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서 오세요'가 사라진 세상입니다. 식당이든 카페든 어딜 가도 가게 입구엔 키오스크만 덩그러니 놓여 있지요. 주문과 계산은 키오스크에, 서빙은 로봇이 하는 모습이 일상이 되어 버렸습니다. 점원이든 손님이든 그저 같은 공간에 있을 뿐, 사람 사이의 관계는 차갑게 식어만 갑니다. 어떻게 하면 온기를 되찾을 수 있을까요?
아내가 맛있는 음식점을 찾아냈습니다. 돌판에 자글자글 구워주는 주물럭이 먹음직스러워 보였어요. 후식으로는 볶음밥을 얇게 펴 누룽지로 만들어 주었고요. 여기까지 보고 있으니, 군침이 돌았습니다. 그래서 아내와 오랜만에 드라이브도 할 겸 음식점으로 출발했습니다. 보리 하원 시간에 맞춰 돌아오려면 조금은 바삐 움직여야 했어요.
집에서 한 시간, 미사리는 참 많이도 변해 있었습니다. 건물은 반듯했고, 거리는 구획이 잘 나뉘어 있었어요. 덕분에 음식점을 찾기 어렵지 않았습니다. 예약해 두었기에 여유 있게 가게 문을 열고 들어갔습니다. 널찍한 공간과 깔끔한 채소 냉장고가 먼저 보였습니다. 실내도 깔끔하게 정리되어 있었고요. 그리고 예상했지만, 테이블마다 툭 튀어나온 그 물건이 보였습니다.
키오스크 말이에요.
여기도 다를 바 없는 풍경이었습니다. 편리한 건 저도 인정하니까 어쩔 수 없다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이 가게는 조금 분위기가 달랐어요. 키오스크가 시야에 잡히기도 전에 '어서 오세요!' 하는 활기찬 인사가 먼저 들렸거든요. 직원은 세 명에서 네 명 정도였던 것 같습니다. 다들 인상이 밝아 그랬던 건지, 왠지 모르게 마음이 따뜻해졌어요.
"몇 분이세요?"
"아직 여유 있으니 편한 곳에 앉으시면 돼요."
조금 전 밝은 목소리로 인사했던 직원이 고기를 직접 구워줬습니다. 정말 맛있더군요. 그런데 이 사람, 왠지 모를 친숙함이 느껴졌습니다. 가게의 고기는 당일 소진을 원칙으로 관리한다는 이야기로 우리와 대화를 시도했거든요. 정식 직원인지 아르바이트 직원인지 모르겠습니다. 분명한 건 접객 안내서 어디에도 이런 식의 요령은 쓰여 있지 않았을 거란 점이었어요. 묘한 친숙함은 이 때문이었습니다. 덕분에 아내와 저도 자연스럽게 그분과 대화를 이어갔어요.
"평일인데 연차 내고 오신 거예요?"
"네. 인터넷 찾아보고 한 시간 걸려 왔어요."
"저희 가게 공깃밥 진짜 맛있어요.
쌀을 좋은 걸 썼으니까 꼭 드셔보세요."
"그렇다고 하시니 꼭 먹어봐야겠네요."
서빙을 올 때마다 가벼운 이야기가 오고 가니 즐거웠습니다. 마음에 찍힌 점은 아무도 모르게 조금씩, 예쁜 모양으로 번져 갔습니다. 저쪽에서 말이 오니 자연스럽게 이쪽에서도 말이 이어졌어요. 그러다가 그분은 지극히 개인적인 이야기로 결정타를 날렸습니다. 덕분에 저와 아내의 얼굴이 팝콘처럼 빵 하고 터져버렸어요.
"얼마 전에 석촌호수에 다녀왔는데
꽃이 아니라 사람만 보고 왔어요.
외국인도 많아서 무슨 마이애미에
온 줄 알았다니까요!"
오늘 처음 본 사람들에게 꽃구경 다녀온 이야기라니요. 우리 부부는 그 살가움에, 그 붙임성에 지고 말았습니다. 결국 참지 못하고 배가 아프도록 웃었습니다. 그분도 저희와 같은 마음이었는지 함께 웃었고요. 다만 그 이야기의 부작용으로 석촌호수에 꽃을 보러 갈까 했던 마음이 사라졌지만요.
그렇게 셋이 한참을 웃다가 돌판에서 익어가는 누룽지가 보였습니다. 이제 먹어도 좋다는 말에 한입 베어 물었습니다. 고소하고 바삭한, 모차렐라 치즈가 살짝 배어 더 맛있었어요. 하지만 그 맛을 더해준 건 따로 있었습니다. 바로 가게 직원과 나눈 이야기였어요. 익어가는 누룽지처럼, 익어가는 대화가 온기를 더해 입안에 더 뭉근하게 퍼진 것 같았습니다.
키오스크, 서빙 로봇이 세상을 장악했습니다. 한 번 보고 마는 손님과 직원의 관계가 변했어요. 이젠 한 번도 보지 않는 관계가 되어 버렸습니다. 그렇기에 식당에서 밥만 먹고 나오지 않았다는 게 소중해졌습니다. 각박한 세상에서 만난 귀인이었습니다. 그분의 살가움은 '친절하다'라는 형용사로는 표현할 수 없어요. 그래서 그 직원에게 감사한 마음을 담아 정성을 들인 가게 후기를 남겼습니다. 곧 고맙다는 사장님의 답변이 달렸어요. 그 직원에 그 사장님이네요.
다음번에는 세 가족이 함께 가보려 합니다. 음식이 따뜻하게 익어가는, 대화가 포근하게 익어가는 이 가게로요. 물론 석촌호수의 꽃은 이미 떨어진 뒤겠지만 그분에겐 더 재미난 이야기가 쌓여 있을 거예요. 그때가 기대됩니다. 다음에 다시 만날 때까지 무탈하게 지내셨으면 합니다. 그곳에서 일하는 모두가요. 돌판에 오를 준비를 하고 있는 오리도 건강하게 자라줬으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