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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뽀여사 Jan 31. 2019

복작복작 아이 넷의 육아 이야기

<어른은 어떻게 돼?> - 박철현

<어른은 어떻게 돼?> 박철현

1.

아이 하나 키우는 것도 아등바등인데 둘째는 무슨 소리냐, 이건 계약 위반(?)이다 따위의 소리를 입에 달고 살아왔다. (결혼 전에 아이는 하나로 서로 합의를 본;) 랄라를 키우면서 예쁘고 귀중한 시간들도 많았지만 어쨌든 대부분의 육아가 온전히 내 차지가 되어가는 걸 몸소 겪으며 '아무리 예뻐도 둘째는 안 되겠다' 다짐했다. 그사이 랄라는 6살이 되었고 나도 이제 둘째 타령을 들을 나이는 지나게 되었다. (의술이 발달했다고 하지만;)


2.

물론 아기는 너무 예쁘다. 원래 아기를 전혀 예뻐하지 않았던 내가 랄라를 낳고 키우면서 '이 사랑스러운 존재'들에  눈을 뜨게 되었다. 어디에서든 아기들을 보면 자연스럽게 입가에 미소가 지어지고 일부러 아기와 눈을 맞추려 노력하곤 웃어준다. 나를 아는 친구들이라면 기겁할만한 행동이고 가끔 남편도 여전히 기겁하지만 어쩌겠나. 아기는 키워보면 그 예쁨을 알 수밖에 없다.


3.

박철현 저자가 쓴 <어른은 어떻게 돼>는 하나도 둘도 아닌 무려 아이 넷의 육아 이야기다. (제목은 '어른은 어떻게 돼'지만 사실상 '아이 넷과 이렇게 지내' 인 듯) 한국도 아닌 일본에서 일본인과 결혼 후 네 명의 아이를 키워가는 이야기가 전직 기자 출신의 맛깔난 글로 유쾌하게 진행된다. 아이 넷 각자의 매력이 엄청난데도 그저 평화로워만 보이는 이들의 일상을 보다 보면 자꾸만 일본 육아 정책에 부러움이 쏠리는 아쉬운 현상을 겪기도 한다. 아이를 키우는데 큰 돈이 들지 않는다거나 정부나 관련 지자체의 꼼꼼한 복지가 눈에 띈다거나 곳곳에서 등장하는 저자의 감탄을 반복해서 읽다보면 어느새 디테일한 복지 내역은 기억에 남지 않고 '그런데 왜 우리나란' 따위의 한탄만 가득해진다.  학교가 끝나면 친구나 아빠와 소프트볼을 하고 방학이 되면 봉사활동을 다니는 무슨 일본 만화에서나 볼 법한 하루가 지금 이 21세기 진행형이라니 여기는 육아의 천국인가 싶기도. (물론 설마요)


4.

한편으로는 아빠의 눈이라면 이럴 수 있겠지 싶은 부분도 눈에 띈다. 아이 넷의 케어를 와이프가 전적으로 책임지고 있는데, 한동안 주말 부부 생활을 했던다는 구절에선 그야말로 "왓?" 싶은 심정이었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매일매일의 시간보다 소중한 추억들로 충분히 아이와의 끈끈한 유대감이 가능하다는 구절에선 '과연 와이프도 그렇게 느끼고 계신 거 맞나요" 친정엄마 빙의되어 날카로워지기도 했다. 아이와의 관계야 그럴 수 있겠지만 그 뒤에서 와이프는 얼마나 많은 인내와 고뇌-_-의 시간을 보냈을까, 괜히 또 오지랖 발동하여 화를 삭일 뻔 한 건 네. 그저 제가 화가 많은 성격이라 그런 것 같고요. 3편으로는(이 책은 '일본 여성에게 프러포즈받다'의 후속 편이다)  '와이프 충격 고백, 와이프 관점은 이렇습니다' 를 내주시면 좋겠다는 생각도 해보았다.


5.

엄청난 육아비법이라든지, '넷을 키우려면 이러시면 됩니다' 해법이 나오진 않는다. 하지만 읽다 보면 마음 따뜻해지고 나도 모르게 웃게 되는 마법의 책. 출산율 정책을 고민하는 정부 부처 사람들께 일독을 권하고픈 책. 넷을 낳게 하고 싶으시면 이 책을 참고하시면 됩니다. 국가 정책이 중요하데요. 뿅.



독립된 인격과 삶은 서로가 서로를 소유물로 생각하지 않는 마음가짐에서 나온다. 그래서 나는 항상 아이들에게 18세가 되면 독립해야 한다는 것을 강조한다. 이 강조는 표면적으로는 아이들에게 다짐을 받는 것이고 또 그들을 세뇌하는 것이지만 나에게 하는 말이기도 하다. 애지중지 키웠던 아이들이 떠나간다는 마음의 준비를 미리 해는 것이다. 나중에 어떤 일이 있더라도 그들을 구속하고, 속박하지 않겠다는 반복적 자기세뇌다.

"우리가 애들을 끝까지 책임지면 애들은 평생 기대며 살 거야. 우리한테도 애들한테도 안 좋아. 어차피 우리가 먼저 죽을 건데, 그렇게 되면 남겨진 애들 삶이 어떻게 되겠어? 자연스럽게 헤어지는 법을 배워야 해. 처음부터 그 헤어짐을 상정하고 키워야 해. 정을 줬다가 계속 줬다가 우리가 죽으면 과연 홀로 설 수 있을까? 난 우리 아이들이 우리를 보낼 때 울지 않았으면 좋겠어. 내가 그랬듯이 말이야."

이런 대화를 나눌 수 있는 것도 순간의 기억들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아이의 성장과정은 매일 같이 보낸다고 해서 알아가는 게 아니다. 한 달, 두 달을 못 보더라도 몇 번의 순간을 아이와 함께 공유하고 기억한다면 나중에 그 공유와 기억을 씨줄 날줄로 연결시켜 소중한 추억으로 만들 수 있다. 그 추억이 켜켜이 쌓여 현재가 되는 것이고, 밀도와 집중력은 아이에게, 그리고 부모에게 가장 중요하다.
- <어른은 어떻게 돼> 박철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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