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위눌림
꿈을 꾸었다.
내 몸은 암초에 부딪힌 목선처럼 서서히, 끝없이 잠겨 들었다.
다리, 몸통, 팔 이윽고 머리마저 물에 잠기어 봉돌에 매달린 찌처럼 가라앉았다.
물에 잠기는 것은 공중에 떠있는 것과 같아서 허우적거리는 몸놀림은 하늘거리는 날갯짓이었다.
물은 내 몸을 떠받쳐서 오히려 가볍게 하는데 알 수 없는 인생의 추는 자꾸만 내 발목을 잡아당긴다.
발버둥 쳐도 소용없는 꿈속에서의 달아남.
얼마나 가라앉았을까?
또렷하던 온갖 소리들이 아스라이 멀어지고, 소라껍데기를 귀에 대면 들리던 그 소리만이 귓가에 울린다.
몸은 겹겹이 에운 물의 무게에 눌려 옴짝달싹 못해 돌 밑에서 겨울잠을 자는 개구리처럼 굼뜨다.
팔다리를 늘어뜨리고 눈을 감았다.
물은 부드럽지만 둘둘 말린 이불속처럼 갑갑하다.
어릴 적, 엄지 검지로 집게를 만들어 코를 틀어막고 물먹은 병처럼 저수지 바닥에 가라앉은 그 느낌일까?
물 밖의 또래들의 수군거리는 소리가 들리지만, 깊고 어둔 바닷속에 빠져드는 것처럼 아득히 먼 느낌이었다.
어쩜, 그보다도 훨씬 더 이전의 때, 햇볕을 보기 전인 어머니 뱃속 인지도 모른다.
도무지 아무것도 알 수 없고, 할 수 없는, 그런 때가 있었다.
지금, 난 꿈을 꾸고 있는 것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