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짝이는, 빛바랜 표찰

이제야 건네는 늦은 인사

by 보리아빠

반짝반짝 빛이 나는 표찰을 목에 걸고 새롭게 시작하던 때가 있었습니다. 낯선 사람들과 손에 익지 않은 업무에 자잘한 실수도 했고, 욕도 많이 먹었어요. 하지만 시간이 흐르며 경험이 쌓였고, 실수는 줄고 업무에도 익숙해졌습니다. 하지만 처음으로 출근했던 날의 기억은 흐리마리 옅어져 갔어요. 그저 평범한 구성원으로 남아, 그날그날 기계처럼 살아가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최근에 일어난 일 덕분에, 그때의 선명했던 마음을 다시 만날 수 있었습니다.




얼마 전 정기 인사가 있었습니다. 어떤 사람은 다른 부서로, 또 어떤 사람은 우리 부서로 전보를 오게 되었습니다. 친해진 사람과 헤어지기 아쉬웠지만, 친했던 사람과 다시 만나 작은 위안이 되었습니다. 인사 발령문엔 전 부서의 발령 사항이 담겨 있어 찬찬히 살펴봤습니다. 그런데 익숙하지 않은 이름들이 눈에 띄었어요. 바로 우리 부서로 신규 임용된 직원이었습니다.


총 네 사람이 신규 직원으로 임용되었더군요. 그래서 결원이 있는 곳을 중심으로 사람을 배치하기로 합의했습니다. 안타깝게도 저희 쪽엔 해당 사항이 없었고요. 업무적인 도움을 드리기 어렵겠다는 생각에 조금 아쉬워졌습니다. 그럼에도 어떤 사람들이 올지 궁금해졌어요. 어쨌든 같은 부서에서 일하게 될 사람이니까요. 하지만 아직 정식 발령일 전이었기에 전보 대상인 직원과 먼저 인사를 먼저 나눴습니다. 그러고는 며칠 뒤, 신규 직원들을 처음으로 만날 수 있었습니다.


색이 바래지 않은, 반짝반짝하는 표찰이 먼저 눈에 띄었습니다. 조심스럽게 주변을 살펴보는 얼굴도요. 부서원과 차례차례 인사하는 목소리는 살짝 떨렸습니다. 모든 게 낯설고 어색해 긴장한 모습이 역력했어요. 그런 모습에 문득 떠오른 게 있었습니다.


이곳에 처음으로 출근하던 그때가,

초심자를 표현하는 말이 어울리던 그때가,

낯선 모두가 한목소리로 반겨주었던 그때가요.


물론 연차가 쌓인 지금은 긴장, 두려움 같은 것과는 조금 멀어졌습니다. 하지만 쌓여 가는 경험에 조금씩 잊혀갔습니다. 그날의 설렘이, 그날의 따뜻함이요. 새로 오신 네 분이 아니었다면 흐리마리 지워진 채 영영 잊고 살았을지 모르겠습니다. 그날을 되찾아 준 네 사람에게 고마운 마음이 생겼습니다. 그래서 오래전에 받았던 온기를, 돌려드리고 싶었어요.


"금방 익숙해질 거예요."

"앞으로 잘 부탁해요."


그렇지만 품었던 말을 제대로 전하지도 못한 채 급히 인사를 마쳐야 했습니다. 찾아온 민원인들로 사무실이 북새통이라, 길게 이야기를 나눌 만한 여유가 없었거든요. 그저 짧게 나눈 말 몇 마디가 전부였어요. 이내 신규 직원들은 업무 인수인계를 위해, 저는 전화가 울려 바빠졌습니다. 그렇게 제대로 된 인사도 남기지 못한 채 시간은 속절없이 흘러갔습니다.


몇 주 뒤, 다행히도 새로 오신 분들은 금방 자리를 잡아갔어요. 아직은 서툴지만, 각자 자리에서 열심히 해 주고 계십니다. 민원인도 상대하고, 문서도 만들고, 저마다 배정된 만큼 실수도 하고요. 그래서 이제, 그때는 전하지 못했던, 당시 해야 했던 말을 조심스럽게 꺼내 봅니다. 잊고 있던 설렘을 떠올리게 해 준 것에 대해 고마움을 담아서요.


"잘 오셨어요. 어떤 업무를 하실지 기대도 걱정도 될 거예요. 그렇지만 시간은 여러분 편이니, 걱정은 접어두세요. 처음 듣는 용어, 처음 쓰는 시스템은 금방 익숙해질 거고요. 이미 반은 오셨으니 나머지 반은 얼마든지 예쁘게 칠하실 수 있을 거예요. 물론 사람들 상대하다 보면 스트레스도 받으시겠지요. 힘들 땐 얼마든지 이야기 들어 드릴게요."


가끔 실수하고
때론 서툴러도

그 모습 그대로를
사랑하세요.

'가끔'과 '때로는'
금방 작아질 테니까요


나태주 시인의 시 '어린 벗에게'의 시어를 매만져 짧은 시를 써 보았습니다.


늦었지만 앞으로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언젠가 이 직원들의 표찰도 자연스럽게 색을 잃어갈 겁니다. 하지만 그 안에 잠든 빛의 근원은 사라지지 않을 거예요. 어딘가에 감추인 채 조용히 지내다가 언젠가 또 다른 '시작'을 만나면 조용히 되살아날 테니까요. 제가 그랬던 것처럼, 누군가의 마음에 온기를 전하면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