자만의 시간을 보내야 마음이 좀 편해지는 사람이구나.' 하면서 자기 이해의 폭을 넓혀가는 것이 좋은 일상을 회복하는 시작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런 발견은 많은 성찰을 통해 이루어지지만, 혼자서 모든 것을 발견하기는 어렵습니다. 툭 터 놓고 질문하고 답할 수 있는 안전한 상대가 있다면, 게다가 객관화하여 나를 좀 봐줄 수 있는 상대라면 더욱 좋겠죠. 그런 상대를 많이 포진해 만들어가는 것이 좋은 연대라는 생각이 듭니다. 연대의 많은 방식이 있겠지만 라이프 컬러링 모임에서 저는 좋은 연대의 실마리를 발견합니다. 자신의 일상을 그려보고, 그 일상을 들어줄 누군가가 있다는 것, 내 사소함을 발견해줄 수 있는 상대가 있다는 것, 그 힘으로 우리는 더 많은 발견을 해낼 수 있습니다.




내 삶에 '보류'하고 싶은 것은 무엇인가요


: 일상의 카테고리 분류에서 '보류'라는 영역을 따로 만드신 것이 인상적이에요.

라이프 컬러러 1: 도저히 구분할 수 없는 활동이 있었어요. 명명하기 어려워 '보류'라는 카테고리로 남겨두었습니다. 긴 비행시간이었는데 완전히 휴식한 것도 아니고, 책을 읽은 것도 아니고, 그냥 아무것도 아닌 붕 뜬 시간처럼 느껴졌아요.

: 어떠한 카테고리로도 분류하기 애매한 '보류'의 영역. 진짜 삶에서 그런 영역들이 있네요. 가끔 스마트폰 보는 시간이 그렇게 분류되는 것 같아요. 지금 내가 쉰 건지, 불안한 건지, 영감을 얻은 건지. 아니면 아무것도 아닌 건지, 자세히 들여다보지 않으면 결국 그 시간은 그냥 '보류'가 맞겠네요.

라이프 컬러러 1: 지난주는 정말 상상하기 힘든 괴로운 한 주였어요. 일 아니면 휴식. 이렇게 두 가지로 구분할 수밖에 없었어요. 그런데 휴식 중에도 제가 누군가를 접대하는 기분으로 보낸 시간이 있더라고요. 이동하면서도 누군가를 챙기고, 밥 먹으면서도 눈치를 봐야 하고. 그런 시간을 휴식(노란색)이라고 생각했다가 뒤늦게 일의 연장선상(파란색)으로 덧칠 해 다시 그렸어요. 그렇게 놓고 보니 저에게 휴식이 정말 없더라고요. 휴식 시간에 무엇을 했는지도 인상적으로 기억에 남지 않고요.

라이프 컬러러 1 - 지난주 루틴




: 다음 주 루틴을 그리며, 이야기하며 왠지 싱글벙글한 얼굴이 되신 것 같은데 저만의 착각인가요?

라이프 컬러러 1: 그리면서 뭔가 마음이 편해졌어요. 아침과 오후에 운동하는 루틴을 넣어줬어요. 별표 스티커도 붙여주고요. 그리고 화요일에는 제가 해보고 싶었던 공부도 해보려고요.

: 공부가 무려 핑크색이라고요? 지난주 루틴에서 없었던 색인데 무려 핑크색의 카테고리가 새로 생겼네요. 따로 영역을 구분하신 이유가 궁금해요.

라이프 컬러러 1: 늘 하고 싶은 공부가 있었는데 미뤄뒀어요. 지난주 루틴을 그려보며 많이 돌아보게 되었고, 가능하다면 한 주에 한 번은 제가 원하는 공부하는 시간을 마련해보고 싶어요.

: 이렇게 바쁘신 분이 공부를 루틴에 넣을 실 줄은 정말 몰랐어요. 그것도 핑크색으로요. 역시 남자라면 핑크죠!

라이프 컬러러 1- 다음 주 루틴





나를 위한 시간을 확보하며 살고 싶어요

라이프 컬러러 2: 저는 혼자 보내는 시간이 정말 좋아요. 아침에 일어나 잠깐이라도 혼자 있어 보면 기분이 좋아져요. 그 시간을 꼭 확보하려고 노력해요.

: '확보'라는 단어가 참 좋네요. 나를 위해 무언가를 확보하려는 노력. 스스로에 대해 참 많이 생각해보신 분이라는 인상을 받았아요.

라이프 컬러러 2: 회사를 그만두고 사업을 하다 보니 저라는 사람에 대해 고민하는 시간이 길었어요. 그때 알았어요. 나는 이런 시간이 필요한 사람이구나. 그런데 결혼하고 나서는 못지않게 아내와 함께 보내는 시간이 그렇게 힐링될 수가 없어요.

: '혼자 있는 시간'과 '같이 있는 시간', 두 시간의 밸런스를 맞추고 계신 것 같아요. 어쨌든 아내와 보내는 시간은 카테고리 이름도 '사랑의 시간'이고 컬러로 빨간색인 걸 보니 눈에 확 띄는 게, 정말 중요한 시간인 것처럼 보이네요.

라이프 컬러러 2 - 지난주 루틴





라이프 컬러러 2: 네, 누군가와 함께 보내는 시간이 이렇게 좋다는 것을 최근에서야 실감해요. 아내와의 시간도 제대로 확보하며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들고요.

: 다음 주 루틴을 그린 것을 보니 아침에 혼자 보내는 시간이 한 시간에서 두 시간으로 확 늘었네요. 마치 대단한 결심처럼 느껴지는데요?

라이프 컬러러 2: 아침에 조금 일찍 일어나서 혼자 보내는 시간을 늘려보고 싶어요. 누워서 아무 생각 없이 기타 치는 시간을 정말 좋아하는 데 그 시간도 꼭 만들어 보고 싶어요. 영감을 받는 시간으로 새롭게 넣어봤아요.

: 모든 계획이 그 확보라는 단어와 계속 연관되는 것처럼 느껴져요. 영감도 이렇게 노력해서 확보하는 것, 사랑도 시간을 만들어 확보하는 것, 혼자 있는 것도 잠을 줄여 확보하는 것. 참 좋네요. 나를 위한 무언가를 확보하려고 노력한다는 게.

라이프 컬러러 2 - 다음 주 루틴





자꾸 계획을 세우고 싶어요

라이프 컬러러 3: 뭐든 계획을 세워하는 것을 좋아해요. 지난주 루틴을 그리다 보니 저는 휴식할 때도 늘 생산적인 뭔가를 해야 한다는 강박이 있는 것 같아요. 블로그를 하거나, 무엇을 만들거나, 기록을 남길 수 있는 어떤 작업을 하는 것. 그렇게 휴식해야 좀 안심이 되는 느낌이 들어요.

: 그런 휴식을 하고 나면 어떤 느낌이 드세요?

라이프 컬러러 3: 안심이 되기도 하고 좋기도 하고 한편으로 힘든 것 같기도 해요. 생각해보면 저는 데이트도 여행도 가족과의 시간도 뭔가 계획이 있어야 안심이 돼요.

: 그것도 엄청난 능력인 거 아시죠. 게으른 저로서는 감히 상상도 못 할 일이에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진짜 내려놓고 휴식하는 시간이 있다고 한다면, 그건 어떤 모습일까요?

라이프 컬러러 3: 지금 제 루틴을 보면 자기 전에 스마트폰을 보거나 영화를 보는 시간이 있어요. 그냥 잠들기 억울해서 뭔가를 보고 자야 그나마 제 시간을 챙겼다는 느낌이 드나 봐요. 늘 무언가를 하면서 저는 쉬고 있다고 생각한 것 같아요. 실제로 그런 활동이 저에게 도움이 되기도 하지만, 체력의 한계에 부딪힐 때도 있어요. 그럴 때마다 혹시 번아웃이 오면 어쩌지?라는 고민이 늘 있어요.

라이프 컬러러 3 - 이번 주 루틴



: 맞아요. 그런데 사실 정말로 많은 사람들이 지금 현재 하고 있는 고민인 것 같아요. 효율적이어서 유능한 나, 부지런하고 계획적이어서 인정받는 나, 그 견고한 굴레를 벗어나는 것이 쉽지 않죠.

라이프 컬러러 3: 이야기를 하면서 시도해보고 싶은 몇 가지가 생겼어요. 우선 계획이 없는 여행을 좀 떠나보고 싶어요. 휴양지를 한 번도 여행지 리스트에 넣어 본 적이 없는데, 꼼꼼하게 계획을 세워 여행을 다니는 데 너무 익숙해서였나 봐요.

: 세상에, 참 뭔가 반가운 시도네요. 만약 당장에 그런 여행을 갈 수 없다고 하더라도, 나를 위해 그런 휴식을 시도해보고 싶다는 마음 자체가 소중하다고 느껴져요.

라이프 컬러러 3: 저도 제가 어떨지 궁금해요. 막상 가보면 또 뭔가 계획하고 싶고 잘 안될 수도 있지만 해보고 싶네요.

: 결국 우리는 한 번에 드라마틱하게 바뀔 수는 없는 것 같아요. 계획적으로 무언가를 하는 지금의 모습도 정말 빛나요. 그런데 나를 위해 그런 휴식을 시도해보겠다는 마음은 또 다른 측면으로 더 소중한 감정 같아요. 결국 우리는 극단의 성향을 가졌다가, 그 반대로 가봐야 0점이 맞춰지는 존재들 같아요.

라이프 컬러러 3 - 다음 주 루틴






순수하게 즐기며 일하는 시간,
강제적으로 아웃풋을 만들어내는 시간을 구분해 보고 싶어요


라이프 컬러러 4: 프리랜서라 비교적 시간 여유가 있는 편이에요. 일을 별로 안 하며 산다고 생각했는데 그려보니 틈틈이 일하는 시간이 좀 많아서 놀랐어요.

: 짬짬이 시간의 무서움을 느끼셨군요. 휴식 때는 주로 무엇을 하세요?

라이프 컬러러 4: 산책하는 것을 좋아하는데 요즘 잘 못했어요. 지금 하고 있는 게임 개발 작업이 있는데 정말 재미있어서 할 땐 휴식처럼 느껴지고, 좀 힘들다고 느껴질 때는 업무처럼 느껴져요. 이번 음원 작업 때도 비슷한 감정을 느꼈어요. 뭔가 구분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요.



: 구분해본다는 시도가 좋네요. 보통 프리랜서 분들이 자신의 업에 충만함을 느낄 때 일과 휴식의 경계가 모호해지는 경우가 많더라고요. 때로는 분리해서 생각해보는 것도 작업에도, 휴식에도 도움이 될 것 같네요.

라이프 컬러러 4: 놀면서 쉬면서 정말 자유롭게 구상하는 시간과 어떤 목표를 가지고 몰입도 있게 업무 해보는 시간을 나눠보고 싶어요. 휴식도 시간을 딱 정해놓고 쉬지 않으면 그냥 게을러지기 쉬운 것 같아요. 제가 좋아하는 농구도, 목욕탕 가기도, 자연을 가만히 보고 앉아 있는 일도 하나씩 휴식으로 채워 넣고 싶어요.







공인(?)이시라 허락하에 얼굴을 공개한 사진을 올려요. 솔직한 이야기를 나눠주신 목철봉 프로젝트 여러분 다시 한번 감사드려요. 이번 음원도 흥하시기를 바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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