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렙 찍고, 다른 직업 다시 키우는 중
2026년 새해가 왔다.
올해는 붉은말의 해라고 한다.
그리고 2026년의 공통 화두는 거의 이거다.
‘나 때는 말이야’ 소리처럼 들릴까 살짝 걱정되지만,
가끔은 과거를 보면 지금이 더 잘 보일 때도 있다고 믿는 편이다.
그래서 내가 처음 인터넷을 만났던 얘기를 잠깐 해보려 한다.
내 기억으로는 1995년쯤.
당시 나는 한국의 한 대기업에 다니고 있었는데, 연말이 되자 갑자기 전 직원 대상 **‘인터넷 교육’**이 열렸다.
지금 기준으로 보면 웃기지만,
당시엔 회사가 따로 교육장을 만들고
PC 40~50대를 깔아놓은 뒤
직원 50명씩 묶어서 2~3일 동안 인터넷만 배우게 했다.
그전까지 우리가 알던 ‘온라인’은
천리안, 하이텔 같은 폐쇄형 네트워크였다.
게시판, 채팅이 전부였고, 지금으로 치면 카톡 오픈채팅+네이버 카페 초기 버전쯤 된다.
궁금하면 *〈응답하라 1988〉*에서
정봉이가 낡은 컴퓨터로 채팅하는 장면이 딱 그 시절이다.
아래 링크 (13:15 - 15:05) 부분이 딱 그 느낌이다.
https://www.youtube.com/watch?v=AOeyUa_uN1s
그 인터넷 교육 이후,
나는 말 그대로 인터넷에 꽂혔다.
웹이라는 바다에 빠져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헤엄치던 시기였다.
그리고 2000년.
전 세계가 아는 그 이름, 닷컴 버블이 터진다.
인터넷 기반 회사라면 뭐든 뜨던 시절.
나는 그 흐름을 보면서
“인터넷 다음은 바이오다”라는 확신이 들었고,
그래서 선택한 길이 벤처캐피털 → 바이오테크 투자였다.
그때 분위기는 진짜 지금 AI판이랑 비슷했다.
인터넷 회사가 우후죽순 생기고
상장은 기본 옵션처럼 여겨지고
투자금은 말 그대로 쏟아지고
대기업 다니던 지금의 ‘꼰대 후보군’들이 줄줄이 퇴사해서 스타트업을 차렸다
한국만 그런 게 아니라 전 세계 공통 현상이었다.
그리고 20여 년이 지났다.
결과는 다들 알다시피
� 대부분은 사라졌다.
구글 (검색)
아마존 (이커머스)
이베이, 페이팔, 마이크로소프트, 시스코, 오라클
이 정도만 살아남았다.
애플은 거의 망하기 직전까지 갔다가
아이폰으로 극적인 부활을 한 케이스다.
한때 더 유명했던
라이코스, 야후, AOL은 지금 사실상 역사 속 이름이다.
다음 (지금은 카카오로 흡수)
네이버
인터파크
옥션
엔씨소프트, 넥슨, NHN, 안랩
이 정도가 살아남았다.
반면
라이코스코리아, 프리챌, 아이러브스쿨은
지금은 추억 속 서비스다.
인터넷 시대가 오면서 사회가 크게 바뀐 게 하나 있다면,
나는 주 5일 근무제라고 생각한다.
그전에는
기본이 주 6일
잘 쳐줘야 주 5.5일
토요일 근무는 당연한 옵션이었다
대기업이라서 격주 토요일 쉬었던 거지,
공무원·중소기업은 대부분 주 6일이었다.
기술 변화가
� 일하는 방식 자체를 바꾼 대표 사례다.
그럼 지금의 AI는 어떨까?
솔직히 말하면
AI도 비슷한 길을 갈 가능성이 크다.
닷컴 붕괴를 직접 겪은 사람으로서
AI 붕괴가 오지 않기를 바라지만,
미래는 늘 예측 불가다.
다만 분명한 건 이거다.
나는 이미 AI랑 같이 살고 있다.
1️⃣ 회사 업무, 글 쓰기에서 AI는 필수
ChatGPT, Gemini 등 수많은 서비스가 경쟁 중이고
누가 최종 승자가 될지는 아직 모른다.
2️⃣ AI를 장착한 테슬라로 매일 완전자율주행
이 경험 덕분에
“AI가 여기까지 왔구나”를 체감하고 있다.
AI 버블이 오든, 안 오든
AI 시대가 열렸다는 사실 자체는 되돌릴 수 없다.
이건 유행템이 아니라
계속 누적되는 메가 트렌드다.
요즘 다들
“AGI가 언제 오냐”를 묻지만,
그걸 맞히느니
� 주가 예측이 더 쉬울지도 모르겠다.
그보다 더 크게 체감될 변화는
일하는 방식 자체가 바뀐다는 점일 것 같다.
� 주 4일제, 혹은
� 주 2~3일 + 재택 하이브리드
이건 먼 미래 얘기가 아니라
이미 슬슬 현실 쪽으로 오고 있다.
인터넷이 본격적으로 깔리면서
사회가 한 번 크게 바뀐 적이 있다.
주 6일 근무 → 주 5일 근무
그때부터 사실상 격차 게임이 시작됐다.
새로 생긴 토요일을
어떻게 썼느냐에 따라 결과가 완전히 갈렸다.
토요일을 쉼·여가·소비에 쓴 사람들
→ 삶은 편해졌지만 생산성은 정체
토요일을 공부·실험·자기 계발에 쓴 사람들
→ 소비는 줄었지만 실력은 누적
이 차이가 쌓여서
지금 우리가 보는 4050 세대의 개인차를 만든 게 아닐까,
나는 그렇게 본다.
그럼 AI 시대는 어떨까?
아마도
주 5일 → 주 4일
혹은
주 2~3일 + 재택 하이브리드로 갈 가능성이 크다.
그러면 또다시
� “하루가 남는다.”
그리고 그 하루를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
차이는 더 크게 벌어질 거다.
그날을 그냥 쉬는 날로 쓰느냐
아니면 미래를 준비하는 날로 쓰느냐
이 선택이 생각보다 무겁다.
내 생각에
AI 시대의 자기 계발 키워드는 딱 하나다.
요즘 생긴 개념 같지만
사실 N잡러는 원래 인류 기본 스펙에 가깝다.
역사적으로 보면
유럽과 미국처럼 산업혁명·시민혁명을 빨리 겪은 나라에는
이미 N잡러가 많았다.
벤저민 프랭클린: 외교관 + 발명가 + 출판인 + 투자자
아이작 뉴턴: 과학자 + 조폐국 책임자 + (주식투자 실패 경험자)
라부아지에: 법률가 + 행정가 + 군인 + 화학은 취미
레오나르도 다빈치: 무기 개발자 + 건축가 + 화가(부업급)
지금 보면
“이 사람들 왜 이렇게 다중 캐릭터야?” 싶은데
그게 원래 정상이다.
한국에도 있다.
세종대왕
정치·경제·군사·과학·문화까지
사실상 올스탯 만렙이었다.
결국 과거에는
봉건 사회에서는 왕 정도만
근대 사회에서는 부르주아 일부만 N잡러가 가능했다.
근데 지금은 다르다.
AI 시대의 2030은
� 왕도 아니고
� 재벌도 아닌데
여러 분야에서 동시에 레벨업이 가능하다.
요즘 말로 하면
**“만렙 찍고, 다른 직업 다시 키우는 중”**이 가능해진 시대다.
그래서
글로벌 바이오 전문가를 목표로 하는 사람들에게
현실적인 조언을 정리해 보면 이렇다.
1️⃣ 시간을 만들어라
→ 바쁜 건 모두 똑같다.
차이는 시간을 만들었느냐다.
전문 분야 하나는 깊게 파라.
2️⃣ 스타트업 한 번은 가보라
→ 안 맞으면 나오면 된다.
하지만 한 번도 안 겪으면 시야가 좁아진다.
3️⃣ 전공 말고 ‘자산 분야’를 따로 키워라
→ 투자, 콘텐츠, 지식 자산
→ AI랑 유튜브가 선생님 해준다.
4️⃣ 독서하라
→ AI 시대엔 ‘정보’보다
독해력 차이가 인생 차이를 만든다.
5️⃣ 글을 써라
→ 생각을 정리하는 능력은
AI가 대신 못 해준다.
6️⃣ 사람을 직접 만나야 한다
→ AI는 편하지만
사람을 안 만나게 만든다.
AI에만 의존하면
어느 순간 소비자 → 소모품이 된다.
� 생산자가 되려면
AI 쓸 시간 중 일부를
사람 만나서 대화하고, 아이디어 만들고, 공감 쌓는 데 써야 한다.
미래는
인간의 감정과 연결에서 나온다.
바이오텍 연구자라면
환자 네트워크
연구자 커뮤니티
오프라인 세미나
같은 사람 기반 네트워크에 들어가는 것도
충분히 투자할 가치가 있다.
개도국 시절을 지나온 5060과
선진국 환경에서 자란 2030의 차이는
솔직히 체감 난이도부터 다르다고 느낀다.
비유하자면 이런 느낌이다.
개도국 환경 → 봉건사회
선진국 환경 → 현대사회
봉건사회에서는
� 누가 시키는 대로 해야 살아남는다.
왕이나 제후의 선택이 곧 개인의 인생이다.
하지만 현대사회는 다르다.
� 선택지가 너무 많다.
� 그래서 정답도, 책임도 전부 본인 몫이다.
선진국에서 자란 2030은
누가 길을 정해주지 않는다.
무엇을 공부할지
어떤 커리어를 쌓을지
어디에 시간을 쓸지
전부 스스로 결정해야 한다.
이건 부담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역대급 자유이기도 하다.
그래서 하고 싶은 말은 이거다.
남이 짜준 루트 기다리지 말고,
직접 스킬 트리 찍어라.
한 분야만 파도 되고,
여러 분야를 동시에 키워도 된다.
요즘 말로 하면
� 만렙 하나 찍고, 다른 캐릭터 또 키워도 되는 시대다.
솔직히 말하면,
지금 2030이 너무 부럽다. 진짜로.
선택지도 많고,
툴도 좋고,
시도해 볼 수 있는 판 자체가 다르다.
물론 쉽진 않겠지만,
그만큼 가능성도 최대치인 세대다.
그래서 축하한다는 말이 먼저 나오고,
응원은 그냥 덤이다.
각자 속도대로 가면 된다.
잘 버텨주기만 해도 충분히 잘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