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촌에 가볼 만한 곳
금년은 한국적인 것은 무엇일까를 고민하며 공간과 문화를 경험하고 있다. 그러면서 드는 생각은 '왜 국사랑 근현대사 공부를 제대로 안 했을까?'를 되물으며 전시 작품들을 보고 있긴 하다. 브런치에는 기억에 남는 몇 개의 브랜드만 적어본다. 실제로는 여러 브랜드를 한 번에 보는 편이다. 향수, 스킨케어, 식품, 이너웨어까지. 안국은 거리가 멀어 하루 정도 날을 잡고 보면 마음이 편하다.
안국역은 종종 가보곤 했지만 그 안에서 영감을 찾진 않았었다. 전시를 접할 기회는 많았지만 그때까지만 해도 한국 식품과 패션, 리빙, 향수까지 현대식으로 재해석한 브랜드도 찾아보기 어려웠다. 팝업 개념이 희소했고 여전히 작품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는데 현대라이브러리, MMCA, 블루보틀 등 여러 브랜드들이 자리를 잡고 활성화되면서 사람들에게 조금씩 넓고 광범위하게 가까워지기 시작한 것 같다. 내 주관적인 체감으로는 그렇다.
오늘의 집에서는 아직까진 한 번도 물건을 구매한 적이 없다. 이유는 가격대가 높아서인데 근래 들어 리빙 제품에 관심이 생기면서 어떻게 꾸며놨을지 단순한 호기심으로 방문하게 되었다. 아주 작은 이케아 버전 같기도 하고, 한샘 모델 하우스 같았다. 간혹 신혼부부 또는 결혼을 준비하는 것 같은 연인들도 보였고, 가구에는 QR 태그를 모두 넣어 사이트에서 물건의 가격을 볼 수 있게끔 해둔 상태였다. 신혼부부들은 신기하게 멀리서만 봐도 티가 난다. 무언가 기대에 찬 것 같기도 하고, 원하는 바보다 비싼 가구 금액에 현실을 직시하기도 하는 모습이다. 무언가 이것저것 들여놓은 공간에서 인사이트는 얻지 못하였지만 소소하게 여러 스타일들을 볼 수 있었다.
기억에 남는 브랜드는 1층에 팝업 전을 하고 있는 Lorena canals. 세탁하여 쓸 수 있는 친환경 러그들이 있었다. 동물 모양으로 만들어진 러그도 있었고 귀여웠다.
편강율은 스킨케어 브랜드이고 차와 결합한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결국에는 한국적이라는 것이 차와 결합될 수밖에 없다. 왜냐면 제품에 쓰이는 원재료들 중에 '차'의 재료, '쌀', '팥' 등이 있는데 건강과 피부관리에 자연스럽게 결합되는 것이 '마시는 차'이기 때문이다. 커피도 가능은 하겠지만 원두가 동양의 미라고 표현하긴 어렵다. 그렇다고 한국이 차의 원조냐 이런 건 또 아니라서 상투적으로나마 한국적인 것을 연상하면 '차'다. 되려 차문화가 오래 유지되고 있다 할만한 곳은 일본이나 중국이다. 그래서 이제는 도쿄보다 교토에서 전통문화를 온전히 즐기고 싶은 마음이 생겼다.
편강율에서 마신 차는 쑥차인데, 쑥은 여성 건강에서 많이 쓰이는 약재이다. 몸을 따뜻하게 하여 쑥뜸, 쑥치료, 쑥클렌징까지 다양하다. 그런데 실제로 말린 쑥잎을 주문해서 먹어보면 굉장히 쓰다. 처음에 잘 모르고 쑥차를 마셔보겠다고 100-200g 쑥잎을 주문했는데, 너무 써서 이걸 어떻게 먹을까 싶다가 결국 포기하였다. 아무래도 줄기가 두껍고 성숙한 잎들은 쓴 맛이 있다. 요즘은 차 마시는 빈도가 늘었다. 무언가를 해내고 싶다는 욕심과 반비례하는 결과에 답답함을 느낄 때, 혹은 삶이 인생무상이고 회의적인 생각이 들 때 차는 한껏 출렁이는 마음을 깊게 눌러준다. 그저 잎을 넣은 물일 뿐인데 말이다.
서울공예박물관이 한참 공사가 진행되고 있었는데, 이제 모두 완공이 되어서 처음으로 가보게 되었다. 약간 미로 같지만 해외 미술관을 가면 큰 공간을 연결하는 계단과 통로가 길게 이어진다. 국립현대미술관과는 다른 구조로 지어진 건물이다. MMCA는 안 간지 오래되어서 인사동은 한번 갈 때 큰 마음먹고 간다. 보고 싶은 작품이 있으면 가고, 없으면 안 가는. 역사를 잘 모르다 보니 되려 느리게 보게 되는데, 그래서 나의 무지함을 직관하는 곳이 바로 전시장이다. 구태여 좋은 점이라면 잘 모르기에 매번 어린아이처럼 작품 하나를 두고 이런저런 잡 지식과 상상을 펼칠 수 있다는 점.
한국의 전통의복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작가. 내가 모르는 한국 작가들은 언제나 많다. 작품을 보러 가면 한국의 전통 저고리와 치마를 구슬로 꿴 여러 작품들을 만나보실 수 있다.
공예박물관으로 가는 방향의 삼거리 길목에는 MMCA가 있고, 삼거리 중앙에 자리 잡은 정독도서관이 있다. 정독도서관은 언젠가 벚꽃이 가득하던 때가 예뻤다. 벚꽃이 만개하면 지루할 즈음 책장을 덮고 무념무상 바라보기 좋다. 그리고는 나라면 근처 블루보틀에서 호지라떼나 모카라테 아이스 한 잔을 들고 고즈넉한 계절을 유유히 즐길 것 같다. 오랜만에 한파로 날 선 2월의 인사동을 온몸으로 담고 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