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히 멀어지는 중입니다》4편
마음만 먹으면 원하는 대로 바로 실행하는 편이라고 생각했었다. 그러나 이제 보니, 마음을 먹으면 추진력은 좋은 편이지만 마음을 먹기까지가 시간이 필요한 사람이라는 것을 사주를 보고 곁에 남편과 비교해 보면서 알게 되었다. 나는 느리다는 것을. 몇 개월을 고민하고 그래도 생각나면 눈앞에 아른거리던 두툼한 겨울 코트를 구매했으며, 7년 이상의 도자기 작업을 하다가 이제야 겨우 작업실을 하나 구해야겠다고 다짐했다. 마음을 먹으면 주변 사람들에게 공유하는 편이다 보니 주변 사람들은 대체적으로 내가 충동적으로 결정을 하거나 단기간에 딱 결정한다고 생각하지만 사실 숨어서 고민하는 기간이 길고 공유가 안 된 것뿐이다.
뭔가를 시작해 봐야겠다는 마음만 먹으면 추진력은 좋다. 마음먹으면 해보고 싶었던 운동도 바로 하고, 식당도 바로 예약해서 방문하고, 배워야 하는 게 있다면 바로바로 진행하는 편이다. 그렇게 살다 보니 인생 경험은 얕지만 넓게 쌓이는 것 같다: 언어도 웬만한 공용어는 다 공부해 본 것 같고, 운동도 안 해 본 운동이 적을 정도로 웬만한 스포츠에는 발을 담그고 봤다. 사람들은 몇 개월만 한 것도 경험이나 경력이라고 볼 수 있느냐라고 얘기하지만 사실 한 달만 다니더라고 알 수 있는 것들이 제법 많아진다 (완벽하게 알 수는 없겠지만 그래도 나름의 기초적인 지식은 생긴다고나 할까?) 그러다 보니 얕은 잡지식이 생긴다. 독일어의 형태는 어떤 느낌인지, EMS가 어떤 느낌의 운동인지, 손목시계를 제작해 보는 재미라든지…
그와 반대로 - 아니면 좀 다른 맥락으로 - ‘지구력’은 젬병인 것 같다. 러닝을 하면 10KM가 최대인 것도 있고, 문제집을 끝까지 푼 경우가 손에 꼽을 정도인 것을 보면 뭔가를 오래 하거나 끈기 있게 하는 성격은 확실히 아닌 것 같다. 어떤 활동의 끝을 보지 못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긍정적으로 본다면 그 수많은 맛보기 체험을 다 해 보았기 때문에 오늘날 입맛에 찰떡인 취미들을 찾을 수 있게 되었고, 지금도 야금야금 하고 있다는 것이다. 부정적으로 보든, 긍정적으로 보든 내가 보는 관점에서 뭔가를 오랫동안, 꾸준히, 정기적으로 하는 사람들을 보면 존경스럽다. 남편을 예로 들자면 분명 러닝을 같이 시작했던 것 같은데 2~3년이 지난 지금, 남편은 주 3회 이상 러닝을 하고 풀마라톤을 몇 번 완주한 기록까지 생겼다. 내 기준, 이런 모범적인 사람을 옆에서 보면 자연스레 토끼와 거북이 동화가 생각이 나곤 한다 (완벽한 대입이 되는 내용인지는 모르겠지만, 개인적으로는 조금 느려도 꾸준히 조금씩 앞으로 나아간다는 거에 대해서는 이보다 더 공감 가는 스토리가 있을까?) 나는 거북이를 꿈꾸는 토끼다. 지구력은 젬병이지만 그래도 한 달에 한 번 책을 펴 본다는 것에 스스로를 토닥여 준다.
참, 실천이라는 게 재미있는 것 같다. 가끔씩은 탄력성이 필요한 반사신경이라는 생각이 들 때도 있다. 한 번 기운이 생기면 끝없이 생겨 마무리할 수도 없는 양의 일을 벌이는 경우도 다반사이지만 한 번 기운이 빠지면 만사가 귀찮아지고 아무것도 하고 싶어지지 않는다. 오늘은 책 페이지 하나라도 읽어야지, 글 한 문장이라도 적어야지 하면서도 몸은 소파에 누워서 두 번째 손가락에 의존하며 유튜브를 보며 나 자신이 한심하기도 하지만 오늘은 어쩔 수 없는 날인가 마음이 나약해지는 경우도 있다. 내가 오늘은 실천할 힘이 없는 거겠지. 가끔씩 의욕이 없어지는 상황에 대해 어떻게 헤쳐나가는지 다른 사람의 얘기를 들어오면 그 의지력이 대단한 것 같다 (Just Do It이 그냥 나온 표현은 아닌가 보다…) 운동복을 입고 잠든 뒤, 다음 날 아침에 바로 뛰러 나가는 사람에 대해 얘기를 들어보면 저 정도까지 해야 하나 싶을 때도 있지만 그 정도로 몰입을 해야지 꾸준함을 유지할 수 있는 건가 싶을 때도 있다. 그래서 비결이라는 것일까…
의욕 없던 2년 정도의 시간을 나는 회복기간이라 생각하고 올해는 조금 더 예전의 모습을 찾아가고 있다. 새로운 도전을 해볼 의욕도 생기고 다시 조금씩 달리거나 운동할 의욕이 생기고 있다 (예전에는 주 7일 1시간씩 운동했었는데 그걸 어떻게 했었지..?) 정기적이진 않지만 타자 소리 즐기며 생각도 정리하고 흑백의 미를 즐기고 있다. 충분한 휴식이 그 무엇보다 중요하지만 어쩌면 오늘 하루만. 단 하루만 무언가를 실천하고 성공한다면 그것만큼 좋은 회복 방법은 없지 않을까?
작은 실천 하나를 오늘도 성공했다.
그렇게 한 걸음씩.
오늘도 普通인!