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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ondnote Jan 12. 2022

보어드에이프요트클럽(BAYC)

브랜드 소개

Bored Ape Yacht Club


작년은 바야흐로 ‘NFT(Non-Fungible Token)의 해’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습니다. 2017년 NFT의 속성을 이용한 게임인 ‘크립토키티(CryptoKitties)’가 이미 한차례 이슈가 됐음에도, 수년이 지난 지금 기존 예술계를 중심으로 다시 한번 NFT 열풍이 불고 있는 것이죠.


최신 트렌드에 뒤쳐질까 두려운(정확히는 이번에도 나만 돈을 못벌까 두려운) ‘FOMO(Fear Of Missing Out)’에 빠진 사람들은 너도나도 투자를 알아보고 이에 맞춰 자극적인 보도가 연이어 쏟아졌습니다. 관련하여 다양한 플랫폼이 등장하고 거래량이 폭증했지만, ‘황금알을 낳는 거위’ 쯤으로 인식되던 기대와는 달리 함량 미달의 프로젝트가 쏟아지며 최근 NFT에 대한 관심이 시들어진 것도 사실입니다.


그러던 중 지인의 추천으로 뒤늦게 ‘Bored Ape Yacht Club’(이하 BAYC)을 알게 되었습니다. ‘아트크루’라고 해야 할지 ‘NFT 개발팀’이라 해야 할지 정체성도 애매한 이 친구들 4명(Yuga Labs)은 작년 4월 시장에 등장하여 현재 명실상부한 NFT 시장의 에이스로 도약했더군요. 우후죽순같이 쏟아지는 프로젝트들 중 도대체 무엇이 이들을 특별하게 만들었는지 그리고 어떤 요인들이 NFT 프로젝트를 성공으로 이끌 수 있는지 적어보겠습니다.


https://boredapeyachtclub.com/


BAYC는 작년 4월 이더리움의 대체불가토큰 표준인 ERC-720을 기반으로 컬렉션을 발행합니다. 10,000가지의 ‘지루한 원숭이’ 아트워크는 각각 표정, 의상, 헤어, 색상, 액세서리 등 170개 이상의 특성들이 랜덤하게 조합되어 고유성을 띄게 됩니다. Discord와 Twitter를 중심으로 알려지기 시작한 BAYC는 0.8ETH(약 25만원)로 판매한 컬렉션이 12시간 만에 완판되었고 여러 셀럽들이 자신이 소유한 Ape들을 프로필로 사용하며 점점 관심이 뜨거워지더니 첫 달에만 1,660만 달러 이상의 판매량을 기록합니다. 참고로 Yuga Labs의 Founder인 가가멜은 BAYC 초기 개발 비용이 약 4만달러였다고 전했다.


현재 글로벌 최대 NFT 마켓인 오픈씨(Opensea) 기준 BAYC 누적 거래량은 318,979ETH로 약 9개월 동안 약 1조 2,000억 원어치가 거래되었습니다. 지금까지 가장 비싸게 판매된 NFT는 21년 10월 소더비 경매에서 팔린 #8817 Ape로 가격은 무려 819ETH(약 40억원)에 달합니다. 초기에는 동일한 가격에 판매했지만 앞서 말한 170개 이상의 특성 중 희소성있는 아이템을 장착한 컬렉션일수록 시장에서 더 높은 가치가 책정되는 것이죠. 이와 같은 미적 감각이 분명 매력적이긴 하지만 이게 BAYC의 전부는 아닙니다. 무엇이 정말 이 ‘지루한 원숭이들’을 지루하지 않게 만들었지는 아래부터입니다. (원숭이들은 돈을 너무 많이 벌어서 사는게 지루해진 모습을 표현했다고 함)


OpenSea에서 거래되는 Bored Ape들


#팬덤


BAYC는 탄탄한 온라인 커뮤니티를 기반으로 성장했습니다. BAYC의 NFT를 구매한 이용자는 일종의 멤버십을 부여받죠. 메타마스크(MetaMask) 월렛을 통해 로그인하면 BATHROOM이란 공간에 입장이 가능하고 이 가상공간에서 각자 픽셀로 어린시절 화장실에 남긴 낙서와 같은 흔적을 남길 수 있습니다. 나중에 이 낙서가 어떻게 사용될지 모르겠지만 그동안 그들의 행보를 보면 이미 다 계획이 있을 것 같긴 하네요.


또 BAYC는 컬렉션 보유자들에게 또 다른 아트워크인 강아지들을 무료로 입양할 수 있는 기회를 주었습니다. 이 NFT 역시 고가에 거래가 되니 멤버십의 충성도는 더욱 높아지겠죠. 아트워크를 중심으로 모인 이들은 Discord 채널로 서로 정보를 교류하고 서로의 SNS를 팔로우하며(#ApefollowApe) BAYC 유튜브 채널에서 틀어주는 Lofi음악을 즐깁니다. 이런 멤버십 커뮤니티는 자연스레 온라인상 구성원 간의 끈끈한 유대관계를 형성하여 BAYC의 열성적 지지자들을 만들어냅니다.


The BATHROOM


#확장성


BAYC는 NFT발행이라는 단순 1회성 이벤트에 그치지 않고 끊임없이 새로운 놀거리를 만들어냅니다. 특정 컬렉션의 구매자는 해당 아트워크의 소유권뿐 아니라 ‘상업적 이용권’도 가지게 됩니다. 따라서 자신이 소유한 Ape들로 굿즈를 만들어 판매하고 다양한 형태로 변형을 시켜도 법적으로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하네요. 많은 Ape 소유자들이 자신만의 아트워크를 만들어내는 적극적인 모습들을 트위터 등 SNS에서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BAYC는 이벤트로 NFT 소유자들에게 ‘물약’이란 것을 ‘에어드롭’하여 본인이 소유한 아트워크에 베리에이션이 가능하게 했습니다. 이 돌연변이 컬렉션은 새로운 NFT로 발행되고 이는 새로운 유저의 유입으로 이어집니다. 이외에도 Ape들이 입고 있는 의상의 일부는 굿즈로 생산되어 실생활에서 NFT 구매자들에게 판매되기도 합니다. BAYC는 이렇게 다양한 베니핏을 제공하는 방식으로 구성원들이 ‘크립토월드’를 제대로 즐길 수 있도록 도와주고 이는 커뮤니티의 결속력을 더욱 공고하게 만들죠.


돌연변이 Bored Ape


#스토리텔링


웹사이트를 보면 BAYC만의 명확한 세계관이 보입니다. 지루한 표정의 원숭이들이 모여 음악을 틀고 낄낄대는 요트클럽! 위에 언급한 특징들은 그들의 세계관에 자연스럽게 녹아져 있고 특히 놀라운 것은 이 모든 것이 그들의 계획대로 진행되고 있다는 점입니다. 로드맵에는 목표의 10%를 달성하면 엄마에게 빌린 돈을 갚고, 20%가 되면 5개의 ‘Caged Apes’을 Ape 홀더에게 ‘에어드롭’하고 40%가 되면 유튜브 채널을 개설하며 60%가 될 경우 멤버십 스토어를 열겠다고 나와 있습니다. 물론 모두 클리어했고요(정말 엄마에게 돈을 갚았는지는 모르지만).


큰 성공을 거두었음에도 특유의 위트를 잃지 않고 초심을 유지하는 태도는 굉장히 쿨하고 힙해보입니다. 기꺼이 거액의 멤버십을 지불하고 그들의 요트클럽을 방문하여 함께 화장실에 낙서하며 시시덕거리고 싶을 만큼 말이죠. BAYC는 지금까지의 성과에 그치지 않고 p2e 게임 론칭, 메타버스를 위한 3D NFT 제작 등 더욱 활발한 활동을 준비 중이라고 알렸습니다.


아디다스와 콜라보하는 Bored Ape


BAYC는 ‘기존 예술품을 디지털화하여 소유권을 부여하는 작업’에 그치는 고리타분한 NFT와 분명 다릅니다. 그동안 수많은 NFT를 지켜보며 고유의 혁신성은 인정하면서도 항상 이게 지속 가능한 건지, 투자가치 이외의 특별함이 있을지, 거품이 걷히고 나면 무엇이 남을지 등의 의구심이 있었습니다. BAYC는 어쩌면 이 질문들의 답이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그들의 ‘쿨하고 힙한 컨셉질’은 트렌드에 민감한 이들의 욕망을 자극하여 팬덤을 만들었고 또 그들은 이런 막강한 브랜드 파워를 매우 영리한 방식으로 비즈니스 확장에 이용합니다. 너무 진지하지 않게, 하지만 NFT라는 이름에 걸맞게, 그리고 현 시류에 가장 잘 어울리는 소통 방식으로 진행되는 훌륭한 NFT 성공사례이지 않을까 싶네요.


마지막으로 최근 국내에 BAYC와 동일한 방식으로 심지어 스토리텔링도 비슷하게 따라한 아류작들이 심심찮게 등장하고 있는데 어떤 고심도 없이 특정 성공 방식을 그대로 답습하는 건 성공의 지름길은 커녕 정말 지루하고 따분하기 그지없다고 덧붙이고 싶습니다.


https://boredapeyachtclub.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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