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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ondnote Aug 21. 2020

아이앱(IAB)은 한국의 슈프림이 될 수  있을까?

브랜드 소개

IAB STUDIO


IAB STUDIO(이하 ‘아이앱’)는 2014년 뮤지션인 빈지노와 그의 고등학교 친구인 신동민, 김한준이 만든 아트크루 혹은 디자인 스튜디오입니다. (세명은 모두 미술 전공자이기도 하죠)


많은 분들이 패션 브랜드로만 알고 있겠지만, 아이앱은 “그저 재밌는 것을 하는 팀”이라는 소개답게 다양한 비쥬얼 아트워크를 선보이며 자신들만의 독특한 색깔을 발산하고 있는 팀입니다. 홈페이지에는 Album cover artwork, Installation, Collaboration, Branding 등의 작업을 한다고 나와있네요. 이제는 구성원도 늘어나 더욱 왕성한 활동을 보이고 있고 브랜드 가치 또한 나날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출처: IAB STUDIO 홈페이지


아이돌이 있지 but i'm not her fan, sorry
사진기가 찰칵대고 사람들이 물어봐
zino what's that brand?
-  illionaire records “a better tomorrow”


ICONIC 빈지노


IAB STUDIO하면 누가 떠오르시나요? 당연히 빈지노겠죠.


압도적인 랩스타이자 스타일 아이콘. 훤칠한 키, 매력적인 외모, 출중한 실력, 서울대라는 백그라운드는 그를 데뷔부터 스타로 만들어주었지만, 그는 힙합 아티스트에 머물지 않고 라이프스타일 전반에 본인만의 세계를 구축하며 대체 불가한 아이콘으로 성장합니다. 우리나라에서 보기 드문 특유의 쿨하고 트렌디한 이미지는 그를 힙스터로 만들어주기에 충분했죠.


음악적 스펙트럼이 유독 다양했던 그는 미술 전공자답게 패션, 음악 외에도 다양한 분야에서 재능을 발휘하는데, 그 중 하나가 바로 아이앱입니다. 초창기 아이앱은 빈지노가 입고 나온 옷으로 유명세를 떨쳤고, 지금도 빈지노 티셔츠, 빈지노 후디로 불리는 등 아이앱의 성장에 그의 인지도와 영향력이 큰 역할을 했다는건 부정할 수 없는 사실입니다. 하지만 아이앱을 그저 빈지노가 티셔츠를 파는 브랜드라고 생각하면 큰 오해입니다. 아이앱은 이미 수많은 결과물을 통해 빈지노라는 캐릭터와는 별개로 독자적인 브랜드를 구축하는데 성공했습니다.


좌측부터 김한준, 신동민, 임성빈 (출처: https://bit.ly/2QbYf3l)


이제 스타들의 SNS에서는 물론, 길거리에서도 심심찮게 IAB STUDIO라는 아치형 로고가 적혀진 티셔츠를 볼 수 있는데요. 그동안 아이앱이 어떤 작품들을 탄생시켰고 어떤 매력이 대중들을 사로잡았는지 살펴보겠습니다.


#패션


처음에는 본인들의 작업복으로 시작해 관심이 커지자 홈페이지에서 굿즈 개념의 의류를 판매했고 인기가 워낙 많아 순식간에 품절되곤 했습니다. 지금도 그렇지만 당시에도 선착순 발매가 이루어지면 어마어마한 대기줄을 볼 수 있었습니다. 그후에는 다양한 색상의 이벤트성 상품을 내놓으며 예약판매를 주기적으로 진행해왔는데, 최근에는 타 업체와의 콜라보레이션을 통한 팝업스토어를 자주 진행합니다.


아이앱 의류의 특징은 트렌디한 감각, 간결한 디자인, 독특한 색감 등이 있습니다. 간혹 가격에 비해 퀄리티가 좋지 않다거나 반복적인 로고플레이가 이제 좀 식상하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하지만 아이앱의 의류는 작업복으로 시작했듯이  애초에 디자인이나 퀄리티로 승부를 보는 제품이 아닙니다. 아이앱의 패션이 꾸준한 인기를 누리고 있는 이유는 상품 자체보다는 브랜드 철학을 이해하고 공감하는 충성도 높은 팬덤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아이앱이 가진 생각과 행하는 움직임에 영감받은 많은 이들이 그들과 함께하고자 하는 마음으로 상품을 구매하는 것이죠(한마디로 감성으로 사는).


아이앱의 일원인 신동민은 인터뷰에서​ 아이앱이 재화로서 많은 사람들이 각자의 개성을 표현하는 하얀 캔버스가 되길 원한다고 했습니다. 이것이 바로 아이앱 패션의 가장 큰 장점이자 아이앱이 의류 브랜드로서 가지고 있는 가장 큰 가치가 아닐까요.



아이앱은 패션브랜드인 게스, LMC, 뉴에라, 웍스아웃, Mischief, 아식스, 코오롱 등 패션브랜드와의 협업은 물론, 호가든 맥주, 중장비 두산인프라코어, 게임 LOL(League of Legend), Ryse Hotel 등 분야의 한계를 뛰어넘는 콜라보레이션을 통해 어마어마한 확장성을 자랑하고 있습니다. 심지어 대한민국 국방부와도 협업 제품을 선보였습니다. 패션과 전혀 상관없는 브랜드와의 콜라보도 어떤 제품이든 아이앱은 항상 본인들만의 아이덴티티를 표현하며 대중의 이목을 사로잡습니다.


LMC X IAB STUDIO

#앨범커버


사실 아이앱 디자인의 진수는 앨범커버라고 생각합니다. 조소과 출신이라 그런지 설치미술에 특히 큰 장점을 보여주고 있는 아이앱의 앨범커버 디자인은 각 앨범 컨셉에 맞는 아이디어와 화려한 색감을 통해 어디서든 본인들의 개성을 드러냅니다. 앨범커버가 아닌 단독 예술작품으로서도 손색이 없는 훌륭한 퀄리티가 느껴지기도 하고요. 빈지노의 정규앨범 12, 싱글인 Break, Dail Van Picasso, 어쩌라고, Up all night, We are going to, Jazzyfact의 정규앨범 Waves Like은 물론, 임슬옹, 정진운, 크러쉬, 지코, Peejay, JUSTHIS X Paloalto, 로꼬, 수란, 애디킴 등 개성있는 뮤지션들의 음악에 색을 덧칠했습니다.


출처: IAB STUDIO 홈페이지


#제품디자인


키엘 토너, 롯데 빼빼로, 던힐 담배, 카카오 인형, 쌤소나이트 가방, 마운틴 듀 등이 있고 최근에는 JTBC와의 협업도 예고했습니다.


KAKAO X IAB STUDIO
SamsoniteRED X IAB STUDIO

#전시


2016년 대림미술관 디라운지에서 <IAB INSIDE>를 개최합니다. ‘아날로그’라는 정체성에 맞게 그동안 보여주었던 작품을 전시했습니다.


출처: IAB STUDIO INSTAGRAM

#AI-1


수많은 아이앱의 작품 중 개인적으로 가장 흥미로운 제품은 바로 AI-1(Asics X IAB STUDIO)입니다.


런닝화를 주로 만드는 세계적인 브랜드인 아식스의 Gel venture-6 모델을 기반으로 아이앱만의 디자인을 얹었습니다. 제가 기억하기로 특이 케이스인 FILA, 헬리녹스를 제외하면 국내 브랜드와 해외 유명 브랜드와의 스니커즈 콜라보레이션은 처음이 아닌가 싶습니다. 아이앱은 평범한 런닝화인 Gel venture-6에 각자가 좋아하는 색상 조합인 아이앱 도트 로고의 색상을 과감하게 집어 넣었습니다. 자칫 과할 수도 있는 컬러감이지만 부담스럽지 않게 곳곳에 디자인요소를 자연스레 녹였습니다. 특히 아일렛과 깔창, 힐탭 고리의 재치있는 디자인은 아이앱의 통통튀는 개성을 그대로 드러내며 평범한 런닝화를 특별하게 재탄생시켰습니다. 본 제품은 해외에도 발매되며 아이앱의 입지를 넓히는 새로운 계기가 되었죠.


출처: rezetstore INSTAGRAM


퀄리티는 X같지만, 스토리는 X된다


마니아들 사이에서 슈프림을 표현하는 말입니다.


슈프림은 아시다시피 말이 필요없는 최고의 스트릿 브랜드입니다. 1994년 영국계 미국인인 제임스 제비아가 맨하탄에 문을 연 슈프림은 스케이트보드 문화를 기반으로 특유의 냉소적인 태도와 로고를 이용한 강렬한 디자인으로 선풍적인 인기를 끌게됩니다. 보더들뿐만 아니라 스트릿 패션 자체에 엄청난 영향력을 미치게 된 슈프림은 이제 모두가 갖고 싶지만 쉽게 가질 수 없는 브랜드가 되었죠. 특히 마니아들은 슈프림의 콜라보레이션에 열광하는데 루이비통부터 버드와이저, 커밋인형, 목욕가운, 지퍼백 등(심지어 벽돌)까지 정말 다양한 제품을 선보이는 것으로 유명합니다. 관련하여 삼성전자 중국지사의 굴욕적인 일화도 있습니다.


Photo by David Lezcano on Unsplash


아이앱은 물론 슈프림과 결이 다른 브랜드입니다.


서브컬쳐를 지향하는 스트릿 브랜드인 슈프림과 달리 아이앱은 디자인 스튜디오 혹은 아트크루에 가깝습니다. 스트릿웨어 매장으로 시작한 배경부터 추구하는 스타일, 철학, 지향점까지 모두 다르기 때문에 직접적인 비교대상은 될 수 없죠. 명성도 슈프림에 비하면 아이앱은 초라한 수준입니다.


그럼에도 제가 아이앱을 소개하며 굳이 슈프림으로 어그로​를 끈 이유가 있습니다. 첫번째로 아이앱의 로고를 활용한 간결한 디자인, 장르를 넘나드는 자유로운 콜라보레이션 기획력 등이 자연스레 슈프림을 떠올리게 하기 때문입니다. 더 중요한 두번째 이유는 아이앱 역시 퀄리티는 X같지만 스토리가 X된다는 점이죠. 많은 사람들이 디자인이나 품질때문에 슈프림에 열광하는 것이 아니듯, 아이앱 또한 결과물의 퀄리티보다는 그들이 가진 스토리와 행보때문에 사람들이 더욱 주목하는 것입니다.


출처: IAB STUDIO 홈페이지


Supreme? I’ve Always Been!


아이앱은 한국의 슈프림이 되려 하지 않을 겁니다.


그들은 누군가를 염두하기보다 그저 변함없이, 항상 그 자리에서 그들이 재밌는 걸 하기 때문이죠. 우리는 그 따뜻하면서도 유쾌하고 쿨한 감성이 담긴 다양한 제품들을 즐기면 됩니다. 저도 아이앱이 항상 그래왔듯, 앞으로 변함없이 재밌는걸 꾸준히 계속하는 소중한 국내 브랜드로 남길 바랍니다. 그러다보면 언젠가 슈프림보다 더 X되는 스토리가 나올 수도 있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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