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는 지금보다 덜 습하고 덜 더운 2017년. 여름에 안 그래도 가기 싫었던 학교를 더 가기 싫었던 이유는 다름 아닌 경사로 때문이었다. 그 경사로로 말할 것 같으면 오르막을 10분, 내리막을 10분 총 20분을 땀 흘리며 걸어야만 등교할 수 있었다. 더 쉬운 길을 가려고 하면, 입시에 부족했던 잠을 포기해 가며 더 일찍 일어나 학교를 빙 돌아서 등교해야만 했다. 다행히 늘 그렇듯이 사람들은 방법을 찾았다. -인류가 언젠가 멸종하더라도 이런 부분에 있어 전혀 걱정되지 않는다. 문명이 아예 사라지고 0이 될 것이라는 걱정. 언제나 방법은 있다-
같은 길을 등교하는 친구들이 찾은 방법은 바로 경사로 밑을 걷는 것이다. 시간을 단축할 뿐만 아니라 평지로 10분만 걸으면 됐다. 다만 경사로 밑의 좁은 길옆이 바로 도로라는 점만 빼면 장점이 더 컸다. 운이 혹시라도 좋지 않으면 지나가는 운전자로부터 “야! 똑바로 걸어, 비켜!” 큰소리를 듣기 일쑤였다. 하지만 그 길을 걷는 학생들은 아랑곳하지 않고 제 갈 길을 갔다. 나도 그중 하나였다. 시간이 조금 흘러서 경사 밑 도로로 등하교하지 말라는 학교의 권고에, 친구들은 부모님이 데리러 오기 시작했다.
비록 나는 묵묵히 그 경사를 견뎌야 했지만 항상 친구들의 차를 얻어 탔던 걸 보면 인복이 참 좋은 아이였을 테다. 힘들기는 지독하게 힘들었다. 다만 오르내리는 길에 즐거운 노래를 듣는 시간이 늘어난 것이 재미를 더 했으리라. 그 무더운 여름날, 성장기에 버거움을 느끼는 와이셔츠를 입고 등교 친구와 땀을 흘려가며 사이좋게 등교했던 그 여름으로부터 7년이 지났다.
7년은 또 다른 세상을 바라보는 사람이 되기 충분한 시간인 듯하다. 같은 장소를 같은 자리에서 보았지만, 그 여름의 가파른 경사로에 접근이 허락되지 않는 사람들이 떠오른다. 휠체어를 끌어야 하는 장애인들은 그 경사로에 접근할 수 없다. 왜냐하면 법정 기울기로 명시된 것보다 4배는 가파르기 때문이다.
경계가 가파르면 저 멀리에서 안전거리를 확보한 후에, 전력 질주를 해야 한다. 온 힘을 다하여 경사로를 올라야만 경사에서 밀리지 않으며 휠체어가 뒤집히지 않기 때문이다. 경사로 뿐만 아닌 식당, 편의시설, 대중교통, 심지어 신호등의 도로 턱만 하더라도 생사를 건 질주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니까 우리에게는 맨홀뚜껑이 길에 조금 나와 있는 것은 발을 헛디디거나 피해 갈 수 있는 정도지만, 그들에게는 약간의 경사는 매우 열악한 이동 환경이 되는 것이다. 특히 전동휠체어 이용자 중 거의 절반이 사고 경험이 있다고 한다. 여전히 지금 여름까지도 누군가는 전속력으로 오직 팔 힘 하나로만 경사를 오르고 있을 것이다. 7년이 지났지만, 평탄한 삶과 버틸만한 여름은 언제 공평히 올 수 있는 것일까? 앞으로의 7년 후 여름은 이들에게 더욱 편한 세상일까? 내가 7년 후에 같은 공간에서 다시 어떤 생각을 하게 될지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