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뱅크 'AI에게 물어보세요' 사용 후기
지난 5월 26일 카카오뱅크 앱에 ‘AI에게 물어보세요' 베타 기능이 오픈되었습니다.
평소 금융 앱의 검색 기능을 써보기도 하고, 또 UX를 직접 고민해보기도 하면서 AI를 활용한 검색이 금융에 도입된다면 어디까지 결과를 제공해야 할까 고민했던 기억이 있는데요,
카카오뱅크 AI는 (베타 기능이지만) 어디까지 도와줄 수 있을지 기대를 갖고 실제 사용자 입장에서 할 법한 질문을 던져보고 든 생각을 정리해 보았습니다.
가장 궁금했던 건 내 소비 데이터를 기반으로 관리해 줄 수 있을까였습니다.
AI가 내 결제 내역에 접근할 수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이번 주에 쓴 교통비 얼마야?” 또는 “소비패턴을 보고 생활비 예산 세워줘"라고 물었는데 소비를 직접 분석하거나 예산을 세워주는 건 불가능하다고 답변합니다.
특정 결제 내역 확인이나 이번 달 카드 실적을 요청하니 정보를 불러오는 대신 사용자가 직접 확인할 수 있는 페이지 숏컷을 제공하기도 합니다.
내 소비 내역을 분석하고 추천하는 기능은 없지만 “불가능하다"로 끝나지 않고 직접 확인하러 가도록 돕거나 관련된 유익한 정보를 최대한 제공하려는 점이 검색결과의 아쉬움을 꽤나 상쇄시켜 주었습니다.
Insignt1.
AI가 검색에 적용되면 “검색결과 없음" 상황을 예상 밖의 유익함, 새로운 탐색의 기회 발견과 같은 긍정적인 경험의 순간으로 바꿀 수 있다.
직접 데이터 분석이 불가능하다면 예측&시뮬레이션은 가능한지 궁금했습니다.
질문해 본 결과, 계산에 필요한 전제를 명확히 입력하면 의도한 결과를 주지만 막연한 질문에는 도움이 될 수 있는 정보 제공으로 그칩니다. 예를 들어 “다음 달 15일까지 남은 예산이 50만원이면, 하루에 얼마씩 써야 할까?”하는 질문에는 약 27,777원이라는 구체적인 답변이 나왔지만 “다음 달까지 50만원 남았다"는 제한적인 정보만 주니 직접 예산을 계산해 볼 수 있는 공식을 알려주었습니다.
질문이 구체적일수록 답변의 질도 높아진다는 원칙은 카카오뱅크 AI 검색에서도 유효했습니다. 향후 내 금융 정보와도 연결된다면 이러한 계산 시뮬레이션은 맥락에 맞는 결정을 돕는 조언자로까지 진화할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예산 초과 위험을 알려주거나 특정 목표(저축, 지출 제한 등)에 맞춘 실시간 피드백을 제공할 수 있겠죠.
Insight2.
AI 검색의 계산 능력이 내 소비 맥락과 연결된다면 단순한 정보 검색 수단을 넘어 일상 속 소비 결정을 함께하는 조력자의 역할로 확장될 수 있다.
이번엔 맥락이 이어지는 연속적인 대화를 시도했습니다. “3개월 뒤 여행 가고 싶어"라고 말한 뒤 “100만원 모으려면 어떻게 해야 해?” 물었을 때, 방법을 알려주며 여행이라는 목표를 기억하고 좋은 저축 동기가 될 거라는 응원을 해줍니다.
이어서 “친구랑 같이 간다"라고 하자 친구와 여행 경비 관리 팁과 모임통장 개설, 친구에게 이체 기능 등 다양한 관련 정보를 줍니다. 카카오뱅크 모임통장을 직접 만들어줄 수 있을지까지 요청했는데 직접 만들어주진 못하고 만드는 법과 경로만 알려줬던 점은 조금 아쉬웠습니다.
대화 맥락을 기억하고 자연스럽게 이어가는 흐름은 이미 ChatGPT 같은 서비스에서 익숙하지만, 이런 경험이 금융 앱 안에 녹아 있다는 점이 반가웠습니다. 무엇을 물어보는지만이 아니라 왜 물어보는지를 읽고 앱 내 서비스&상품 구매까지 연결해 준다면 금융 AI로서 실질적인 도움을 주는 방식이 될 수 있겠습니다.
insight3.
금융 앱의 AI가 대화의 의도와 맥락을 파악할 수 있다면, 사용자는 상품을 찾기보다 목표를 말하는 것만으로 필요한 금융 행동을 시작할 수 있다.
'기능 중심 탐색 → 목적 중심 흐름으로 전환'
다음은 기존 고객센터를 대체할 수 있을지 테스트했는데, 꽤 훌륭한 수준이었습니다. 카카오뱅크 서비스와 기능에 대한 안내부터 금융 지식까지 궁금한 것을 바로 해소할 수 있는 답변을 줍니다.
다만 답변으로 받은 정보를 카카오톡으로 받을 수 있나? 하는 자연스러운 니즈가 생겨 요청했는데 불가능해 아쉬웠습니다. 충분히 가능할 것 같은 서비스였는데 의외였어요. 받아본 정보가 마음에 들었다면 저장하고 싶은 마음이 충분히 들 것 같습니다. 특히 현재의 카카오뱅크 AI채팅은 화면 밖으로 나가면 다시 볼 수 없으니까요.
문의 과정 중 얻은 정보를 기억하기 어려운 건 고객센터 이용에서도 겪는 불편함입니다. AI는 대화를 요약하고 정리해서 보여줄 수 있다는 점과 다른 채널로 전송 및 저장까지 연결된다면 사용자의 인지 부담을 줄이고, 탐색 결과를 반복 활용 가능한 연속성 있는 금융경험을 줄 수 있을 것입니다.
insight4.
금융 AI는 고객센터의 역할을 대체하는 것을 넘어, 정보를 구조화해 저장&전달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기존 금융 상담의 단절된 흐름을 더 유연하고 기억 가능한 경험으로 개선할 수 있다.
금융 앱에서 하게 될 질문은 사실 뻔하니, 이번에는 금융과 관련 없는 엉뚱하고 장난스러운 질문도 던져보았습니다. 점심 메뉴 추천은 무난하게 답변해 주는데 끝은 식비 관리 등 금융 관련 제안으로 마무리됐습니다. 친구 생일 선물도 추천은 애매하지만 사용자가 가질 수 있는 금융니즈를 예측(?)해서 제안해 주네요.
너 GPT보다 똑똑해? 같은 다소 유치한 질문에는 잘 답변을 안 해줍니다. 그래도 돈, 금융에 조금이라도 관련된 내용에는 최대한 정보를 주려는 모습을 보입니다.
금융과 관련성이 낮은 질문에는 역시나 답변의 범위나 대화를 이어갈 수 있는 단서 제공이 적었지만, 가볍게라도 대응을 하고 사용자의 말에서 금융과의 연관성을 어떻게든 끌어내서 제안하는 점이 흥미로웠습니다.
이런 대화가 가능하다는 자체가 심리적인 장벽을 낮추는데 도움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장벽을 낮추고자 하는 의도는 챗봇 진입 시 첫 화면에서 제공하는 다양하고 흥미로운 프리셋에서도 느껴집니다.
Insight5.
금융과 무관한 질문에도 가볍게 답하고, 대화 속에서 금융과의 연결점을 끌어내는 방식은 사용자의 심리적 장벽을 낮추면서도 자연스럽게 금융 탐색으로 유도하는 UX적 장치가 될 수 있다.
카카오뱅크 AI 검색 기능을 직접 사용해 보며 단순한 정보 검색 이상의 효용성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서비스와 기능에 대한 정확한 안내는 물론, 사용자의 질문 의도와 상황을 어느 정도 파악해 자연스럽게 흐름을 이어가려는 시도들이 돋보였습니다.
특히 사용자들이 어떤 기능을 원하는지만이 아니라, 왜 그 기능을 찾게 되었는지를 이해하고 연결해 주는 흐름은 지금까지의 단절된 금융 탐색 경험을 크게 개선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됩니다.
아직 상품&서비스 구매 연결이나 대화 저장, 채널 간 연동 등의 부분에서 보완이 필요하지만 금융 앱 안에서 AI로 금융을 탐색하고 이해하고 실행하는 흐름을 경험해 볼 수 있어 좋았습니다.
실제로 써보면서 어떤 부분에서 긍정적인 효과가 예상되고 어디에서 한계가 느껴지는지 감이 잡히니, 한번 가볍게 사용해 보시기를 추천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