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 종로에서 볼만한 공간
연휴를 틈타 여의도, 종로, 이태원을 둘러보고 왔다. 종로는 신기하게도 봄, 여름, 가을 보다 겨울에 고옥의 정취가 깊다. 날씨가 좋을 때 가면 더 좋지만 냉랭한 한기와 짙푸른 기와 그리고 광화문 광장 뒤 산등성이가 더욱 선명하게 비쳐 이유 모를 정기가 느껴진다. 어느 추위에도 쓰러지지 않는 이순신 동상처럼 말이다.
https://korean.visitkorea.or.kr/detail/ms_detail.do?cotid=ca48e214-f50a-4a1e-8ad4-5123ab55572f
올리브베러를 가보았는데 당연히 건강기능식품이 대부분이고 진저샷 제품도 보였다. 평소에 생강가루로 차를 자주 마셔서인지 액상 농축액은 마실 필요를 못 느끼긴 했다. 아직까진 건기식에 관심은 없는데 이유는 건기식이 너무 많이 나와있기도 하고 경쟁이 치열해서다. 어느 파트에서 블루오션을 찾을 수 있을지 감이 없다. 하지만 항상 주안점을 두고 싶은 건, 그 제품이 정말 건강한가 와 지속가능성이 있는지를 보게 된다.
저당은 어딜 가나 이슈여서 눈여겨보는 편이다. 예를 들어, 스테비아 저당 믹스 커피를 먹어봤는데 스테비아 함량 때문에 쓴 맛이 생각보다 세고, 알룰로스는 제작 공정의 단가를 올린다. 기본적으로 가공식품이나 스낵은 간식 기반의 단 상품들이기 때문에 달지 않으면 디저트의 경쟁력이 떨어져서 되려 구매력이 낮아지는 것이다. 실제 디저트, 간식 시장에서 맛과 건강의 균형을 찾는 게 쉽진 않겠지만 성분과 함량 비율을 잘 맞추면 된다. 다만 공정 제조비가 본인의 예산에 맞는지, 그리고 동일 경쟁사 대비 제품의 가격 경쟁력이 있는지는 따져봐야 한다. 제조는 많이 어렵다고 생각했는데 요즘은 '안된다'보다 '어떻게 가능하게 할 것인가'를 바라본다.
패키지가 기존에 보지 못했던 디자인이라 기억에 남는다. 초창기 보그 패션 표지나 한국 근현대 문학 표지 같은 판화 감성의 그로테스크 디자인이었다. 콘셉트가 명확해서 좋았고 명암, 색조 대비가 강렬한 것과 어울리는 에스프레소였다. 맛은 부드럽다기보다 짙고 중후하고 약간은 쌉쌀한 쓴맛도 느껴졌는데 나에겐 조금 세서 저 작은 잔을 3분의 1이나 남겼다. 공간은 넓진 않지만 전반적으로 분위기가 유럽 감성이라 한 번쯤 가보길 추천하고 싶은 곳이다.
크림 에스프레소였나. 맛있었다. 에스프레소는 아예 못 먹는 편인데도 마일스톤에서 인생 처음으로 끝까지 다 마셔봤다. 끝맛이 전혀 안 쓰고 탄맛도 없고, 그렇다 하여 산미가 강하지 않으면서 적정한 맛인데 무겁지도 않았다. 그래서 맛있었다. 내가 마셨을 때, 보통 맛있다고 하는 커피를 보면 저러한 평균치를 갖고 있는데 생각보다 주변 로스터리에서 그 평균값을 찾기가 쉽진 않은 것이다. 커피 전문가는 아니다 보니 그 정확한 수치는 모르겠지만 기본적으로 산미가 올라가면 내가 좋아하는 밀도와 맛에서는 멀어지는 것 같다. 다만 상식적으로 예측해 보면 가열 시간이 중간 정도일 거라 판단해 본다. 너무 태워도 안되고, 너무 덜 볶아도 안 되는 그 중간 지점의 맛이지 않을까. 스타벅스는 너무 쓰고, 태운 맛이라 커피로써의 가치는 이제 없는 것 같다. 커피 맛으로 주안점을 두고 있지 않기도 하고, 일반 베버리지 마케팅이 더 강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시장 규모상 어쩔 수 없는 부분이라고 여긴다.
친구나 가족들한테도 맛보게 해주고 싶은 곳이었다. 의식주를 바라볼 때 충분히 소비할만하다 싶은 기준과 예산으로 나은 곳을 찾는 편인데, 그런 것들이 오래 쌓이다 보면 자신만의 감도가 형성된다. 절대적으로 자신이 원하는 브랜드나 반드시 가져야 할 소유물(부동산)이 아니라면 고비용을 지불하는 데 합당한 사치품을 찾기는 어려워지는 시대이다.
커피는 여전히 배우는 종목이고 작년에 애크로매틱 커피 대표님을 인터뷰하면서 작게나마 커피를 배울 수 있어서 좋았다. 약배전이냐 강배전이냐 그 외로 난 스페셜티가 말 그대로 특별한 맛이라서 또는 몇 가지 원두를 섞어서 만든 것이라서 그렇게 불리는 줄 알았는데 아니었다. 한 품종에서도 스페셜티가 될 수 있고, 플로랄 향이냐 다크초콜릿 향이냐는 그 원두의 특징이었다. 커피는 창의적인 면이 많아서 재밌는 분야다.
너무 어렵고 이해하기 어려운 범주만 아니라면 그 무엇이든 모든 배움은 삶의 동력이다. 금년 호텔 박람회에서는 커피 만들어주는 기계도 보긴 했지만, 나는 그래도 바리스타가 직접 만들어주는 커피를 마시고 싶다. 세상이 아무리 시스템적으로 편한 방식을 개발해도 커피처럼 인간과의 교감이 중요한 기호식품은 기계로 대체하긴 어려운 것 같다. 반드시 대량 시스템이 들어가야 하는 곳은 AI가 맞다. 예를 들어, 키오스크나 테이블 오더, 물류센터 내 상품 바코드 검수와 포장 등등. 적용될 수 있는 영역은 많을 거다.
그런 걸로 따지면 테슬라 무인 차량은 '왜 무인 이어야 하는지'와 '그게 절대적으로 안전한가'와 같은 생명에 귀결되어 있다. 그렇기에 안정성 보장이 100% 검증되지 않아서 아직은 사용하기엔 어려운 지점에 있다. 예를 들면, 테슬라 무인 차량이 화물 차량 뒷 하단에 빨간 보조등을 인식을 못하여 하단을 통로로 인식하고 박아버리는 사건도 있었다. 그래서 나라면 내 몸이 아주 쓸 수 없는 정도가 되지 않는 이상, 오리지널리티와 복각의 개념으로 '직접 운전하는' 경험을 추구할 것 같다. 커피 시스템에 기계가 들어가는지와 생명에 기계가 들어가는지의 무게감 차이는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