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Big Mac' 상표의 불사용 취소
상표법은 특정 주체가 어렵게 쌓아올린 신용을 보호하기 위해 특정 단어에 대한 사용은 정당한 주체만 가능하도록 제한하고 있습니다.
정당하게 쌓아올린 경제적 성과를 사용 주체에게 인정해주는 것이지요.
그런데, 상표법은 지식재산권으로 궤를 같이하는 특허권, 디자인권과는 다르게 상표(정확히는 그 단어나 이미지)를 만들어 냄에 있어서 큰 노력이 투입되지는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기업 입장에서는 그 브랜드의 가치를 올리기 위해 광고와 품질 관리에 많은 노력을 쏟는다고 항변할 수 있지만, 상표로 사용하는 단어 그 자체는 기존 글자의 조합이거나 기존에 있던 단어를 차용한 것일 뿐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상표권의 효력이 막강하다 보니, 진정으로 사용하지 않는 주체가 상표권 등록이라는 간단한 절차를 통해 정당하게 사용하려는 주체의 시장 진입을 막는 사례가 비일비재하게 일어나기도 합니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서, 대부분의 국가에서는 상표를 등록하고 사용하지 않으면 제3자의 청구 등에 의해 상표권이 취소될 수 있는 제도를 마련하고 있습니다.
2024년 6월 5일 CBS NEWS 등에 따르면 "치킨 샌드위치, 가금류 제품 또는 레스토랑 서비스업에 대해 맥도날드 측이 5년 동안 빅맥 상표를 진정으로 사용하고 있음을 입증하지 못했다"고 보도했습니다.
유럽에서 맥도날드가 'Big Mac'을 사용하지 않았을까요?
아닙니다. 아주 활발히 사용했습니다. 맥도날드는 2021년 기준 프랑스에 무려 1,517곳의 매장을 운영하고 있고 Uber Eats의 프랑스 맥도날드를 검색하면 가장 먼저 보이는 메뉴가 Big Mac일 정도입니다.
그런데 빅맥은 "순쇠고기 패티 두 장"이 들어가는 메뉴이고, '빅맥'이라는 상표로 치킨 관련 메뉴를 판매하지는 않았기 때문에, 치킨 관련 상품에 대해서는 모두 상표권이 취소가 된 것입니다.
조금 더 나아가서, 이번 판결에서 '음식점업'에 대한 상표까지 취소되어, 메뉴 이름에 대한 사용 만으로는 포괄적인 '음식점업'에 대한 상표를 유지할 수 없다는 것이 인정되기도 하였습니다.
이러한 판결이 나오게 된 배경에는 '슈퍼맥(Supermac's)'이라는 유럽 내 경쟁사가 자사의 상표가 '빅맥' 과 유사하여 등록과 사용에 제한이 가해지게 된 것에 있습니다.
'슈퍼맥' 입장에서는 자기들도 1978년에 아일랜드에 설립된 기업인데 타국 기업 때문에 자신들의 국가에서 사용이 제한되는 것이 많이 억울했을 것입니다.
억울하다고만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겠죠. 자신들의 억울함과는 별개로 상대방의 흠결을 찾아내어 자신들에게 유리한 판결을 받아내려고 했을 것입니다. 그 수단이 '불사용에 의한 상표권 취소심판'이었구요.
이 재판의 배경이 된 심판은 무려 2017년에 '슈퍼맥'에 의해 청구되었고, 2019년에 심판의 결론이 나온 뒤, 맥도날드가 이에 불복한 소송을 제기하여 2024년이 되어서야 판결이 나온 것입니다.
보도 내용을 종합해보면 아직 유럽사법재판소에 항소할 기회가 남아있기는 하지만, 맥도날드가 다시 항소할 지는 아직 발표된 바가 없네요.
일각에서는 이 사건에 대하여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이라고들 평하고 있습니다. 사실 지식재산권 분쟁에 있어서는 다윗도 골리앗도 없습니다. 그 특허권, 그 상표권, 그 디자인권이 중요할 따름이지요(물론 예외도 있습니다).
맥도날드의 향후 대응에 대해서 지켜보겠습니다.
이미지 출처 - 우버이츠
https://www.ubereats.com/fr-en/brand-city/paris-idf/mcdonald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