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랜드+이야기
<더 글로리>에서 박연진의 남편인 하도영이 언급한 디올은 유독 강렬했다.
김정은 국방위원장의 딸이자 샛별 김주애는 디올 자켓을 걸치고 공식 석상에 나타났다. 윤석열 대통령의 부인 김건희 여사도 디올의 자켓, 셔츠를 입은 모습이 화제가 된데 이어 최근에는 어떤 목사로부터 디올 백을 선물 받아 곤경에 처했다.
왜 그들은 디올을 사랑할까? 왜 하필 디올일까? 우연일까?
네가 그중에 제일 적게 입어서.
적게 입었는데, 다 디올이어서.
궁금하던 차에 유튜브 채널 “조승연의 탐구생활”에서 업로드한 디올에 관한 브랜디드 콘텐츠를 보고 그 힌트를 얻을 수 있었다. 해당 영상은 《인스퍼레이션 디올(Inspiration Dior)》이란 책의 내용을 바탕으로 브랜드를 설명했다.
크리스티앙 디오르(Chrisitian Dior)는 프랑스 문화의 정점 중 하나로 알려진 벨에포크(Belle Epoque) 시대 말미에 태어나 청년 시절 전란과 대공황을 겪었다. 그런 경험 때문에 그의 마음 한편엔 항상 벨에포크 시대에 대한 향수(香愁)가 자리하고 있었고, 당시 라이프스타일을 선망하게 되었다.
벨에포크란 프랑스 대혁명을 거치며 금기시되던 18세기 귀족주의 문화가 나폴레옹 시대를 거쳐 정점에 다시 이르게 된 시기를 일컫는다. 귀족이 아닌 사람들이 소비를 즐기는 문화가 바로 이때 생겨났다.
그 후 일어난 1,2차 세계대전으로 파괴된 브르주아의 전유물을 다시 수면 위로 끌어올려 대중 소비문화로 발전시킨 사람이 바로 크리스티앙 디오르이다. 디올은 20세기 이전 소수의 라이프스타일을 2차 세계대전 이후 세계 중산층에게 전파하는데 큰 역할을 했다.
대중들은 디올을 통해 귀족 문화를 간접 경험하며 디올이 컬렉션에 붙인 표어인 사랑(Love), 부드러움(Tenderness), 행복(Happiness)을 향유했다. 디오르는 특히 여성성을 강조했다. 모든 사람의 원피스가 마치 꽃 한 송이와 같았으면 좋겠다고 했는데, 이를 패션과 향수로 재현했다.
I designed clothes for flower-like women.
전쟁 속에서 순수한 가치를 추구했던 디올의 아이러니는 지금도 여전한 것일까.
사람은 왕왕 소비를 통해 욕망을 드러내고, 그 욕망의 대상은 주로 결핍에서 비롯된다. 내면의 빈곤함이 풍요로웠던 옛 시절을 추억하고, 감정의 결핍이 아름답고 부드럽고 행복한 것에 대한 열망으로 이어진다.
결국 디올에 대한 소비는 아름답고 부드럽고 행복하고 싶다는 이야기다. 향기 없는 꽃은 디올 특유의 화려함을 극대화한 여성미로 자신의 부박함과 누추함을 감추고 싶은 것일지 모른다.
하지만 감추는 것일뿐 그렇다고 향기가 생기진 않는다. 그들의 내면이 참상을 겪은 사람들만큼이나 붕괴된 건 아닌지 디올이 묻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