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거롭고 예측할 수 없는 것들이 있지만 저에게 여행만큼 고여있던 마음을 리프레시해 주는 게없습니다. 국내 여행이니 크게 준비할 게 없습니다. 숙소, 기차 편, 픽업 차량 예약만 정해지면 그 이후부터는 어딜 가면 좋을지 서서히 찾으면 되니까요. 신기한 건 이번달 부산을 가려했는데 우연의 일치 인지 매거진 B에서 부산 편이 발행됐습니다. 책을 보지 말고 내 마음대로 가볼까 하다가 부산의 역사나 노포 등을 알고 걷다 보면재밌을 것 같아 오랜만에 매거진을 구매했습니다.
매거진 B 부산 편
매거진 B는 제가 좋아하는 매거진 중 하나입니다. 20대 중 후반쯤 처음 알게 되었고 교보문고에 가면 관심 있는 브랜드 주제를 골라잡아 보곤 했었죠. 지금은 예전만큼 매거진 코너로 발길이 빈번하진 않지만 여전히 좋아하는 책입니다. 제가 매거진 코너에 발길이 줄어든 이유는 여행을 가지 못하는 시기가 길어지고 물건과 사람에 대한 관심이 줄어들면서 시작된 패턴이긴 합니다. 이번에 구매한 부산 편은패션, 음식, 노포, 사람으로 구성되어 있고 각 브랜드들을 역사와 결합하여 소개해주고 있습니다. 그중 제가재미있게 본 내용은삼진어묵, 송월타월 등 단순 가업 승계에서 멈추지 않고 다양한 판로를 개척한 대표들의이야기였습니다.
'삼진어묵'의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면 1950년대 피란민들의 먹거리로 솥에 생선을 튀겨 판매한 것이 시초라고 합니다. 현재 우리가 알고 있는 삼진어묵 브랜드는 3대인 박용준 대표가 B2C로 사업으로 확장하면서 소비자들에게 더 많이 알려진 것이지요. 2013년까지만 해도 삼진어묵은 거래처 납품으로 의존하다 어묵은 프리미엄 간식이라는 새로운 발상을 통해 소비자들에게 다가갔고, 연 매출 25억 원대에서 12년 만에 1000억 원을 달성하게 됩니다. 그뿐만 아니라 상품을 홍보하고 알리기 위해 백화점에 직영매장을 운영하고 인도네시아와 싱가포르 등에 진출하는 등 여러 시도를 하였습니다. 오랜 기간 운영하였더라도 저물어가는 가업을 다시 일으켜 세운다는 것이 쉽지 않은 일 일 텐데, 자신만의 브랜드도 새롭게 리브랜딩 하는 사업가들의 열정과 기지를 보면 배울 점이 많습니다.
모든 물류업은 어느 정도 해가 지나면 레드 오션이 될 수 없는 부분인데, 특히나 가격 경쟁과 제한된 거래처 그리고 비슷한 품목을 다루는 도매 경쟁사들이 이유가 될 수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오프라인과 온라인, 해외 사업, B2C 등 다양한 판로를 개척할 수밖에 없는 것이지요.
송월타월이 탄생하게 된 배경은 1949년 창업주 박동수 대표가 군용 수건을 탈색하여 타월로 판매한 것이 출발점입니다. 하지만 1980년대 부산에서 섬유 사업이 쇠퇴하게 되었고 1997년 IMF 외환 위기를 겪으면서 고비를 맞이하였지요. 하지만 송월타월이 지금까지 건재할 수 있던 여러 이유 중 하나로 디자인과 공정 분업화를 들 수 있습니다. 로우로우, 발란사와 협업하여 브랜드 캐릭터 '타올쿤'을 론칭하여 소비자들에게 다가가기 위한 노력을 하기도 하였습니다. 또한 설비 시설을 자동화시키고 타월의 앞면과 뒷면을 각기 다른 문구로 인쇄할 수 있는 기술을 특허출원하였지요.
타 사업장과의 협업을 통해 상품을 제작하는 것도 사업의 매출에 기여했겠지만 설비 자동화 시스템이 매출 이익에 큰 기여를 했을 것이고 그 외에 또 무언가가 있을 것 같은데 그 부분은 책 속에 없는 것으로 느껴졌습니다. 설비 자동화와 공장 설비 개선은 소기업에서는 쉽지 않은 부분이기 때문에자본이 있는 송월타월은 자동화 시스템으로 인해 제작 단가를 낮출 수 있고 그로 인해 타 사업군은 가격 경쟁에서 밀리게 되겠지요. 생각보다 공정을 자동화한다는 것은 많은 이점을 내포하고 있습니다. 책에서는 자동화를 통해 근로자들의 피로를 줄인다고 표현하였지만 현실적으로 말하자면 자동화는 인건비를 줄이고 직원들이 퇴사하여도 상품을 제작하지 못하게 되는 매출 리스크는 줄일 수 있는 것이지요. 모든 자동화는 리스크 줄임이 전제되어 있습니다.
운영자로서 엄청난 능력이 있지 않는 이상 작은사업장을 몇 백, 몇 천억으로 성장시킨다는 건 책에 나올 법한 이야기가 될 수도 있겠죠. 앞서 언급했던 삼진어묵 대표와 직원들의 엄청난 노력과 과감한 시도, 자본이 있어야지만 새로운 시기를 맞이할 수 있을 테니까요. 하지만 현실적으로 자본은 없지만 진정성 있는 사업 전략과 상품이 있는 분들에겐 엑셀레이터와 벤처투자자들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는 것도 한 번쯤 고려해 볼 만한 요소인 것 같습니다.
크립톤은 저에겐 생소한 기업이지만 2000년에 문을 열고 2018년부터 부산, 강원, 제주를 주 전략지역으로 선정하고 창업 생태계를 활성화시키는데 힘쓰고 있는 기업으로 소개되고 있습니다. 이번 매거진이 부산 편을 소개하고 있는 만큼 크립톤에서 생각하는 가능성 있는 사업 모델은 '스마트 해운 항만'입니다. 부산의 강점인 항구를 전략적으로 조사하고 육성해야 한다는 의견을 갖고 있지요.
저의 개인적인 경험으로는 일반 온라인 판매와 달리 항만을 통해 수출하는 과정은 꽤 복잡하고 쉽지 않다는 걸 알게 되었기에 만약 저와 같은 운영자들이 손쉽게 부산항 또는 인천항 선적 정보와 운항비용, 물류 컨테이너 비용 등을 알 수 있다면 해외 바이어와 교류할 때 어려움이 덜 하겠다는 생각은 들었습니다. 스마트 해운 항만의 범위가 단순 선적과의 교류만을 말하진 않겠지만 해외 판로를 열고자 하는 사업자들에겐 필요한 매체일 수 있겠죠. 그리고 서울에 편중된 지역발전 사업으로 인해 인력이 줄어든 상태이니 항만에서 쓸 수 있는 자동화 시스템 구축도 당연히 발전적 요소가 될 겁니다.
저의 협소한 지식으로 우연히 알게 된 물류 자동화 시스템 기업인 알티온이 현대글로비스에 인수되어 물류자동화 시스템의 성장 가능성이 커진 것도 위에서 언급된 스마트 해운 항만의 일부라고 여겨지긴 합니다.이런 기사들과 매거진의 글들을 보면 정말 세상의 발전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는 걸 느낍니다.이번 매거진 B의 부산편은 저로썬 재미있는 내용이 많은 것 같아 독자분들에게 추천드리고 싶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