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자 적어보기로 다짐했다
최근 몇 년간 여러모로 느끼는 게 많은 한 해인 것 같다. 드디어 다이어트에 나름 선방하여 가벼운 몸으로 2020년을 맞이했다가 다시 찌워주는 센스를 발휘했다. 초반에는 업무과 매니저로써의 역할에 대해 고뇌하며 회사 월급이 아깝지 않게 열심히 일해야겠다던 다짐은 재택근무와 코로나 19로 인해 좌절을 맛본 듯싶다. 빛나는 햇살과 청명하고 맑은 하늘을 선사해주던 봄과 초여름은 어느덧 장마의 계절로 변해 몇 주간의 먹구름과 장마 피해와 오밤중의 천둥을 선사하기도 했다. 그 많은 나날들을 보내보니 벌써 연초에 즐거웠던 계획의 설렘은 다 지나가고 한 해의 중반에 접어들기 시작했음을 깨닫게 되었다. 업무는 열심히 쌓여가는 듯 사라지고 도자기도 명상 차원에서 하고 있는 와중에 동생의 시 한 편을 읽고 지인의 글을 읽고 나니, 문득. 아주 문득, 글을 써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오랜만에 2017년에 생성한 계정을 다시 살펴보았다.
고민해서 (그래 봤자 십 분이지만) 필명도 다시 짓고 소개글도 간단하게 적었다.
글을 쓰고 싶었습니다.
글이 쓰고 싶어졌습니다.
글을 쓰기로 했습니다.
오랫동안 고민했던 것에 대해 가볍게 즐겨보자는 마음으로 시작하게 되었다. 말 그대로 정말 소소한 것들에 대해 개인적인 생각을 기록으로 남기고 싶은 욕심이 컸다. 예전에는 페이스북을 통해 좋아하던 책과 음악, 글귀 등을 기록해 놓았는 데 나중에 심심할 때 한 번씩 몇 년 전의 기록들을 보면 다시 감동하거나 이불을 덮어쓰고 싶은 문구들을 찾으며 꺌꺌 거리는 그 은밀한 재미란! 글을 다시 끄적이면서 어떻게든 재현해내고 싶은 느낌이라고나 할까.
조금은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몇 자 적어보니 괜히 타자 치는 느낌이 너무 좋다. 욕심부려서 샀던 서피스 고를 이제야 제대로 활용할 수 있겠구나 생각도 들고 (지금까지는 나의 만화 및 동영상 감상에 큰 기여를 했다) 오랜만에 다시 Stephen King의 On Writing을 다시 읽어볼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이상하게 글쓰기에 대해 생각하게 되면 이 책이 생각난다. 글쓰기에 대한 작가의 일상 기록이라고나 할까. 아이러니컬한 건 이 작가의 소설은 아직 많이 읽어보지 못했다는 것 - 너무 생생하게 써서 아직은 내 상상력이 무던해지기 전까지는 범접하지 못할 것 같다.
그렇게 오늘 한 발 내딛게 된 것 같다. 아직까지는 365일의 일기를 대체하기엔 공간이 너무 진지하고 매일 컴퓨터를 열어야 한다는 압박감과 아직은 손수 펜을 잡고 글을 쓸 줄 알아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의해 이 기록은 한 달에 한 번으로 스스로 목표를 설정했다. 점점 더 악필이 되어가는 나를 보며 사실 손으로 원고를 써보는 맛도 느껴보고 싶었지만 아직까지는 그 수준이 안되기에 (언제 될지)... 편하게 문법 무시하고 (죄송합니다) 자유롭게 쓰고 한글로도 썼다가 영어로도 써보고 내가 기록해놓고 싶은 주제들에 대해 하나씩 훑어지나가고 싶다.
첫 글만큼 설레는 처음이 있을까, 있었다면 이 경험을 언제 어떻게 또 할 수 있을까.
남은 주제들에 대해 의식의 흐름대로 쓸 생각 하니 두근두근.
글을 쓰게 되었습니다.
오늘도 普通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