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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side 스니커즈 리셀 마켓

트렌드 분석

by Bondnote

‘리셀(Resell)’, 즉 상품 되팔이는 사실 우리에게 익숙하다.


어린 시절 야구장에서 사고 팔던 암표, 중고나라에서 웃돈을 얹어 사고 파는 콘서트 티켓, 가격 인상 전에 구매해서 비싸게 파는 명품 백. 이게 다 리셀 상품이다.


리셀은 정식 판매자와 소비자 간이 아닌 1차 구매자와 소비자 간에 일어나는 2차 거래를 뜻한다. 이런 거래는 ‘수요-공급’ 법칙 때문에 발생한다. 공급자가 한정된 수량의 재화를 생산하고, 이를 선점한 소비자는 2차 공급자가 되어 다른 소비자에게 판매한다. 이 과정에서 가격은 상승한다.


자연스러운 경제 활동이지만 때로는 시장교란과 불공정거래같은 불법행위로 인식되기도 한다.


G-dragon PEACENINUSONE X Nike Air Force1 (출처: 나이키코리아 공식 홈페이지)


그동안은 수집욕구를 불러 일으키는 상품이 한정판 앨범, 가구, 전자기기, 귀금속, 시계 등이었다면, 지금은 스니커즈, 즉 운동화가 리셀의 대명사로 자리 잡고 있다.


예전에는 마니아 층 사이에서 희귀한 아이템을 중심으로 거래가 이루어지던 스니커즈 리셀은 최근 카니예웨스트의 이지부스트, 버질아블로의 더텐시리즈, 제리 로렌조의 피어오브갓, 트레비스 스캇 시리즈 등 유명 아티스트와의 콜라보 제품들이 입소문을 타며 이제 마니아가 아닌 일반 대중에게도 익숙한 문화가 되었다.


특히 올해 초 지드래곤(G-Dragon/@xxxibgdrgn)이 국내 아티스트로서는 처음으로 나이키와 협업하여 출시한 파라노이즈 에어포스원(Nike Air Force 1 Para Noise)은 대중들의 엄청난 관심을 받으며 현재 정점에 있는 스니커즈의 인기를 보여주었다.


한편 지금까지 카페에서 개인 간 거래만 이루어지던 국내 스니커즈 리셀 시장은 네이버(정확히는 그 자회사인 스노우)무신사(MUSINSA)가 만든 거래 플랫폼이 등장하며 지각변동을 예고하고 있다.


스니커 리셀 시장의 지각변동을 예고한 KREAM의 홈페이지


전 세계 스니커 리셀 시장은 지난해 20억 달러(2조 4,600억 원)였고 2025년까지 60억 달러(7조 6,000억 원)까지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시장규모


관련 자료가 많지 않은지 매체들이 거의 동일하게 미국 중고의류 업체인 스레드업이 제시한 2020 리셀 리포트수치를 인용하고 있다. 이 업체에 따르면 전 세계 스니커즈 리셀 시장은 지난해 20억 달러(2조 4,600억 원)였고 2025년까지 60억 달러(7조 6,000억 원)까지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해외 주요 스니커즈 리셀 플랫폼으로는 미국의 ‘StockX’, ‘GOAT’, 중국의 ‘Poison’, ‘NICE’ 등이 있다. 특히 선두주자인 ‘StockX’는 주식과 같이 스니커즈 매물의 가격 데이터를 차트 화했고 입찰형식의 구매방법, 편리한 결제수단 등을 구축하며 대규모 투자유치에 성공, 창업 3년 만에 기업가치 1조 원을 인정받아 유니콘에 등극했다. 중국에서도 대표적인 리셀 플랫폼인 ‘Poison(두앱)’이 작년 상반기에만 거래액 3,400억 원을 기록하며 초고속 성장 중이다.


우리나라는 작년부터 ‘프로그’, ‘XXblue’ 등 업체가 스니커즈 리셀 서비스를 출시했지만 시장규모를 정확하게 파악하기는 어렵다. 아직까지 개인 간 거래가 대다수를 차지하고 리셀 플랫폼도 서비스 초기단계라 관련 통계가 전무하기 때문이다.


거대 플랫폼들이 사용자를 흡수하고 일정 수준의 거래량을 기록하면 내년에는 국내 스니커즈 리셀시장 규모가 어느 정도인지 추정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나이키와 아디다스 같은 글로벌 기업들의 한국시장에 대한 태도를 비추어 예상해 보면 국내 스니커즈 시장도 작지는 않을 것 같다.


어떤 신발이 가격이 오를까?


한정판 제품이 유리하다.


간혹 일반 모델 중에도 입소문을 타서 리셀 가격이 오르는 경우가 있으나 대부분은 한정판 모델이다. 앞서 말한 수요와 공급 때문이다. 기업들은 한정된 수량의 상품을 공급하여 줄 세우기를 유도하거나 바이럴 마케팅을 일으켜 브랜드 가치를 상승시킨다. 신발을 만들고 스토리를 입혀 공급을 제한하면 가격은 상승한다.


카니예 웨스트의 이지부스트 (Photo by Zach Ward on Unsplash)


그러면 스토리는 어떻게 만들까? 대표적으로 두 가지다.


첫 번째는 컬래버레이션을 통한 스토리텔링이다.


그동안 스포츠 스타와의 협업에만 국한되어 왔던 브랜드들이 최근에는 유명 아티스트 혹은 특정 브랜드와 콜라보하여 제품을 출시하고 있다. 사실 그 역사는 꽤 오래되었는데 대표적으로 RUN DMC라는 힙합 아티스트가 아디다스의 슈퍼스타를 신고 나와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고(정확히는 콜라보 제품은 아니지만) 그 후 요지야마모토, 후지와라히로시, 버질아블로, 카니예웨스트, 트레비스스캇, 제리로렌조 등이 나이키, 아디다스 등과 협업하여 스니커즈를 출시했다.


브랜드 입장에서는 아티스트들이 그동안 구축해 온 긍정적인 이미지를 그대로 흡수할 수 있고, 아티스트들은 글로벌 기업의 이름값을 통해 자신의 상품성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 시킨다. 콜라보 제품은 소비자에게 해당 브랜드의 긍정적인 이미지를 심어주고 이는 제품 구매로 이어진다.


대표적으로 성공한 브랜드 간 콜라보는 루이비통X슈프림과 최근 디올X에어조던 등이 있다. 전통적인 명품 기업과 스트릿 브랜드와의 컬래버레이션은 럭셔리 브랜드에게 그동안의 지루하고 따분했던 이미지를 탈피해 MZ 세대에게도 어필할 수 있는 힙한 이미지를 덧입혀준다.


Supreme X LouisVuitton (Photo by Lazar Gugleta on Unsplash)


두 번째는 복각이다.


주로 나이키 제품에서 자주 보이는 스토리텔링으로 예전에 발매했던 제품을 리스탁하는 형식이다. 어린시절 봤던 조던의 농구화, 살 수 없던 보드화 등이 재출시되면 추억에 잠겨 지갑을 열게 되는 것이다.


주식 대신 신발?


예전에는 한정판 제품들을 선착순으로 발매하여 알바를 고용하는 등 사재기하는 것이 가능했지만, 지금은 시장교란 방지를 위해 브랜드들이 무작위 추첨방식을 선호하고 있다. 관련 기사를 보면 모든 신발의 가격이 8배 ~ 15배 저절로 오르는 마법이 펼쳐지는 것 같이 묘사하지만, 그런 신발이 세상에 별로 없고 그 신발을 내가 가질 수 있는 확률도 극히 낮다.


또 상품의 가치를 판단할 줄 알아야 하는데, 신발은 주식처럼 명확한 데이터를 통해 분석이 가능한 상품이 아니다. 내 눈에 예쁘다고 그 신발이 시장가치가 높은 것도 아니다. 꼭 디자인이 가치 판단의 절대 기준이 아니며 스니커 시장 자체의 독특한 마니아 문화를 이해하고 있어야 한다.


물론 리셀을 통한 수익 창출이 불가능하진 않지만, 스니커즈가 투자 상품으로 매력적인지는 고민해 봐야 한다. 시장 규모가 작아 얻을 수 있는 수익이 한정적이고 정보 수집부터 구매, 판매까지 이어지는 과정이 익숙하지도 않기 때문이다.


무신사가 만든 스니커 거래 앱 Soldout 홈페이지


모든 신발의 가격이 떡상하는 것 같이 묘사하지만
그런 경우는 극히 드물다.


세금 이슈


상품을 되팔아 차익을 실현하면 불로소득이고, 사재기해 폭리를 취한다면 실정법 위반에 해당한다. 아무리 재화가 신발이라 하더라도 이를 매점매석 행위로 해석하면 물가 안정을 해치고 부당한 수익을 올렸다고 판단하여 처벌을 받을 수 있다. 이론상으로는.


스니커즈를 리셀하여 소득이 1,200만 원 이상이면 부가세 대상이다. 원칙상 아무리 적은 금액이어도 차익이 발생하면 국세청에 기타 소득을 신고해야 하는 것이다. 하지만 앞서 말한 대로 시장규모가 작거나 아직까지 통계가 잡히지 않아 이런 경우를 국세청에서 일일이 확인할 수는 없다. 따라서 일정 수준 미만의 개인 간 거래 소득은 세금을 걷지 않는다고 봐야 한다.


해외에서 직접 구매한 면세품의 경우는 조금 다르다. 이 경우, 해외에서 ‘면세’를 받아 구매한 뒤 국내에서 재판매를 한다면 관세법 위반에 해당될 수 있다. 설령 관세를 냈다고 해도, 수입업자 신고를 하지 않은 사람이 해외 직구 상품을 대량으로 국내에 들여와 재판매하고 소득신고를 하지 않으면 일종의 탈세범이 될 수 있다.


리셀을 주 사업으로 영위하는 업체의 경우, 그리고 플랫폼을 운영하는 사업자 혹은 법인의 경우 아직 명확한 근거나 사례는 없으나 다수의 리셀 거래에 대해 부가세, 법인세, 양도세, 거래세 등 어떤 명목으로든 별도의 과세가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NIKE Air jordan 4 Bred (Photo by who?du!nelson on Unsplash)


스니커즈 리셀의 매력


신발은 생활필수품인 동시에 자신의 개성을 돋보이게 하는 사치품으로 거듭났다. 비합리적인 소비 패턴과 가격 변동에 따른 투자 가치, 한정된 시장 정보 등이 사치품과 닮아있다. 하지만 다른 점도 분명하다. 스니커즈만의 매력 포인트가 있다.


일단 진입장벽이 낮다.


신발은 누구나 신고 언제든지 접근가능한 상품이다. 한정판의 경우 직접 신어볼 수는 없겠지만 본인의 발사이즈와 서비스 아이디만 알고 있으면 쉽게 응모할 수 있고, 발매가격도 대부분 몇 십만 원대로 기타 투자 가능한 상품보다 훨씬 접근성이 뛰어나다. 당첨의 기쁨은 덤이다.


스니커즈 리셀은 패션산업 전반에 활력을 불어넣는다.


한때 유행하던 트렌드로 머무는 것이 아니라 스니커즈에 대한 대중적인 관심이 지속된다면 리셀 문화는 산업 발전에 큰 자양분이 될 수 있다. 브랜드들은 소비자들의 반응과 리셀 시장의 동향을 주시하며 새로운 디자인과 콜라보레이션을 시도하게 되고, 이로 인해 다양성과 창의성이 존중받는 지속 가능한 패션 생태계가 형성된다. 이런 과정에서 소규모 디자이너들에게도 자신의 작품을 알릴 수 있는 기회가 확대될 것이다.


단기 수익을 쫓는 투자 관점으로만 판단하기엔 이 시장이 지닌 문화적 가치와 잠재력이 아깝다. 이런 다양한 이야기와 감성이 모여 만들어낸 스니커즈 시장에서 앞으로 또 어떤 흥미로운 일들이 일어날지 다함께 지켜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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