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때문에 제 일상도 함께 무너지는 느낌이 드는 요즘입니다. 일상과 휴식에 대한 탐구를 하는 수업을 한다고 해서 이런 일상의 무기력을 쉽게 피해 갈 지혜가 생기는 것은 아닌가 봅니다.
무기력이 한 껏 기승을 부리고, 아이러니하게 빛이 너무 좋았던 날, 혼자 앉아 다음 주 루틴을 그려봤습니다. 별 것 없는 집콕이 대부분인 일상이지만, 그 와중에 깨알같이 돌아오는 주에 해보고 싶은 일들을 넣어봤어요. 다 그리는 데에 10분 정도 걸리더라고요.
별 것 없는 한 주 루틴이지만, 이렇게 그려놓고 보면 컬러컬러한 것이 내 일상에 구획이 생긴 것 같아 마음이 좀 안정되는 느낌이 들어요. 그냥 보내면 흩어져버리는 시간들. 이렇게 시각화해서 정리해보면, 내 생활패턴, 내가 좋아하는 시간, 내가 꼭 시도해보고 싶은 휴식, 이런 것들이 손에 잡히는 느낌이 듭니다.
돌아오는 주의 하이라이트는 '휴식'과 '영감 받는 시간'이 혼재되어 있는 서점가기와 연남동 놀러 가기입니다. 집에만 있다가 잠깐이라도 바람 쐬러 무장하고 다녀올 계획이에요. 이게 나를 위한 휴식이자, 영감 받는 시간이라고 스스로 명명하는 연습을 하면서요.
그리고 무슨 자신감인지 인스타그램에 라이프컬러링 긴급 온라인 벙개 공지를 올렸습니다. ㅎㅎ 사실 저 혼자 그려보고 좋아서 누군가와 함께 모여 그려보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무기력함을 더 이상 그대로 방치할 수 없겠다는 결연한 의지를 담아!
이렇게 급 벙개가 이루어지고, 급 모인 사람들끼리 1시간 반 동안 우리의 일주일을 어떻게 루틴으로 그려볼 것인지 대화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돌아오는 주의 루틴 계획을 함께 그랴보았어요. 사실 요즘의 일상은 특별한 이벤트를 만들기 어려운 비슷한 하루하루의 연속이지만, 그 안에서 내가 시도해보고 싶은 진짜 휴식의 모습을 조금씩 넣어보기로 했어요.
- 집 앞 산책하기
- 저녁 시간 일정한 시간에 하는 샤워
- 아침에 일어나 모닝페이지 작성하기
- 나를 위한 책 읽기
- 출근길에 조금 걸어보기
- 자기 전에 스트레칭 하기
가장 좋았던 것은 서로의 휴식을 힌트 삼아 내 다음 주 루틴에 반영해볼 수 있다는 것이었어요. '맞아. 나도 다음 주 화요일에는 산책을 한 번 해봐야겠다.', '자기 전에 스트레칭을 해준다는 생각만으로 나를 돌본다는 느낌을 가질 수 있지.', '아침에 일찍 일어나 아무 검열 없이 한 페이지 글을 쓰다 보면, 내 안에 있는 억울함이 좀 씻기는 기분이 들지.', '나는 샤워하는 걸 진짜 좋아하지. 아주 잠깐이라도 이게 나를 위한 휴식시간이라는 마음으로 시도해봐야지.' 이런 대화들을 나누며, 내 일상에 숨겨져 있는 휴식시간을 찾아내고, 그때 내가 느끼는 감정을 언어화해보았어요. 그런 대화들을 들으며 다른 참가자분들도 내 일상에 넣어보고 싶은 휴식의 시간에 대해 힌트를 발견하고, 적용해볼 수도 있겠지요.
앞으로 또 이런 급 벙개 이벤트를 종종 해보고 싶어요. 서로 모르는 사람들끼리 이렇게 일상과 휴식을 주제로 연결될 수 있다는 것에 기쁨을 느낍니다. 오프라인 수업에서는 만나지 못하는 3월이지만, 이렇게 온라인으로 조금씩 계속 연결되기를 바래요!
컬러컬러한 모임에서 우리는 계속 만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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